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다는 것을 스스로 해야 하는 일에 직면하다보니 옛 어머니들께서는 참으로 대단하셨다는 생각이듭니다. 끼니때마다 많은 가솔들의 끼니를 마련하느라 두어 개 아궁이에 불을 지펴가며 가마솥 한 곳엔 국을 끓이시고, 또 한 가마솥에 밥을 안치고 , 또한 가마솥에 물을 끊이시고, 국이 끓을 동안의 짬을 이용해 아궁이의 불덩이 일부를 화덕에 담아 전도 부치시고 또 화로에 담아 된장찌개를 끊이시고 온갖 찬을 정성들여 만드시는데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시간을 배분하여 그 많은 일을 해 내셨습니다. 겨울에도 이마에는 구슬 같은 땀이 송글송글 맺히도록 마련한 그 지성스런 음식들을 한 순간에 먹어치우는 것에 허망함을 봅니다. 얼마나 공들이고 정성을 들인 것인데 그 정성 그 시간이 너무 허망하게 사라지는 것에 절망한 나는 찌개하나 끓이는 시간도 아깝고 또한 할 자신도 없어 이렇게 자신과 타협을 해서 마련한 아침입니다. 먹는다는 것, 내 아침은 이렇습니다. ㅎㅎ
식빵 한쪽에 바나나, 토마토, 포도, 브로콜리, 삶은 계란 그리고 우유 한 잔입니다. '빨주노초파남보'는 아니라도 이만하면 배색도 아름답지 않은가요. 어~, 떨어지려고 하네, 어느 한 가지도 흘리거나 떨어트리면 안되지, 조심 조심 입으로 넣어야지.. ^^
생활은 매사 순간 순간들이 어려운 일이든 쉬운 일이든 즐거움이 될 수 있고 기쁨이어야 합니다. '양식(良識)은 마음으로 먹고, 아름다움은 눈으로 담고 그릇됨은 생각으로 버려야 합니다.'
2014년 8월 2일 <鄕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