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토를 달기 전 몇 자의 인사를 드립니다. 늘 제천시민의 건강 증진과 결집을 위해 좋은 자연과 접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 이끌어 주시는 제천시산악연맹의 관계자와 강석주 전무의 수고에 고마움을 드립니다. 제천시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의림지와 농경지가 입증하듯 농경인의 순박하고 겸허한 향토색이 짙은 아담하고 귀품 있는 고장입니다. 위로 존경하고 아래로 베풀고 서로 간에 도타운 정 살갑게 나누는 심성은 바로 자연과 의림지가 빗은 주변 환경의 결실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좋은 자연환경이 잘 존속되어 제천의 아름답고 오랜 전통에 의해 뿌리가 되어 그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으뜸가는 친환경도시와 함께 그 아름다운 환경을 닮아 소박한 행복을 구가하시는 제천 시민께 타지에서 태어나 살았던 삼자의 시각으로 보고 느낀 점을 가감 없이 드리는 말씀입니다. 더한 자긍심으로 전통적인 농경의 발상지적 자부심과 아름다운 산과 들로부터 이어받은 품성이 유구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아침, 일찍 도착한 운동장에 오늘 함께 산행하실 형제님들 몇 분이 벌써 도착해 계신다. 뿌리도 내리기 전 다시 2년 가깝게 서울에서 지냈음에도 서먹함 없이 두 분이 내게 인사를 건네신다. 나 또한 많이 반가웠고 이렇게 반겨 맞아주는 그 소박함에 형제의 정을 느낀다. 세종대왕과 소헌왕후 사이 제5왕자로 탄생하신 광평대군 할아버지를 태두로 조상 대대로 서울에서 태어나고 뼈를 묻은 선조들께서 계신 고향을 떠나 난생처음으로 타지생활을 생각한 것도 6년 전 우연히 제천 의림지에 왔다가 내 어릴 적 꿈을 키웠던 옛 서울의 모습을 옮겨놓은 듯한 제천시와 질박하지만 속되지 않고 진솔한 사람들의 성품에서 옛 서울의 정을 느껴 마침 분양 중이던 아파트를 망설임도 없이 그 자리에서 계약하고 어느 날 홀연히 서울을 등지고 찾아든 제천, 자연의 한 티끌로 태어나 인간에서 자연을 닮고자 주변의 산과 들을 찾아다니다가 좀 더 산을 알고 자연의 섭리를 깨치고 싶어 가입한 제천시산악연맹카페를 통해서 산행을 다니며 알게 모르게 나름 도타운 정을 나눈 분들이다. 이곳 제천에 살면서 내 인연 있는 괴산과 그 언저리는 수없이 승용차로 오갔지만, 칠보산은 가본 적이 없어 그 칠보산이란 이름에 최면이라도 걸린 양 어느 날 혼자라도 갈 생각을 늘 떨치지 못하던 중 제천시산악연맹카페에서 공지를 내어 운 좋게 편히 갈 수가 있었음을 감사드립니다. 작년 가을 포항에 있는 칠보산국립자연휴양림에 2박3일정으로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 칠보산의 이름의 유래는 일곱 가지의 보물이 있다하여 칠보산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나는 무슨 경옥(瓊)이나 수정 같은 보석류의 돌이 매장된 산인가 싶어 원석이라도 하나 줍게 되면 도장이라도 하나 새길까 싶어 잔뜩 기대를 가졌는데 알고 보니 그 사연인즉 이랬다. 고려 중기에 중국 사람이 칠보산의 샘물을 마셔보고 "샘물 맛이 보통 물과는 다르니 이 산에 일곱 가지 귀한 물건이 있다"하여 주민들이 찾아 본 결과 돌옷, 더덕, 산삼, 황기, 멧돼지, 구리, 철 등이 나와 그 후 칠보산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전설에 그만 피식 웃음이 났던 적이 있는데, 괴산 칠보산의 보물은 어떤 것이 있을까 산행 내내 두리번거려 보물이 될 만한 것들을 나름대로 찾느라 이리저리 살펴보기에 여념이 없기도 했던 것은 영덕 칠보산에서 지녔던 그 원석의 꿈을 행여나 싶어 살짝 가져본 산행이었습니다. ㅎㅎ 버스에서 내린 시각은 08시34분. 앞 승용차의 번호가 우연찮게 내 행운의 숫자 1111입니다. 좋은 징조로군요. 이 산의 7가지 보물을 모두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즐겁게 산행들머리를 향해 나갑니다. 무언가 꺼리가 있어야 살고 꺼리가 있을 때 옆도 뒤도 보지 않는 일의 문제를 향한 집념이 발동하는 순간입니다. 오늘의 내가 살피고 찾아야할 일은 일곱개의 보석입니다. 그럼, 보물찾기 출동입니다.
떡바위 들머리에 다가서 보니 나무로 만든 계단과 다리가 놓였습니다.
체크인 되고.. 계단을 내려가면 계곡으로 들어서는 줄 알았습니다.
