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미국에서 사시는 짝지의 언니, 고국의 수도 서울 한양도성순성길 탐방을 나섰다. 나는 솜씨 없으나마 기념사진사로 따랐다.
비온 뒷날이라 당연히 파란하늘이 반길 줄 알았는데 구름은 좀더 몸을 비워내야 하나보다 하늘을 보얗게 가리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비록 구름은 있어도 맑은 공기에 가시거리가 너무 좋구나! 봄날 내내 엄청나게 심술부리던 황사 미세먼지 뽀얀 운무 다 어디로 숨었을까? 이리 좋은 날 어찌 행운 아니랴!
장충체육관에서 약수동 고갯길 사이로 들머리를 택했다.
한양도성 외곽 둘레는 둔덕이 좁고 경사가 심해 길을 낼 수 없어 훼손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데크를 놓아 걷는데 무리가 없도록 했다.
이곳의 城은 세종 때 쌓은 것으로 대체로 보존상태가 좋다.
두 자매는 출신대학교는 다르지만 중 고교는 선후배 사이다. 서로 도란도란 지난 이야기를 나눌까 아님 감회에 젖었을까 사색을 할까!
데크를 설치한 길, 넙적한 섬돌을 깐 길, 본래의 흙길 형세와 지형에 따라 길도 다르다 그러다보니 걷는 발길이 피로하지 않고 지루하지도 않고 가볍다.
얼마쯤 오르다 도성 밖으로 시선을 주니 멀리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이 또 다른 도성을 이루고 있다.
朝鮮朝 最初의 王師요 조선의 마지막 왕사 無學大師도 開國功臣 鄭道傳도 先見之明에 風水의 大家라 했다. 기라성 같은 산세에 둘려진 그 가운데 白衣民族의 젖줄인 맑디맑은 아리수가 흐르는 漢陽은 누가 봐도 明堂 중 명당이 아닐 수 없다.
성벽 위에 쌓은 여장(女墻)의 모습이다. 돌을 새로 쌓은 것으로 근대에 보수한 것이다. 彰義門(紫霞門) 옆의 세종 때 축성된 고풍스럽고 구성미가 아름다운 것과는 대조적이다. 女墻은 적군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 아군의 몸을 보호하고 적군을 총이나 화포로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구조물로서 여담, 여첩(女堞), 타(垜), 성가퀴 등으로도 불린다. 한 개의 여장을 1타(垜)라 부르며 1타에는 3개의 총을 쏠 수 있는 구멍이 있다. 가까운 곳의 표적을 쏘는 근총안(近銃眼) 한 개가 한가운데 있고, 그 양옆에 먼 표적을 쏠 수 있는 원총안(遠銃眼) 2개가 설치되어 있다. 원총안은 구멍을 수평으로 뚫은 반면 근총안은 비스듬히 아래쪽을 향하고 있다. 근안총 구멍으로 적군이 아닌 성밖 민가의 창문이 보인다. 불과 100년 세월! 隔世之感이 아닐 수 없다.
삼거리 이정표, 좌측은 옥수동 매봉과 달맞이고개 응봉으로 이어지는 울창한 수림의 호젓한 저 능선은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도도하게 굽이굽이 흐르는 한강의 아름다운 몸매를 한눈으로 바라보며 경탄을 금할 수 없는 산줄기이다. 우측은 수도국산고개(한남고갯길)의 마루턱 국립극장 옆 남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남산에서 응봉산 매봉으로 이어지는 첫 봉우리다 성곽마루정자에 올라서서 둘러보니 수락산 불암산 아차산 그 너머 예봉산 적갑산 그리고 한강 건너 검단산 남한산성 강남의 대모산 관악산 청계산 등이 줄줄이 엮여 있다.
남산자락과 매봉자락 사이 한남고개너머 한남동과 관악산이 조망된다.
줌으로 당겨보니 한남동과 관악산 송신탑도 눈에 들어온다.
연한 녹색의 구릉을 바라보니 볼수록 눈이 시원하고 편하다. 아직도 잎을 돋아내지 않은 나뭇가지의 굽어진 선들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침엽수인지 낙엽송인지 모르지만 진한 녹색 이파리를 바탕으로 진홍의 철쭉꽃 몇 송이 홍일점인양 뭇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진향 향기에 이끌려 바라본 곳에 청순하고 해말간 라일락꽃 다발 바람을 타고 한들한들 그네를 탄다.
