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와룡산 (사천)/臥龍山(泗川)

鄕香 2017. 5. 4. 15:51


나는 왜 자연 속으로 뛰어들고 산속을 헤매는가! 잡초 한포기 꽃 한 송이에 감동하고 눈을 떼지 못하는가! 그 소소한 풀이 지니고 있는 생존의 경이로움과 그 나름의 지혜에서 철학과 신의와 배품에서 신비로운 신의 존재를 보며 큰 이끌림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나는 어느 종교의 신자도 아니다. 아니 어쩜 불교의 석가모니, 기독교의 하나님, 토속신앙의 성황님을 비롯하여 온갖 신을 믿는지도 모른다. 절에 가면 합장하고 절밥 얻어먹고, 교회에 가면 합장하고 포도주와 밀떡을 받아먹고, 조상의 묘나 사당이나 성황당에서는 합장하고 절하고 제삿밥에 고사떡에 가리는 것이 없으니 말이다. 나는 일찍부터 아차산 동쪽기슭에 살며 아차산을 내 집 정원으로 생각한 사람이다. 아차산에 오르면 우리의 찬란한 삼국의 역사문화를 접하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펼쳐지는 경관을 보기 위함이 더하여 가는 것이라고 하겠다. 사회를 통해서나 이성을 통해서 접한 인간은 참으로 오묘한 맛이 있다. 그러나 그 오묘함에 끌리기보다 자연의 순수와 창대함에 더욱 끌리는 것은 이제까지 살아온 연륜의 경험으로 얻은 지혜가 아닐까 싶다. 그러한 오묘함을 지닌 인류를 창출한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자연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을 잉태하고 배출한 것은 자연입니다. 일찍이 머리를 깨친 사람들이 산중에서 은둔하며 속세를 멀리하고 도를 닦는다고 합니다. 道란 무엇인가요? 자연의 기상에서 풀과 나무에서 시간에서 진리를 보고 체험하며 깨우치겠다는 것입니다. 자연은 무엇을 가르치지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들의 주어진 삶을 묵묵히 보여줄 뿐입니다. 그 자연에서 인간의 욕망, 시기, 독선을 비워내고 그 빈자리에 본연의 자연이 스며 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道가 아니겠습니까! 고로 자연은 어머니와 같은 곳 우리가 잉태되고 자라고 태어난 포근하고 자비로운 자궁이라 하겠습니다. 자연은 만물의 자궁이지요. 이제 이 나이에 이르고 보니 자연의 한 미물임을 알고 자연의 티끌로 돌아가기 위한 처절한 독백입니다. 오늘도 그렇게 와룡산으로 이끌려 들어갑니다.


臥龍山은 참으로 그 형태도 엎드린 용과 같지만 등줄기를 타고 이어진 돌출된 모습 또한 같다 하겠습니다. 누가 지었는지 그 이름에 걸맞게 능선을 오르고 내리는 내내 뾰족뾰족 돌출한 돌멩이와 솟구친 바위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공룡의 등줄기를 연상시켜주었고 발바닥을 지압해주어 발의 피로를 전혀 느낄 수 없었으며 온 산의 능선은 진분홍 철쭉꽃이 만발하여 흰 바위 사이사이 까지 점칠해 그 아름다움을 보고도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넘치는 아름다움이라 하겠습니다. 그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과 분홍빛 꽃무리의 조화로운 능선아래 펼쳐진 에메랄드빛 보석같은 물결위에 사량도, 욕지도, 두미도, 수유도 등 점점 떠다니는 섬들은 마치 흑진주처럼 고래의 검은 등짝처럼 반짝이는 더없는 감동의 율동이요 영구한 피날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산행 내내 펼쳐진 경치는 파도처럼 끝도 없이 밀려왔다 또 밀려오는 글로는 전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운 경관을 아직 체험하지 못하셨다면 직접 보시는 행복을 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있고 눈 감기 전에 눈에 담으시기를 바랍니다.





<용수담/龍水潭> 비문에 의하면 단기4276(1943)년에 제방을 쌓았다고 한다.

용수담 아래 주차장이 있어요.

