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첫눈이 내리는 날 함께 설원을 누비며 만끽한 하이웰 님을 중심으로
라이딩 내내 나를 후미에서 챙겨주신 '순수한 열정님, 그리고 경이로운 두 자매 쎄실님과 고니님, 다정다감하신 세종님, 그리고 듬직한 비타님, 배려와 정다움에 고마움을 가집니다.
비록 입고 간 청바지가 흠뻑 젖어 하지가 시렸어도 행운의 첫눈이 내리는 날, 고운 님들과 참 즐거웠습니다.
끝으로 두부찌개 참 맛있는 끼니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일요일)은 용문 삼각산 임도라이딩 가는 날,
새벽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흰 눈에 온 세상이 하얗게 덮였네요.
전철에서 여섯 분을 만나 도착한 용문역,
앞선 형제자매님들이 흰 눈 위에 남긴 자국을 따라 나도 흔적을 남기며 도착한 삼각산 임도 들머리,
언덕에 쌓인 눈을 보니 설렘 반 두려움 반입니다.
간신히 언덕을 올라가 임도에 들어서니 나무도 낙엽도 온통 백설에 덮여 보이는 건 하얀 백설 흰 눈,
눈이 눈에 물이드니 바라보이는 것은 모두 눈이 되더이다.
첫눈을 보니 또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홀로 여행을 하거나 산행을 하거나 한적한 오솔길을 걸을 때면 나만의 레포토리가 있습니다.
동요와 노래, 그리고 기분과 분위기에 어우러지는 시입니다.
오늘은 하얀 눈 내리는 날, 어려서 들었던 동요 하나, 얼핏 생각이 납니다.
『 깜깜한 밤중에 하연 눈이 왔구나 하얀 눈이 밤새도록 내렸구나,
가자가자 눈길로 자꾸자꾸 내려가 우리가 가는 이 길이 백두산까지 뻗었다 백두산 구경을 하러가자 』
지금은 '성동여자실업고등학교' 건물이지만,
예전에는 그 붉은 벽돌건물이 나의 초등학교 모교인 '서울흥인국민학교'였습니다.
그 아스라한 운동장에서 '은자랑 순금'이가 고무줄놀이하며 부르던 노래,
아슴아슴 자자드는 그 아련함, 저 눈송이 되어 가슴에 소복소복 쌓여갑니다.
이어지는 노래는 '미사의 종' 대중가요입니다.
"흰 눈이 내릴 때 미사가 들려오면 가슴깊이 젖어드는 아베마리아
흰 눈 위에 발자국 마다 눈물 고인 내 청춘 한 많은 과거사가 나를 울릴 적에
오 산타 마리아의 종이 울린다."
왜 이 노래가 젊은 날의 18번이 되어 내 심금을 울렸는지 알 듯 모를 듯하지만,
지금도 눈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웅얼거려집니다.
플랫폼에 들어서 보니 마치 죽음의 도시를 연상시킨다. 오늘 길동무는 18세의 청색 U.S.A Black Cat 입니다.
전철 안은 코로나로 인함인가, 코로나에 의함인가 한적하기 이를 때 없네.
용문역
역 광장 쉼터에서 하이웰님이 챙겨 준 비닐우의를 입고 안전점검을 한 후 지평 어딘엔가 있을 삼각산을 향해 출발,
앞서 올라온 고갯마루에서 뒤이어 올라오는 동지들을 사진으로 담는다. 다정스러운 미소를 보내며 지나가는 세종님.
모성만 강한 줄 알았는데, 여인은 강하다. 쎄실님, 그러고 보니 쎈 세실리아님?
듬직하고 넉넉한 비타님, 원기를 돋아주는 활력소에 근원을 두셨겠다.
마지막으로 오른 후미대장 순수한 열정님, 라이딩 중 늘 나를 챙겨주시는 고마운 님, 이제 카메라를 챙겨 넣고 부지런히 따라가야 하겠지..
오늘 만큼은 우리를 위한 거리인양 한적한 거리에 축복의 첫눈이 내린다.
달리는 중에 눈송이는 내 눈동자를 사정없이 파고 든다. 난 허락한 적 없는데..
잠시 고송마을 앞 버스정류소 안에서 눈보라에 흐트러진 몸무세를 갈무리하고..
다시 녹녹치 않은 긴 고개를 오른다. 이름 하여 '턱걸이고개'이다. 고갯마루에는 금왕산 · 고래산임도 들머리가 기다리고 있다.
님들을 담으려고 기를 쓰고 앞서 올라왔다오.
