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오월의 장미와 양귀비

鄕香 2017. 5. 31. 15:25

오월의 어느 청명한 날에 구리강변시민공원 앞 자전거전용도로를 달리다가 유난히 정열적으로 붉게 피어 있는 꽃에 끌려 가까이 다가섰습니다. 장미와 양귀비였습니다.

오월은 장미의 계절, 장미는 빛깔에서 그 모양에서 정열적이고 아름다워 오월의 여왕이라고 불리지요. 오월에 또 아름다운 꽃이 있습니다. 풍염한 빛깔, 농염한 자태는 가히 뇌쇄적 아름다움을 지닌 꽃 바로 양귀비입니다. 장미가 서양의 대표적인 꽃이라면, 양귀비는 동양의 대표적인 꽃이라 하겠습니다. 아름다운 꽃에는 쉽게 범접할 수없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가시로 자신을 보호하는 장미, 미혹하여 뇌쇄시키는 마법의 아편을 지니고 있는 양귀비, 그래서 아름다운 꽃은 그 얼굴값을 한다지요. 아름다운 꽃에 현혹되어 함부로 꽃을 꺾으려는 끌림을 경계해야합니다.



열정을 서로 나누는 수 많은 장미꽃 중에 유난히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띕니다. 가운데 꽃방을 꽃잎으로 오른쪽 방향으로 바람개비 돌아가는 모습으로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에 이끌려 이런 모습의 다른 꽃도 있을까 싶어 그 많은 꽃송이를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가며 찾아봤습니다.



 한 참을 그렇게 꽃밭을 헤매던 중 또 한 꽃을 보는 순간 저절로 탄성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도 가운데 꽃잎을 바람개비처럼 감아 꽃방을 감싸고 있는데 이 꽃은 먼저 꽃과 달리 꽃잎을 왼쪽 방향으로 감았습니다. 그 많은 장미꽃송이 중에 각각 반대 방향으로 바람개비처럼 꽃방을 감은 한 쌍의 장미꽃 내 평생에 처음 보는 모습이었습니다.



단조로운 모습이건만, 그 자태 보는 이의 심정을 어찌 이리 설레이게 하는가! 마법의 꽃이건만 그냥 꺾고만 싶네. 당 현종의 마음을 앗아버린 꽃이여! 양귀비여!



정염에 붉게 타고 윤기가 흐르는 고운 자태의 양귀비건만, 심방을 열 때는 이리 수줍은가 보다. 머뭇거리며 파르르 꽃잎을 떨며 심방을 살며시 열고 있네.




장미꽃도 양귀비꽃도 그 빛깔, 그 자태, 정열적이고 아름답지만, 그 화려함에는 그윽함이 없구나!



너른 강변공원에 유채꽃 만발하여 그 은은한 향기따라 강물도 따라가고 내 마음은 실려가네.



공원내의 작은 냇가 정경에 주저앉아 마냥 옛 시절 동심에 잠겨 옷깃을 적신다. 냇가 끝머리에 젊은 여성들 재잘거리는 모습, 옛 내 모습 어찌 아니리


2017년 5월17일. 鄕香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