용수담 제방에서 내려다본 와룡산주차장.

들머리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이곳 주민들이 아침산책을 가고 있다. 

두 번째 갈림길에서도 우측으로..

잡석이 많다보니 집도 짓고 곳곳에 돌탑이다.

도로 옆 산자락에 등산로 푯말이 있다. 도암재로 오르는 길목이겠다.

오름은 45˚ 정도에 폭신한 부토가 덮힌 오솔길이다.

 오솔길 옆을 보니 오랜 풍화로 부서져 내린 너덜겅들이 내를 이루고 있다.

도암재가 가까운가 보다 완만한 오름길에 계단 겸 사방(沙防)을 목적으로 침목을 놓았다.

본 능선이자 도암재가 눈 앞이다.

도암재는 넓은 마당을 방불케 한다. 많은 목재가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등산객으로 인한 훼손을 방지하고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등산로를 재정비할 모양이다. 바라보이는 봉우리는 내가 가는 길에 거쳐 갈 봉우리로 세섬바위로 불린다.


도암재에서 500m 떨어진 상사바위(천왕봉)이다.

나는 천왕봉(상사바위) 반대편인 와룡산 민재봉 방향으로 들어섰다. 초입에는 돌탑이 무리지어 있다.

등산로에서 우측을 바라보니 삼천포 앞 바다에 섬들이 포진해 있다. 해무인지 미세먼지인지 모를 뽀얀 연무로 섬돌모양의 섬들이 살짝 숨어서 뚜렷하지 않다.  

앞에 보이는 산등성이는 앞으로 민재봉을 정점으로 찍고 하산할 능선이다. 그 너머 정면으로 보이는 긴 섬이 산행지로 유명한 '사량도 지리망산'이다.

오르던 길에서 잠시 멈추고 뒤돌아보니 상시바위가 얼굴을 들이댄다.

사량도를 줌으로 당겨보지만 연무로 인하여 또렷하지 못하다.

이 풍경은 산행 내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철쭉꽃은 크게 두 가지로 보는데 이 꽃보다 좀더 크고 연한 빛깔의 우아함이 있는 철쭉꽃과 달리 진달래꽃 비슷한 철쭉꽃이다.


잡석(滑石)온 산에 이처럼 돌이 많다보니 돌탑쌓기에 수월할 것이다. 등산길가에 돌탑이 심심찮게 모습을 보인다.

  사량도를 중심으로 욕지도, 두미도, 수유도 이외 작은 무인도들이 하나의 원을 구성하며 마치 청동기 시대 청동거울을 연상케 한다.  

돌무더기와 상사바위 바다와 섬 그리고 산행의 종착지인 용두마을의 용두저수지가 보인다.

무슨 꽃인지는 모르지만 마치 제일제당의 symbol 백설표 문양을 달아놓은 듯이 보인다.

오솔길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숲을 이루어 그늘지고 포장을 하듯이 널리거나 솟아난 돌로 지루함을 모르겠다.  


산허리를 돌아가는 길가 곳곳에는 철쭉꽃이 녹색 휘장에 수놓은 듯이 곱다.

좌측 산줄기를 타고 올라가 우측능선을 타고 내려가면 최종에 도달하는 목적지가 바로 보이는 용두저수지공원이다.

산너울들을 담으려고 사진기의 앵글을 맞추고 있는데 난데없이 한 여인이 뛰어 들기에 그대로 남의 모델을 포함해서 담아봤다. 여인 뒤로는 그대로 절벽인데 발만 조금 뒤로 물려도 떨어지는 자리에서 웃고 있다. 도무지 여인들이 겁이 없다. 보는 내가 다 오싹한데..

내가 담고 싶었던 곳이기에 여인이 간 뒤에 다시 담은 풍경이다.

바로 이런 절벽인데 사진을 찍는다며 서슴없이 다가선다.  

우측의 올라온 산줄기와 골짜기 건너 내려갈 산줄기를 동시에 담아봤다.

바위능선 옆 벼랑가에 철쭉이 곱다.

바위가 얇게 떨어져 내린 것을 누군가가 사위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네.