응봉산 줄기에서 주봉인 목멱산으로 이어지는 고개마루에 자리한 국립극장 옆으로 오른다. 목멱산은 경복궁 남쪽에 있다하여 남산으로도 불렸는데 지금은 통산 남산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불린다. 난 그래도 옛 이름 목멱산이라는 이름이 더 살갑게 느껴진다.
남산오르는 차도를 얼마쯤 따라가다 우측 샛길을 따라 팔각정을 향해 들어서니 가파르고 험한 지대에 고색찬연한 한양성벽이 올려다 보인다.
나무계단으로 올라가서 보니 번듯한 도로가 나타난다 돌담은 정상으로 벋어가고 있다.
호젓하고 산뜻한 길가에 곱게 핀 철쭉과 연산홍이 연록에 물든 눈을 화들짝 놀래킨다.
'남산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이..' 정말 그랬을까? 싶게 그 많던 소나무들 다 어디로 갔을까? 소나무를 찾다가 활엽수 나뭇가지 사이로 뾰족한 탑을 발견했다. 이름은 남산타워라고 하던가?
남산위에 저 탑 세운지가 언제였나? 날 맑은 날 저 위에 올라서면 개성도 보인다던데 이 서울촌놈 이 세월 가도록 올라보지 못했구나..
꽃에 물드니 여심도 꽃이 된다. 그 색깔 그 고운 빛 얼굴에 미소로 핀다.
호젓하고 운치 있는 길바닥 가운데 동판이 보인다. 이 길이 이름하여 한양도성순성길이란다. 城郭과 4大門인 東方의 興仁之門, 西方의 敦義門, 남방의 崇禮門, 北方의 肅靖門이 표시되어 있다. 4小門이 없기에 올려 놔 보고 싶다. 東向의(惠化門) , 西向의 昭義門, 南向의 光熙門, 北向의 彰義門(일명 紫霞門) 이 있다.
자연 그대로의 길은 아니지만 자연을 닮고자는 노력은 보인다. 자연속에 있으니 그대로 아름답다.
길가에는 야생화도 더러 보인다. 한 뿌리에서 연녹색과 속 바탕이 연한 자줏빛으로 핀 병꽃이 신선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연산홍에 철쭉 그리고 병꽃이 보는 이의 심성에 차분하게 좋은 기분이 된다.
연둣빛 이파리 곱게 치장한 곳에 콘크리트길이 보기에 곱지 않다. 좁은 흙길에 저리 아름다운 곡선이었으면 내 마음 얼마나 즐거웠을까! 얼마나 서정적인 길이었을까!
민들레 흔하지만 천박함 없는 친숙한 우리의 꽃이요 나물이며 약초이다. 한 뿌리에서 피워낸 이 녀석들은 좀 특이하다 한 녀석은 꽃술이 많고 한 녀석은 마치 국화를 보는 느낌이다.
목멱산 정상이 바로 앞이다.
좌측 나무에 살짝 걸친 청기와집 뒤로 백악산 줄기가 뻗어가다 능선은 동북 방향의 북한산에 이어지고 가지능선은 남으로 내려와 낙산을 이룬다. 그 뒤로 북한산 비봉을 시작으로 백운대 만장봉 인수봉 도봉산 사패산 두루 거느리고 북으로 솟는다.
기라성을 이룬 빌딩과 아파트에 둘려진 성북동 주택들과 낙산자락 낮은 주택들이 보기에 정답다.
서울의 심장이 한 눈에 보인다.
산과 어울리는 것은 역시 고층의 아파트단지가 아닌 옹기종기 모여 오손도손 정감 피어내는 마을이다.
구름 덮인 북한산의 준엄한 암봉 백운대 인수봉이 하얗게 이를 드러낸 모습 그 위용 이름에 무색치 않다. 앞산 능선에 팔각정과 스카이웨이도 낯설지 않고 계동 한옥마을 현대본사도 보인다.
다시 남산타워 우뚝 솟아 보이고 팔각정 있는 정상으로 발길을 옮긴다.
정상으로 가는 길가 이끼 낀 음습한 성벽가에 튤립이 밝은 빛으로 대조를 이룬다.
성벽 옆 나뭇가지의 까치집 단풍나무 운치 있고 그 너머 한강물 어렴풋이 보이고 그 너머 관악산이 검푸르다. 전체적으로 색조가 조화롭고 풍경 또한 봐 줄만 하지 않은가!
