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이후 나라가 이렇게 어렵고 어수선 하던 때가 있었을까! 칠순을 훌쩍 넘긴 이 나이를 살도록 보지도 겪지도 못해본 일이다.
사회생활에서 물러난 후 친인척을 막론하고 사람이 무섭고 두려워 거짓도 속임도 배신도 없는 자연에 의지하고 벗 삼아 산과 들에 마음 주고 헤매는 까닭 없지 않겠다. 오늘도 뜯어온 쑥으로 전을 부쳐 점심끼니를 해결하고 무작정 나선 걸음이 예봉산이었다.
진달래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김소월 시인이 이 모습을 보았으면 영변의 약산인줄 알았겠네.
머언 산에 진달래꽃 울긋불긋 피었고, 보리밭 종달새 우지우지 노래하면
아득한 저 산 넘어 고향집 그리워라 버들피리 소리 나는 고향집 그리워라,
바위에 앉아 바라보니 강 건너 아물아물 보일 듯 말듯 보이지 않는 산, 산, 산, 그 너머 내 어머니 계신 곳.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어머님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잡힐 듯이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구슬픈 소리 날아가면 가는 곳이 아디메이뇨 내 어머님 가신 나라 달 돋는 나라.
강건너 검단산, 겹겹의 봉우리가 능선으로 이어져 남한산성에 이른다.
팔당대교
검단산과 예봉산을 끼고 흘러가는 아리수 수십억년을 헤아릴 수도 없을 사연들을 안고 이리 흘렀으리..
이리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 까닭도 나와 같은 심경에서일까?
산에 오를 뿐인데 유한코로나 세상사 꽃바람에 실려 사라지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 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素月 金廷湜)
정상에 오르니 세상사 오만잡상 다 사라지고 봄바람만 살랑살랑 불더라.
산 정상에 오르면 세상 인간사 모두 비워 내 지고 홀가분하건만.. 내려가면 어찌하여 도로 그 쓰리고 더러운 怨恨 들어찬단 말이냐!
2020년4월7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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