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琫親會

엄마의 희망

鄕香 2009. 2. 25. 11:24

 

혼자 생활하는 어느 80대의 노인이 계십니다.

자식들이 있지만, 고부간에 원만하지 못한 관계로 작은 원룸에서 혼자사시는 것이 더욱 마음이 편하셨던가 봅니다.

비록 반 지하로 된 방이지만 며느리 눈치 안 보고 구박 받을 일이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요즘은 며느리를 상전 모시듯 해도 구박과 눈 흘김이 끝이질 않는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는 세상이지요. 

 할머니는 잠시도 쉬지 않는 부지런함으로 봄.여름.가을 이면 나물도 캐다 파시고

교회에도 열심이셔서 자식들이 주는 용돈이나 스스로 나물을 팔아 모으신 돈을 감사헌금과 십일조를 거르지 않고

사시는 근면하신 분이 십니다. 그러다 어느 날 풍으로 거동이 불편하시게 되어 요양원으로 가시게 되었습니다.

성격이 밝고 매사 긍정과 진취적인 이 노인은 요양원에서도

언젠가는 몸이 좀 더 나아지면  당신이 사시던 집으로 가실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걷는 운동과 성경을 읽으시며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생활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노인이 요 며칠 늘 밝게 웃던 웃음이 보이질 않으십니다. 

이유를 알아보니 사시던 집이 없어 졌다는 것입니다.

요양원을 와 있는 동안 둘째와 셋째 아들이 집(전세)을 비웠다는 겁니다.

냉장고도 없어지고 테레비도 없어지고 그릇도 없어 졌다며 말끝을 흐리십니다.

아들은 전세를 든 집을 언제까지 빈집으로 둘 수도 없고 어떤 사정이 있어 전세를 빼겠지요.

하지만, 집을 비웠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오로지 몸이 좀 더 좋아지면 집으로 갈 수 있다는 그 바람만이 노인의 삶의 희망이었을 텐데,

그 희망이 없어졌다는 것에 얼마나 허전함과 절망을 느끼셨을까요.

그 웃음을 잃지 않으셨던 마음의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너무 아쉬웠습니다.

 

2009년 2월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