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를 피해서 집에만 있자니 처지가 딱하고 밖으로 나서니 안개비처럼 내리는 미세먼지에 숨도 못 쉬겠으니 또한 딱하다. 미덥지 못한 마스크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착용하고 봄이 궁금해서 근처 공원으로 나섰다. 미세먼지가 벌써 며칠을 두고 온 누리를 뒤덮고 있는데도 나무와 풀은 파릇 새순이 돋아나고 성급한 녀석은 꽃부터 피워내고 있다.
갓 돋아난 수양버들이 멋들어지게 늘어져 하늘거리며 수면을 휘저어 녹색 물을 들이고 있다. 나 절로 ''신불출' 선생의 민요 풍 '노들강변'이 흥얼거려진다.
"노들강변 봄버들 휘늘어진 가지에다가 무정세월 한 허리를 칭칭 동여 매어나 볼까 에헤요 봄버들도 못 믿으리로다 푸르른 저 물만 흘러 흘러서 가노라.
노들강변 백사장 모래마다 밟은 자국 만고풍상 비바람에 몇 번이나 지어 갔나 에헤여 백사장도 못 믿으리로다 푸르른 저기 저 물만 흘러 흘러서 가노라
노들강변 푸른 물 네가 무슨 망령으로 재자가인 아까운 몸 몇몇이나 데려갔나 에헤요 네가 진정 마음을 돌려서 이 세상 쌓인 한이나 두둥 싣고서 가거라." 이 가사는 일제 강점기의 우리 민족의 설움이 배어난다.
어려서 광주군 돌마면 하대원리(지금의 성남시 하대원동)외가에 가면 옆집 누나의 고운 얼굴 단발머리에 화사한 노랑저고리가 떠오른다. 당시에는 노랑저고리에 분홍치마를 차려 입은 아가씨들이 많았는데 이는 울타리나 동산에 친근하게 볼 수 있던 진달래나 개나리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싶다.
산수유나무는 노란 화관에 지난 열매를 보석처럼 치렁치렁 달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도 급했을까? 잎도 나기 전에 꽃을 피워내니 네 모습이 마치 사지에서 돌아오는 임을 맞는 버섯발의 낭자 같구나!
구리시 장자못입니다.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강에서 거슬러 올라온 물고기나 참게도 흔히 볼 수 있던 곳인데 지금은 수질이 예전만 못하여 부래옥잠 등 친환경적인 정화와 인공적인 시설을 병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장자못 좌우편은 경작지입니다. 강변도로와 강둑이 생기기 전에는 장마나 큰 물이 들면 한강으로 변하던 곳이어서 토질이 모래땅입니다. 예전에는 단무지용 무와 땅콩 등을 주로 심었는데, 요즘은 온통 비닐하우스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장자못을 거쳐 새로 준설된 도로를 300여m 가면 구리시 한강공원입니다 자욱한 미세먼지로 인하여 구리암사대교너머로 롯데월드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지독한 미세먼지의 심술에도 아랑곳없이 강가 둔덕에 미소를 머금은 민들레가 화사한 얼굴로 반깁니다.
암사동과 구리시를 잇는 8호선 전철 연장공사가 한창입니다. 다리를 놓을 것인지 강바닥 밑을 굴착하는지는 모르지만..
2018년 3월29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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