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에서 구리시로 온지도 어느 덧 열흘이 흘렀다. 이명으로 제천에서 서울로 치료를 하려니 너무 힘이 들었다.
하루 걸러 열차를 타고 한방치료를 하고 돌아가는 길은 내 생애 가장 힘든 고비가 아니었나 싶다.
결국 기력은 떨어지고 독감까지 든 상태에서 구리로 이사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28일 제천으로 온지 10년 만에 다시 구리시로 왔지만,
지금도 마음은 늘 소담하지만, 도타운 정 깊게 든 제천을 행해 달려가곤 한다.
70년대 초 내 고향 서울 신당동 같은 분위기에 만끽할 수 있는 고향 같은 제천,
시내 가로수 밑에 소복히 쌓아 놓은 구공탄재, 길가에 벽을 헐고 낸 국수집, 길가 밖으로 낸 연통에서 뽀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시내의 중심가,
아무 연고 없는 곳이지만 이제는 10년 세월의 추억들이 아니 내 어린 시절의 풍경이 정겹게 나를 기다리는 제천이 아닌가 싶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의림지 풍경, 의림지의 물을 먹고 사는 논둑 사이 억새풀 하얗게 핀 의림농경발상지,
그 너머 동쪽과 서쪽에 오리떼 한가로운 작은 저수지 '솔방죽'과 "뒤뜰방죽"의 소나무 가지에 걸린 달무리 고운 고대 도시 제천,
제천 시내에 7개의 독봉이 북두칠성을 이루고 있는 특성,
제천 의림지(堤川 義林池)는 우리나라 고대의 4대 수리시설 밀양 수산제(密陽 守山堤), 김제 벽골제(金堤 碧骨堤), 상주 공검지(尙州 恭儉池)와 더불어 우리나라 四大 수리시설의 하나로 지금도 현역으로 의림지 벌판에 물줄을 이어주고 있는 유일하게 살아 있는 고대(古代) 수리시설이며 3국시대의 농경발상지이기도 하다.
신라의 우륵이 둑을 쌓았다고도 하고 세종 때의 명신 허목이 쌓았다고도 하는 우리나라에 유일무이한 고대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조용한 도시 제천이 어느 새 그립다.
情이란, 그 대상이 무엇이든 달콤하고 아리고 서글프고 외로운 것이 아니던가!
2017년 1월 7일 구리시 인창동에서.. 鄕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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