어쩌다 가끔 이렇게 흙길이 보이는 것이 이상하다. 

흙길을 20m나 걸었을까 바로 내가 좋아하는 칼날같은 바위능선이다.

옆에는 또 다른 능선이 있고 그 너머로 운무에 쌓인 산줄기가 아스라하다.

앞을 보니 무수하게 쪼개질듯 금이 간 바위가 기웃뚱 서인다. 저 바위봉우리는 얼마 못가서 그 밑으로 떨어져 활석으로 쌓이겠지..

바위를 바라보니 무수한 세월에 조각으로 떨어져 나간 자리가 상흔으로 남았는데 또 금이 거북의 등처럼 무늬지고 있다. 


이곳 와룡산은 산 자체도 재미있고 전망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는 산입니다. 

사량도 지리망산이 바다가 아닌 백두산 天池 한 가운데 솟아오른 모양으로 보입니다.

 바위의 형상이 고슴도치 같기도 하고 이구아나 같은 모습으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무궁화 금수강산 우리 대한은 단군 성상 세워주신 신성한 나라,

뭉쳐라 민족의 대한 바치자 충성 영광의 대한민국 길이 받들자 길이 받들자.

철쭉꽃 곱게 핀 우리 강산은 백의민족 모여 사는 신성한 나라,

뭉쳐라 민족의 대한 바치자 충성 영광의 대한민국 길이 받들자 길이 받들자.

갈라진 무늬도 고운 이 바위도 얼마나 세월의 풍화를 견딜 수 있을까! 길에 널린 활석들을 예사롭게 볼 수 없는 이유일세.


바위틈새마다 예쁘게 피어난 철쭉이 회색빛 어두운 바위 얼굴을 곱게 꾸몄네. 


흰 화강암에는 소나무가 선비의 기개답게 일품이더니 이곳 석회암에는 철쭉이 각시처럼 화사롭구나.

바위 없는 흙산은 산행 도중 지루함에 쉽게 지칠 수도 있지만, 바위산은 그 형상도 즐겁고 요리조리 오르는 맛에 무료한 줄 모르겠다.

험하고 힘들 것 같지만 손으로 바위를 잡고 발로 딛고 오를 때의 쾌감에 날아오를 것만 같다. 

바위가 험하고 오르기 쉽지 않을 때 섣불리 덤비지 않고 우회하는 겸손도 또한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부침개를 부쳐 쌓아 놓은 모습입니다.


바위의 표면이 살아 있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습니다.  

봉우리 한편 벼랑에는 간간에 징을 박고 사슬을 연결시켜 붙잡고 오를 수 있는 시설도 있습니다.  

바위 봉우리에서 내려본 전망입니다. 날씨가 맑았다면 더 많은 섬들이 보였을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감도 있지만 그래도 이만한 풍경을 볼 수 있음에 만족하고 고맙지요. 

회백색 석회질 바위에 갈라짐이 수직과 수평을 함께 이루고 있어 그 모양새가 바위자체를 아름다운 무늬로 장식하고 있습니다.



오늘 산행 중 첫 봉우리라할 수 있는 새섬봉입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작은 봉우리도 있었지만 모두 표석도 없으려니와 극히 작은 너울에 불과하였기에...

새섬봉에서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본 모습입니다. 우뚝한 바위봉우리 뒤로 섬과 봉우리가 이어져 펼쳐 늘어져 있는 뒤로 하늘과 바다가 하나로 아스라합니다.

앞으로 갈 곳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두 번째 갈라지는 봉우리에 헬기장이 있고 우측 가장 높은 봉우리로 가는 능선에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꽃을 피워 와룡산 민재봉까지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나는 그 민재봉에서 우측 능선으로 갑니다.

새섬바위봉우리에서 내려와 돌아보고 담은 새섬봉의 모습입니다. 표석의 끝머리가 빼꼼히 보입니다.

