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의 흔적

세종로에서

鄕香 2006. 6. 17. 00:42

 Fri, 4 Nov 2005 21:08:48 +0900

 

가슴 답답함에 무작정 버스를 타고

나선 거리가 세종로였습니다.

 

곰은 언제나 다니던 길로만 다닌다지요.

그게 어디 곰뿐이겠어요.

사람 또한 의도적이 아니고 무의식적일 때는

맴을 돌기에 곰이나 사람이나 매 한가지겠지요.

이런 제가 곰이지요.

 

경복궁 담장에 은행나무의 잎은 하염없이 지고

 홀로 걷는 내 모습이 청승맞아

어디라도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아늑함이 그립고 옛 시절이 아쉬웠습니다.

눈을 씻고 봐도 젊은 날의 초상이 담긴

그윽한 곳 찾아지지 않는 곳에서

선택의 여지없이

안이 훤히 들어다 뵈는 커피숍 문을 밀고 들어가

창가에 앉아 은행잎 지는 거리를 바라보니

이제까지의 청승은 어디가고

너무나 환상적인 화폭처럼 아름다움에 젖습니다.

 

 나의 진정한 그림은 어떤 모습일까 !

지금의 모습일까 

지난날의 모습일까

 

이도저도 아닌 정든 이와 손잡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모습이었으면

 

무엇에 몰두가 사람을 얼마나 지치게 하는지

그것도 반사작용이 불투명한 일에서야

 

당신과 나의 만남이

플라토닉의 맹목적 신도가 아니건만

우리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융합되지 못한 채

가슴의 응어리로 맴도는 안타까움에

다시 또 다시 愚問을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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