조선시대(朝鮮時代)/조선 회화(繪畵)

오원 장승업 필 잡화도(吾園張承業筆雜畵圖)

鄕香 2010. 2. 15. 12:33

 

장승업은 전통적인 남종화와 중국에서 유입된 揚州畵派와 海上畵派 등 다양한 화풍을 종합 . 절충한 뒤 자기화해서 조선말 화단을 화려하게 장식한 화가입니다. 장승업은 산수 . 인물 . 화조 . 영모 . 器皿折枝 등 다양한 畵目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루었으며, 이처럼 병풍을 이룬 예가 많습니다. 이 평풍에도 역시 다양한 소재가 섞여 있어서 다양한 화목에 뛰어났던 장승업의 면모를 잘 보여줍니다. 제5폭과 제 9폭에는 老子騎牛圖 . 王羲之觀鵝圖의 故事人物圖. 제 1 . 2 . 3 . 6 . 8폭에는 노루 . 학 . 고양이 . 기러기 등의 영모도, 제 7 . 10폭에는 국화와 매화 . 수선화 등의 花卉圖가 그려져 있는데 이들은 모두 근대기에 수요가 많았던 그림들이며 장승업이 즐겨 그린 분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10폭의 괴석과 매화를 비롯하여 간혹 安中植의 필치가 느켜지는 그림들이 눈에 띱니다. 장승업의 그림 가운데는 당대의 명망가들에게 대리낙관을 받거나, 안중식이 장승업 死後인 1900년대에 追題를 한 작품이 많은데, 이 작품 역시 안중식이 題跋과 刊記를 써 넣은 것으로 파악 하기도 합니다.

 

장승업(張承業1843 ~ 1897)의 본관은 대원(大元). 자는 경유(景猷), 호는 오원(吾園)·취명거사(醉瞑居士)·문수산인(文峀山人)입니다.

선세(先世)가 무반(武班)이었으나 어려서 머슴살이를 했다고 하며, 서울에 정착한 후 수표교에 살던 이응헌(李應憲) 또는 역관 출신의 변원규(卞元奎)로 알려진 사람의 집에 기식하게 되면서 어깨너머로 글공부와 원(元)·명(明) 이래의 명적들을 접하고 스스로 익혀 어느날 문득 화리(畵理)를 터득하고 그림을 능숙하게 그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의 화명은 날로 높아져 왕실에서는 그를 대령화원(待令畵員)으로 불러들여 그림병풍을 제작하게 했으며, 이때 감찰이라는 정6품 관직을 임시로 제수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술과 여자를 몹시 좋아했고, 특히 어떤것에도 얽매이기를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궁궐에서 3번씩이나 도망친 일화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40대 무렵부터는 오경연(吳慶然) 등의 역관 중인계층과 김영(金瑛) 등의 여항문인(閭巷文人)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창작활동을 했으며, 녹청색 창의(彰衣) 차림의 특이한 모습으로 그림 판 돈을 술집에 맡겨놓고 매일 들러 마시면서 취한 상태로 지냈다고 합니다.

이러한 기질은 강렬한 필법과 묵법, 그리고 과장된 형태와 특이한 설채법(設彩法)을 특징으로 하는 그의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제1폭 : 「 仙子例騎歸랑(門+良)苑 聖君馴翔在靈囿 (선자예기귀랑화 성군순상재영유)」 

            '신선은 거꾸로 타고 양원으로 돌아가고 성군이 길들인 새는 영유에 있네.'

제2 폭 :「 蟬聲疎桐寒塘外 寫出江南一谷秋 (선성소동한당외 사출강남일곡추) 」

            '차가운 못 성근 오동 소리내어 우는 매미 강남의 한 골짝 가을 풍경 그려냈네.'

 

제3폭 : 「 昻自可五千 占夢須酬十八公 豈必華陽陶處士 年年拳鶴聽松風 」

            (앙소자가오천륵 점몽수수십팔공 기필화양도처사 년년권학청송풍)

           ' 하늘오 오천길을 날아오를 수가 있고 꿈에도 기리는 것 십팔공인 소나무라네. 왜 꼭 화양에 사는 도처사만 언제나 학이 좋아

             솔바람 소리 들었다든가.'

제4폭 : 「 織鉤時得小谿魚 飽臥花陰興欲迷 (지구시득소계어 포와화음흥욕미)」

            '때로는 작은 시내 물고기도 낚으면서 꽃그늘에 누워 있으면 그 흥취에 빠져들지.'

 

제5폭 : 「 東來紫氣滿函關 (동래자기만곡관)」

           '동에서 오는 상서로운 기운이 함곡관에 가득해라.'

 

 

 제6폭 : 「 紅(耒+萬)花多映碧欄 秋風才起易凋殘 地塘一谷榮枯事 都被沙鷗冷眼看 」

              (홍만화다영벽난 추풍재기역조잔 지당일곡영고사 도피사구냉안간) ' 붉은 연꽃 허다히 푸른 난간에 비치지만 갈바람만

               일어나면 쉬 시들고 만다네. 한 조각 못 위에서 피고 지고 하는 일들 모래 톱의 갈매기 눈엔 아무 것도 아니라네.'

 

제7폭 : 『 翩翩綠意上秋屛 窓外新添一葉靑 詩思不因凉信減 連朝時雨快深聽 』

            (편편녹의상추병 공외신첨일엽청 시사불인량신감 연조시우쾌심청) "푸르름이 경쾌하게 가을 병충에 펼쳐지니

            들창밖에도 새로운 잎이 하나 더 푸르네. 서늘한 날씨라고 시상마져 죽어들가 아침 내내 내리는 비 그 소리가 유쾌하네. " 

 

제8폭 : 『 湘北書來何歲月 衡陽木落舊山川 ( 상북서래하세월 형양목락구산천)』 

           " 상북의 서신이 어느세월에 올 것인가 형양 땅 산천에는 나뭇잎이 다 졌다네."

 

제9폭 :  右軍本淸眞 簫灑出豊塵 山陰遇雨客 愛此好鵞賓 掃素寫道經 筆精妙入神 書罷籠鵝去 何曾別主人 』

         ( 우군본청진 소쇄출풍진 산음우우객 애차호빈 소소사도경  필정묘입신 서파농아거 하증별주인)

         "왕우군은 원래가 청진한 사람 말쑥하여 속세를 벗어났는데, 산음에가 도사를 만나고는 그가 기르는 거위가 좋아서 종이 펴고

          도덕경을 썼는데 그 글씨 정묘하여 입신의 경지였다네. 다 써 주고는 거위 가지고 갔지만 주인과의 작별은 아니었다네."

 

제10폭 : 『 玉貌仙姿 (옥모선자) "관옥 같은 얼굴에 신선같은 자태."     

                                            

'歲己卯夏日  擬新羅山人于秋聲館之南窓下 - 張承業'

  (기묘년(1879)여름 어느 날 추성관 남쪽 들창 아래서 신라산인을모방하다.

 

오원장승업필잡화도(吾園張承業筆雜畵圖)

 朝鮮18世紀 1879年作 /張承業 1843 - 1897 / 紙本水墨 /縱 101.2× 橫 27.4 cm / 高麗大學校博物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