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의 흔적

「꿈 같던 시절」

鄕香 2023. 1. 4. 09:46

 

 

 

코로나로 홍역을 치르고 아직은 좀 개운치 않은 머리로 쉬고 있자니 연일 날씨마저 살결 아리게 춥다. 아직은 먼 남쪽에서 머물고 있을 봄이 그리워지는 까닭이겠다. 남으로 낸 베란다에 한겨울 햇살이 따사롭다(눈부시게 바스러져 내린다) 그 포근함에 젖어 있노라니 두 교시 끝난 휴식 시간에 고무줄 놀이하던 여자애들 모습이 아지랑이 가물거리듯 춤을 춘다

 

 푸른 바다 건너서 봄이 봄이 와요. 나비 앞장세우고 봄이 봄이 와요.

들을 지나 산 넘어 봄이 봄이 와요 제비 앞장세우고 봄이 봄이 와요.” 

 

햇볕 따습게 내리는 운동장에서 두 여자 아이가 노래를 부르며 마주 늘려 잡은 고무줄 가운데에서 장단에 맞춰 검정치마에 맨발로 고무줄을 이리저리 넘고 때로는 몸을 회전시켜 고무줄을 질겅질겅 밟으면서 나비처럼 나풀나풀 춤을 추듯 고무줄 놀이를 한다

 

노랫말로는 추운 겨울에 만물이 생동하여 새싹이 돋아나는 따뜻한 봄이 어서 오기를 노래하는 것이겠지만, 이 동요의 숨은 뜻은 일제강점기에 우리의 선배들께서 아이들의 입을 통해 독립을 노래한 것이다. 머지않아 엄동 같은 일제치하를 벗어나 만물이 생동하는 봄처럼 우리 민족이 자유와 독립 국가를 기원하는 渴望을 청아하고 아름다운 여자 아이들의 입과 몸짓을 통해 삼천리강산이 울리도록 부르짖던 동요(念願)이었던 것이다

2022년 12월 25일  -鄕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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