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이 있어 내다본 창밖은 어제 내린 흰 눈이 굳어 반질반질 潤이 나고 오고가는 이들 걸음걸이가 조심스런 모양새다. 팔순을 바라보는 耆耉의 몸이 걸을 수 있는 길은 아니겠다. 어느 시인은 '사월은 천치같이 중얼거리고 꽃 뿌리며 온다.'고, 또 누구는 이리 읊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내 보기에 이들은 사치스런 사람들이다. 나 같이 평범하고 속된 사람은 간절히 봄을 기다린다. 옷을 서너 겹 입지 않아 가뿐해 좋고, 주제도 모르고 우쭐대는 사람도, 짧은 見識으로 남을 재단하는 사람도, 물욕에 사람을 기만하고, 사리분별도 못하는 가식적인 인간을 피해서 순수한 자연을 찾아 길 떠날 수 있는 나비 앞장세우고 오는 봄을 기다린다. 죽어 저승 갈 때 평생을 안주하며 부리던 몸뚱이조차도 챙겨가지 못하는 삶에서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이 있는 것은 한 갑자를 살아온 만큼 이제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그 지혜로 모든 마음가짐과 행실을 순박한 아이처럼 처신하라는 말이겠다.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않으리." 셸리(Percy Bysshe Shelley 1782~1822) 의 말을 믿고 제비 앞장세우고 올 봄을 기다린다. 파릇파릇 새싹 돋아나고 산골짝 맑은 물 졸졸 음률 타고 흐르는 아름다운 자연 찾아갈 길을 나서고자 ···,
2022년 12월22일 - 鄕香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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