새섬봉에서 민재봉까지는 1.6km라고 이정표가 알립니다. 좌측으로 바라본 풍경입니다. 능선상에서 내려다보는 계곡마다 저수지가 있군요. 바닷가에 강은 없고 천수답이고 보니 수리시설을 설치할 곳은 아무래도 이지방에 가깝고 유리한 와룡산의 계곡이 적격이라 하겠습니다.

우측으로 보면 이제부터 가야할 능선이 보이고 그 너머로 사량도와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정답습니다.  

오솔길로 들어서기 전에 다시 한 번 바위너머 가야할 능선과 섬들과 연무 속에 잠식된 바다와 수평선을 어림해보며 작은 아쉬움을 담습니다.

돌아보니 내 지나온 새섬봉에는 내 흔적 어느새 지워지고 이름 모를 이들만 그 자리에 서 있네.

둔덕처럼 작은 봉우리를 풍금의 건반치듯 오르고 내리니 걸음도 가뿐하다.

드디어 공룡의 긴 꼬리는 끝나고 등줄기인가 보다 뾰족뾰족 등줄기에 돋아있는 뿔이 솟아 있다.

힘들고 어려운 길인 것 같지만 즐겁고 발바닥이 시원하다. 골라 딛는 재미에 무료함 없고 지압도 되니 발걸음 가볍고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즐겁고 가벼운 걸음은 너울을 몇 개나 넘었는지도 모른다 바로 앞에 작은 둔덕이 보인다.

작은 둔덕을 오르니 헬기장과 갈림길이 있는 봉우리와 나의 정점인 민재봉이 분홍빛 카펫을 깔고 태산인양 버티고 있다.

어느 정도 오르니 헬기장에 도달하기 전에 갈림길 푯말이 나온다.

잡목사이로 들여다보니 활석들이 계곡으로 치달릴 기세로 몰려있다.

내려갈 능선을 가까이 보니 그 위세도 만만치가 않다.

공룡의 등줄기는 걸어가는 내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발바닥을 지압하여 피로를 가셔 준다.

분홍빛 물든 민재봉과 앞으로 가야할 능선의 앞 줄기 부분이다.

지금까지 거쳐온 봉우리들의 모습이다. 앞 바위봉우리가 새섬봉이다.

길도 참 예쁘다 바위들이 오밀조밀 즐거움을 준다.

검고 무뚝뚝하지만 속이 깊은 사내 같은 바위에 화사하게 웃음 짓는 철쭉은 젊은 아낙네 같으니 여지없는 부부 같다.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로 오르는 막바지 길이다. 곱게 핀 털진달래 사잇길이 굽이져 오르고 있다.

헬기장 봉우리에서 내려다보니 올라오던 산줄기와 내려갈 산줄기가 저수지를 사이에 두고 만나는 것 같이 보인다. 

헬기장봉우리를 내려서서 앞을 보니 민재봉으로 가는 길은 그냥 그대로 꽃길이다. 오르는 도중에 다리 아파 못 오르면 어쩔까 싶어 지압을 해 주더니 이제는 꽃길로 이처럼 환대하니 아니 즐겁고 기쁠 수가 없다.

능선을 걷는 내내 좌우로 확트인 전망은 가슴을 뻥 뚤고도 남겠다. 하지만 미세먼지인지 연무인지 뽀얗게 덮여 푸른 바다와 섬들의 모습을 볼 수 없어 답답함도 없지 않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니 흰 바위봉우리와 분홍 빛깔도 고운 털진달래 선명하게 아름답고 그 너머 산너을 수평선이 가물거린다.

비와 등산객으로 인하여 길이 파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이 계단을 이루고 나는 악보의 음계를 치듯 오른다.

드디어 오늘 산행의 정점인 779m의 민재봉에 올랐다. 봉우리는 시골집 바깥마당만큼 넓고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도 막힘없는 전망대 같다.

