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의 흔적

《산딸기 꽃과 나비 (山茥花와蝴蝶) 》

鄕香 2022. 11. 30. 11:41

운길산 가는 산자락에 산딸기덩굴이 온 둔덕을 덮고 연분홍빛 꽃을 피웠네. 

5월이면 빨간 산딸기(山茥)요기조기 열리겠지-

꽃을 보노라니 소월 김정식 님의 '님과 벗'이 떠오른다.

 

"벗은 설움에서 반갑고

님은 사랑에서 좋아라.

딸기꽃 피어 향기로운 때를

고추의 붉은 열매 익어가는 밤을

그대여 부어라 나는 마시리"   

 

그러고 보니 님도 벗도 다 그립다.

 

 

시골길가에서 산딸기 꽃을 보네

고운 나비 하나 찾아와 꽃잎에 앉네.

고운 나비 고운 꽃은 어디에서 왔을까

신비로운 이 세상 봄바람 타고 왔겠지 -

마음속 꽃은 어디에 있을까

이 나이 되도록 찾지 못했네.

 

 

오, 흔치 않은 하얀 민들레꽃 귀한 너를 보네.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너를 보니 기쁨이 샘솟고 마음 즐겁다.

옛 세조임금 시절의 선비 彦甫 생각도 나는구나! 

그 분의 마음이 지금의 내 맘 같았을 것이다.

 

 

「꽃밭(花園)」

"坐中花園 膽彼夭葉, (좌중화원담피요엽)

  兮兮美色 云何來矣, (혜혜미색운하래의) 

   灼灼其花 何彼(艶), (작작기화하피염의)

 斯于吉日 吉日于斯, (사우길일길일우사)

 君子之來 云何之樂" (군자지래운하지락)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어찌 그리 농염한지,

이렇게 좋은날에 좋은날 이렇게,

그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좋을까,

 

臥彼東山 (觀)望其天 (와피동산 관망기천)

明兮靑兮 云何來矣 (명혜청혜 운하래의)

維靑盈昊 何彼藍矣 (유청영호 하피람의)

吉日于斯 吉日于斯 (길일우사 길일우사)

美人之歸 云何之喜 (미인지귀 운하지희)

동산에 누워 하늘을 보네

청명한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푸른하늘이여 풀어놓은 쪽빛이여

이렇게 좋은 날에 이렇게 좋은 날에

그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화원(花園) / 조선조 최한경(朝鮮朝 崔漢卿) 漢詩》

이 漢詩의 원문은 조선조 세조 때 충청도관찰사와 대사성을 지낸 언보(彦甫)'최한경(崔漢卿)'이란 분이 성균관 유생으로 있을 때 쓴 연시(戀詩)입니다. 이 연시는 최한경이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박소저'라는 여인을 그리며 지었다고 하며 이 시를 자신의 문집 반중일기(泮中日記)에 화원(花園)이라는 詩題로 올린 것입니다.

 

 

청초한 흰 민들레꽃 너는 내게 큰 기쁨을 주는구나!

고맙다 부디 번성해서 삼천리를 뒤덮어라!

 

 

작은 망초꽃에 작은 나비 찾아왔네. 서로 작아 짝인가?

 

 

 

2020년 4월24일(금요일)  - 鄕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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