턱걸이 고개에서 금왕산- 고래산 들머리에서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리면서 장군돈대에 올라 적정을 살피는 장군 같은 품세로 번짱 하이웰님이 건너편 산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번짱(라이딩 장소와 길 등을 숙지하고 기획하여 카페에 공지를 올린 인솔 隊長)
위 모습을 정면에서 줌으로 당겨 담은 모습입니다.
앞서 첫 고갯마루에서도 정다운 미소를 보내고 지나가던 세종님이 또 다정한 모습을 보이신다.
늘 앞서 오르며 리딩하는 번짱 하이웰님이 담아준 내 모습. 남들 다 걸친 우의도 없이 - 내가 18세 인가?
올라온 길을 돌아보니 그 아름다움이 다음을 기약하자네.
쉼터의 이정표, 힘겹게 올라온 고갯길 임도 5,150m, 다음은 2,850m 거리에 있는 건강증진센터,
출발하기 전 이상유무 점검, ^^
맨살의 임도라이딩도 힘이 드는데 지속적으로 내려 쌓이는 눈이 3cm 정도 바퀴에 미치는 그 저항이 엄청나다. 그런 고개와 내리막을 타고 오르는 실로 대단한 라이더입니다. 나는 그냥 사진만 담습니다. ^^
이제 다시 내 알 수 없는 미지의 길로 나섭니다.
쉼터를 출발하기 전에 미리 본 아름답고 멋진 길의 모습. 아무 흔적도 없이 순백의 순결함, 그 신성함에
이 산의 주인, 노루·토끼는 물론 저돌적 폭군 멧돼지조차 흔적을 남기지 않았는데.. 이에 마음이 머물자 미안한 생각과 몸가짐이 조심스러워진다.
떠오른 옛 시 하나,
"野雪"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테니)
늘 앞서 이끌어 주는 번짱의 모습을 담고 싶어 앞서 내려와 길목에서 담은 늠름하고 당당하고 안정된 모습입니다.
번짱을 따라 줄지어 가는 저 님들도 나에게는 벅찬 님들이지요.
늘 내 뒤에서 나를 챙기는 님을 먼저 보내 님의 뒷모습을 담고..
모두 앞서 떠난 흔적을 따라가며 아름다운 자연의 여운을 가슴에 담는다.
쉼 없이 내리는 눈송이는 체온에 녹아 청바지를 흠뻑 적시고 안으로 스며든다.
다시 고개에 올라서는데 앞서 보낸 님들 나를 기다리던 중에 바지가 흠뻑 젖은 내 모습을 기념으로 남겨준 하이웰님.
잠시 눈발을 피해 들어선 건강증진센터에서 힘들다고 누워버린 준마의 모습.
건강증진센터건물 현관아치에서 방금 내려온 산길을 바라본 정경.
이제 하산 길에 들어설 탄탄대로(콘크리트 포장도로)의 모습도 한 풍경하지요.
오후 2시05분, 청운 횡성 방면 6번국도 석곡섬실2길 도로변의 '확붕이네' 두부요리집 앞
아늑하고 따뜻한 실내 방바닥과 젖은 옷의 물기를 수건으로 찍어내고 얼어 곱아진 손에 신경 쓰며 허기진 속을 채운 두부찌개 맛에 홀려 미쳐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아주 훌륭한 한 끼였습니다.
식사 후 이제 임도는 끝이구나 마음 놓고 한 숨 돌리는데, 다시 국도를 버리고 마을 뒤 임도로 들어서 아연실색, 가파른 임도 고갯길에서는 그냥 자전거를 끌다 들처 매다 안간힘을 다해 오르고 보니 그래도 굽이굽이 예쁜 임도를 거쳐 다시 국도로 나온 뒤 돌아본 산과 길이 밉상은 아니더이다.
식사 후 계속 국도로 주행하기에는 도로변 내린 눈으로 돋아진 얼음 턱에 미끄러질 우려와 간간이 눈 덮인 도로를 스쳐 가는 차량도 위험해서 임도를 택하여 안전하고 가깝게 질러 왔다는 설명으로 지친 마음을 다독여 주던 하이웰 번짱과 동행들의 모습과 잠시 눈보라로부터 우리를 감싸주던 버스 정류장의 정경.
이제 지평을 거쳐 용문으로 가야할 6번 국도 도로변은 다져진 얼음 턱이 도사리고 있어 얼어 붙은 턱을 피해서 차도로 주행할 수밖에 없었지요.
이렇게 지평을 거쳐 용문역에 무사히 도착했음을 첫눈의 기쁨을 함께 나눈 6라이더와 하늘과 땅의 모든 신께 감사드립니다.
승객 없는 전철의 쾌적함이 얼은 몸을 따습게 보듬는다.
2020년 12월13일. 첫눈 내린 날. - 鄕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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