남양저수지(용수담)주차장을 들머리로 용주사를 지나 상시바위 500m 아래의 도암재에서 우측상사바위(천왕봉) 반대편 797m의 새섬바위(새섬봉)를 거쳐 헬기장봉우리를 지나 와룡산 민재봉에 도착하였다. 이제부터 좌에서 우측으로 펼쳐진 '사량도, 욕지도, 두미도, 수우도, 신수도, 남해 금산, 남해 호구산, 바다와 산과 섬들과 각산, 남해 망문산을 바라보며 간간이 이제까지 거치거나 지나온 천왕봉(상사바위)과 멋진 바위봉우리인 새섬봉을 바라보며 기차바위를 거쳐 수많은 봉우리들을 넘어 종착지인 용두저수지가 있는 용두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민재봉(旻岾峰) 하늘에서 점지한 봉우리라는 뜻을 가졌으니 하느님이나 옥황상제께서 점을 찍듯 만든 봉우리라 하겠다.



민재봉에서 바라본 우측의 산줄기는 이제까지 넘어온 봉우리들이 너울거리던 산줄기이며, 좌측의 산줄기는 민재봉을 출발지점으로 앞으로 넘어가야할 봉우리들입니다. 코스가 여기서 보기에 큰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U자를 닮은 항아리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측 첫 바위봉우리인 천왕봉 일명 상사바위 옆 도임재 아래 용수담(남양저수지)에서 출발하였으니 용수담저수지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용두저수지에서 산행을 마칩니다.  / 코스 : 용수담-도임재-새섬바위-헬기장-와룡산 민재봉-674봉-기차바위-사자바위-거북바위-장고개-용두봉(행글라이더장)-용두마을(와룡저수지공원)

보이는 바위봉우리 둘은 상사바위와 새섬바위입니다. 특히 새섬바위는 기묘하고 산행하기에 재미있는 바위봉우리입니다.

이제부터 가야할 능선이 적당한 높낮이로 산너울을 이루고 있다. 기차바위로 가는 길.

민재봉을 뒤로 하고 내려서기 전에 담은 모습입니다.

털진달래 사이길 앞에 서서 펼쳐진 전망을 담았습니다.

제법 가파른 하산길에 굽어진 참나무 사이로 펼쳐진 봉우리들이 아름답습니다.


털진달래 사이로 길과 가야할 능선이 선명한데 그너머 남해와 섬들은 연무로 모습을 감추고 보여주지를 않습니다.

민재봉을 내려가는 길가에는 빛깔도 곱고 진한 보랏빛분홍 꽃이 발길을 부여잡습니다.


우측 와룡마을, 좌측 용두마을 갈림길.



이 기차바위에서 산행종착지인 용두마을 용강정수장까지 6.5km가 되네요.

기차바위는 기암괴석을 세워놓은 듯 솟아 있던 멋진 바위능선이었을 것입니다. 오랜 세월에 바위성질에 따라 갈라지고 쪼개져서 날카롭고 울퉁불퉁한 너덜겅으로 쌓여져 있습니다.


머리를 우측으로 돌리면 어김없이 새섬봉이 이제는 추억으로 남은 내 흔적을 안고 말없이 그리움으로 앉아 있습니다.


기차바위를 지나 한 봉우리에 올라서서 민재봉을 돌아보니 분홍빛 연지곤지가 채 지워지지 않은 채 희미한 자국으로 남아있습니다.

다시 가야할 길을 바라보니 제법 개성 있어 보이는 바위를 드러낸 봉우리가 제 멋에 겨운지 나를 유혹합니다.

봉우리에 올라서보니 벌 한 마리 꽃밭에 앉아 흐르는 시간을 모릅니다.

길은 암회색 석회암, 오랜 세월의 훈장처럼 깊은 주름이 트고 갈라져 있습니다.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바위사이로 길은 먼 곳으로 줄달음치고 행방이 묘연합니다.

두 번째 갈림길입니다. 와룡마을과 용두마을로 갈라지지만 와룡마을 방향도 와룡마을을 지나 임도로 용두마을로 갈 수 있습니다.

이 갈림길에서 수월하고 가까운 와룡마을(1.5km)을 거쳐가는 임도를 두고 오르고 내리는 힘들고 험한 산길로 용두마을(5.1km)을 향해 들어섰다.

갈림길에서 용두마을로 가는 등산로는 때로는 험상궂은 바위봉우리가 버티고 있고..

 때로는 양처럼 순한 얼굴로 맞아 준다.


