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아차산/阿且山(峨嵯山)

鄕香 2018. 4. 15. 05:58

늘 그랬다 봄이 찾아온 후부터 맑은 날에도 흐린 날에도 하늘도 땅도 어김없이 뽀얀 연무에 덮여 자연의 모든 것이 숨조차 멈추고 시간의 수레바퀴를 부여잡고 있는 듯했다 밤새도록 뒤척이던 몸 일어나 기대를 상실한 채 무심코 눈길을 준 창밖에, 세상에 어쩜! 하늘이 저토록 파랗게 생기를 내려 보내고 있다니! 이런 날이 이런 하늘이 언제였던가! 눈도 몸도 마음까지도 화들짝 놀라 한걸음으로 달려간 아차산은 그대로 華麗江山이다.

 

기암에 斷崖를 이루고 있는 아차산 한 자락에 노랑 개나리꽃으로 치례하고 하얀 벚꽃다발 한소끔 들고 있네

그 모습 화사하여 보는 내가 황홀하다 하늘도 그 고움에 파랗게 질리셨네.


천오백년 예스런 성벽 바위에서 위례성을 감아 도는 아리수를 바라보니 그 옛날 삼국시대 이곳 어디 선가 죽음을 맞은 백제 개로왕이 생각난다. 아직도 이 산 어디엔가 恨 서린 그 영혼 머물고 있지나 않은지..  



아차산 제3보루성 독치(阿且山 第三堡壘城 獨雉)


아차산 옛 성돌 사이사이 솔바람 넘나들고 골마다 굽이마다 분홍빛 연지곤지 곱게 찍었네 그 아름다움 그 무엇에 견줄 수 없네.



저 파란창공의 푸른 꿈을 向하여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가뭄이건만 우미폭포는 한 오라기 맑은 물줄기 쏟아 내리니 옹색함이 없다.



저 바위표면에 얼굴상은 아래 대장간 마을에서 "태왕사신기" 촬영 때 잠시 쉴 겸 이곳에 올라왔다가 발견했다고 해서 배용준 바위라고 부른다고..



노랑 개나리꽃 段 삼아 검은 암벽 하얀 벚꽃 대비를 두고 대각선 능선에 푸른 청솔 기개도 높다 悠悠自適 흰 구름 푸른 하늘 휘젓는 자연의 그 고움이여.. 



산마루에 걸린 저 구름아! 오늘은 한 마리 봉황새로 날고 있구나! 천하에 다시 없을 화가여 조각가여..

 

2018년4월7일 오후2시경 -鄕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