상서로운 색깔 자줏빛, 튤립 꽃에서 흔한 빛깔은 아니다.
북한산에 감싸인 백악산 좌측 아래 청와대가 보이고 우측으로 계동 한옥마을과 현대본사 일부가 확인된다.
仁王山으로 솟아오르는 한양도성 좌측으로 敦義門과 獨立門이 자리하고 우측 인왕산 끝자락에 彰義門(紫霞門)과 白岳山자락이 겹쳐 있다.
언니는 둘째, 동생은 셋째, '째'는 수량을 나타내는 명사나 관형사 뒤에 붙여 차례나 등급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인데 막내가 이에 없음으로 미루어 볼 때 두 분 모두 위로는 언니가 있고 아래로는 아우가 있으니 위로는 믿음직한 수호자요 방패가 될 언니가 있고 아래로는 믿고 부릴 수 있고 귀여운 동생이 있으니 형제 중에 福되고 복된 위치가 아닌가 싶다. 맏이가 가지는 책임과 그에 따른 중압감도 막내가 느낄 수도 있을 많은 언니들로 인한 압박감이나 동생 없는 허전함을 모르리라.
도탑게 배어나는 정이 보인다.
사는 동안 인간은 어찌 이리 소원도 많고 어리석단 말인가? 사랑의 맹세나 안녕과 무병장수 소원성취의 마음의 글귀를 적어 잠근다는 의미를 부여해서 저리 걸어 잠궜겠다, 念願은 努力과는 거리가 멀다. 바람은 依支요 僥倖이라 하겠다. 연인은 열쇠를 각각 하나씩 갖고 있다가 그중 한사람이 변심하게 되면 언제든지 열어놓는다던가! 아니면 굳은 의지를 다짐하는 마음으로 열쇠는 아예 버린다지 .. 열쇠와 자물쇠 언제나 풀 수 있고 녹 쓸면 부서지는 것에 마음의 맹세를 걸다니 재미로 시작 되었겠지만 이는 신흥 속설이겠다.
참 바람도 많다. 저런 것도 못해 봤으니 나는 무슨 세월로 살았을까? 그저 앞만 보고 살다보니 바람도 염원도 사치였다.
봉화대 형태는 지역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대체로 도성의 봉화대는 마치 범종의 형태이다.
목멱산 정상에는 곳곳에 자물쇠 울타리 명소가 되었다.
미소가 福스럽다면 失禮가 되나 缺禮가 되나! 그말이 그말이겠지만 아무튼 淳朴한 微笑는 보는 이 마음도 편안하고 柔順해 진다.
고풍스런 성벽에 마음 끌려 담았지만 오랜 풍파에 돌도 삭아 무너지기 직전이다. 여러 곳은 이미 보수 중이었다. 세월을 무엇인들 피할 수 있으리오.
오랜만에 보는 복사꽃이다. 젊은 시절 한 때 18번이었던 최무룡 님의 '외나무다리가' 생각난다.
"복사꽃 능금 꽃이 피는 내 고향 둘이서 속삭이던 외나무다리 그리운 내 사랑아 지금은 어디 새파란 가슴속에 간직한 꿈을 못 잊을 세월 속에 날려 보내리,
어여쁜 눈썹달이 뜨는 내 고향 둘이서 속삭이던 외나무다리 그리운 내 사랑아 지금은 어디 싸늘한 별빛 속에 숨은 그님을 괴로운 세월 속에 어이 잊으리" 그 때는 참 좋아했던 노래였다 지금은 그저 아련한 꿈같은 시절이 되었지..
段을 둔 바위절벽의 흰 표면과 나뭇가지의 折枝의 어울림이 보기에 좋다.
아우는 앞으로 잘도 가는데 언니는 뒷걸음질을 한다 어찌 그럴 수가 있을까! 아무리 앞으로 발을 움직이려 해도 뒤로 돌아간다. 그래서 하하 호호 즐겁다. 보던 나도 빙긋!
키는 작아도 다리는 롱다리 둘이서..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가리니..
서울역 방면으로 내려가는 도중은 온전히 꽃동산이다. 황매와 철쭉이 자지러지게 웃는다. 나도 따라 즐겁다. 구름만 잔뜩 심술을 부린다.
이 글을 쓰는데 어느새 추억되어 그립고 서럽다.
2018년4월20일 -鄕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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