뒤돌아보면 저런 곳을 언제 넘어왔지 의문이 든다.

다시 오르는 길이다. 가파름 없이 동네 뒷동산 오르는 기분이 난다.

<거북바위>

동네 뒷산 오르듯 얼마를 가니 산길이 끊어지고 암회색 바위가 앞을 막고 있다. 발길이 오르고 내린 흔적이 있어 이 바위를 넘어가면 길이 이어지려니 싶어 올라서기로 했다.

바위정상에 올라서 보니 앞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내려갈 수 없는 절벽이다. 옆을 내려다보니 우회로가 보인다. 다시 돌아서서 바위를 내려와 옆길로 우회하였다.


바위 위에서 내려다 보니 호수 끝 옆에 이 산줄기의 끝자락이 보인다. 2km는 족히 되겠다. 아직도 멀고나!


급한 내 마음을 읽었는지 길섶에 핀 해말간 철쭉이 고운 빛으로 미소를 보낸다.

우회하며 고개 돌려 바라본 거북바위 면면에서 무수한 세월을 본다.



호젓한 길에 이끌려 가듯 길도 숲도 기쁨이다.

지나고 보면 즐거운 느낌에 뒤돌아보면 바위가 정겹다.


다시 오르는 길가에 제법 잘 생긴 바윗돌들이 솟아난 사이사이로 길은 굽이굽이 몸을 틀어 피해서 간다.


언덕 같은 봉우리에 올라서면 얼마쯤 길은 평탄하고 수많은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에 상쾌하여 콧노래 절로 흥얼거린다.

다시 너울대듯 이어지는 낮은 언덕을 오른다.


작은 봉우리이지만 올라서니 삼천포시가 잡힐 듯이 보이고 그 너머로 남해의 산들이 파문처럼 이어져 연무 속에 서려 있다.


건너편 산줄기의 봉우리를 넘고 또 넘어가며 바라다 본 이 산줄기를 지금은 봉우리를 넘고 또 넘으며 지나온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간다.  


이제 마지막 봉우리를 넘어서 이 산줄기의 끝자락인가 보다. 앞을 보니 그냥 삼천포시와 그 앞바다가 아우러진다.


앞에서 마지막 봉우리를 넘었는줄 알았는데 다시 봉우리를 향해서 공룡의 칼날 같은 등이 보인다.

이제 꼬리인가 보다 칼날 같은 등뿔이 없으니..

드디어 임도가 나왔다.


나무 그늘 아래에 반원을 이룬 의자에 앉아 수건으로 땀을 딲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이정표가 보인다.



산행이 끝난 줄 알았는데,  이정표는 멀쩡한 임도를 두고 용두마을 가는 길이라며 숲속을 가리키고 있다. 숲속으로 1.3km를 더 가란다. 그러니까 산행이 끝난 것이 아니란 말이렷다. 허 참! 에라 모르겠다. 숲길로 다시 발을 디밀었다.


요렇게 호젓한 길로 좀 가니 사람들이 모여 있다.


등산객들인가 싶어 살펴보니 배낭이 엄청 크다 허!  여기가 행글라이더 타는 마당이다. 길을 잘못 들어섰나 싶어 살펴보니 옆으로 길이 보여 들어서서 사진으로 남겼다.


다시 옆 오솔길로 들어섰다. 오솔길은 언제나 향수에 젖어 젊은 날의 추억을 더듬게 한다. 분위기가 이렇고 감정이 이러하니 또 콧노래가 아니 나올 수 없다.






푯말을 보니 07-01이다. 01이 아마도 300m가 아닌가 싶다. 그럼 이제 목적지는 300m가 남았다는 말이 아닌가!

 

"생각난다. 그 오솔길 다정히 손잡고 거닐던 오솔길이 지금은 가버린 아름다운 추억." 흥얼 거리며 추억을 그리며 간다. 


여기서 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 용두공원과 용두마을로.. 나는 당연히 용두마을길로 들어섰다. 내 종착지가 용두마을이 아닌가!



2017년 5월3일 와룡산 산행기록 사진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