계곡을 거슬러 이어진 나무통로
검푸른 소나무 숲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몸에 있을 세균을 박멸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피톤치드를 준비하고 맨 앞에 있는 것은 숲을 지키기 위한 소나무의 責務이기도 합니다.
계곡 위로 약간의 아취형으로 놓인 다리를 건너 검은 불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짙은 녹음의 숲으로 들어섭니다.
다리 중간에 서서 바라본 계곡 하류쪽 전경입니다.
다리 중간에 서서 바라본 계곡 상류쪽 전경입니다.
들머리 초입에 뼈도 으스러트려 씹는다는 하이에나의 강력한 턱과 톱날 같이 날카로운 이빨처럼 생긴 조각난 돌들이 널려 있는 사나운 길입니다.
산은 온통 돌들인데, 부식토가 쌓여 하늘도 보이지 않는 수림을 길러내고 있습니다.
암반으로 이루어진 계곡에는 흐르는 물은 없지만 요 며칠 내린 비로 하이애나 점박무늬처럼 물웅덩이를 듬성듬성 이루고 있습니다.
짙은 숲길을 따라가는 행렬에서 문득 옛 군복무시절 잠복을 위해 산속으로 행군하던 생각을 떠올립니다.
선두는 정신적 책임이 막중하지요. 그 분이 가는 길이 곧 내 길이니.. 자칫 길을 잘못 들어서면 모두가 헤매게 되기에 선두대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지요. 고로 대원은 선두의 지침을 잘 지켜야 합니다.
뒤에서 두 번째 가는 자매님 모습에 조선시대 나그네의 복색을 차려 입힌다면, '청전'이나 '겸제'의 산수화 속 금강산을 유람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몰래카메라에 매료되어 나도 몰래찍기를 시도 했는데, 가시던 길 앞이나 보고 가시지 왜 옆은 쳐다봐서 그 멋있는 폼을 망치십니까! 에 휴~~
곰삭은 바위에서 태초의 숲을 봅니다.
바위돌이 하얗도록 씻겨주던 물은 다 어디로 갔는가, 내 친구 가재들은 어찌 살라고...
돌을 놓아 만든 정겨운 계단은 그 정만큼이나 겨운 힘 들이지 않아도 가쁜 합니다.
멋진 깃발을 배낭에 꽂고 맨 뒤를 가는 이의 멋진 모습만큼이나 역할도 아름답습니다. 힘이 부쳐 처지는 대원이라도 있으면 챙기는 배려 산행의 꽃입니다.
칠보산 짙은 녹색터널을 나무들이 뿜어내는 그 좋은 피톤치드로 알 수 없는 미세한 도심생활에서 옮겨 붙은 나쁜 세균들을 박멸하고 좋은 공기로 심폐도 청소하며 완만하게 오르고 있는데, 어느 형제가 말씀하길 전에는 저 능선으로 갔는데 바위산이었다는 말에 조용하던 내 상념이 갈등과 조바심으로 파장를 친다. 능선은 좀 험한 바위능선이라는 형제의 말씀에~~, 이제까지 좋았던 삼림소독도 심폐의 상큼한 청소도 꿈처럼 사라지고 오로지 바위능선 생각뿐이다. 어떤 바위들이고,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나를 시험할까 호기심과 번민이 끝이 없다. 왜! 저 길을 외면 하셨는가요. 이끌어 주는 이여~~,
출연진은 바위와 나무 그리고 물과 하늘뿐이지만, 관객인 까다롭고 변덕 많고 이기적인 인간으로 하여금 탄성과 기쁨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바위도 나무도 물도 하늘의 구름도 악을 순화시키는 무한한 진리의 능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휴식 중 무언가로 소진된 기운을 보충시켜야 하는 시간입니다. 가볍게 활기소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저는 포도를 제일로 칩니다. 더불어 약간의 치즈도 필요로 합니다. 몇 년 전 신선봉을 나 홀로 산행하다가 찌는 뜻한 무더위에 그만 탈진하고 말았는데, 평일이라 오가는 이도 없으니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데, 물은 떨어지고 다만 포도 열두 알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중 두 알을 먹고 나무 그늘에 누웠다가 정신이 좀 들면 걷다가 다시 정신 줄이 가물거리면 그늘에 누워 포도 두 알을 먹고 이렇게 6번을 반복해서 겨우 절에 도착하여 도움을 받아 탈 없이 살아온 적이 있었기에 언제나 내 여름산행에는 포도가 필수로 자리매김 되었습니다.
이건 뭘까! 구를 것 같지 않은 바위 밑에 틈이 있다고 버팀목도 될 수 없는 나뭇가지를 받쳐 놓다니.. 사람은 자연에게 오만으로 온갖 상처를 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자연 앞에 나약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무연 중에 내 비칩니다. 얼마나 간사스런 이중성을 지닌 동물인지 스스로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민간신앙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에 나 자신에게도 자조합니다.
녹색의 삼림 속을 경쾌하게 걷을 수 있는 것은 좋은 산소의 덕분이기도 하지만, 녹색이 주는 시각적 편함입니다. 녹색은 보고 있으면 우리의 감정을 순화시키고 평온을 느끼게 하는 안정제 같은 묘약이 됩니다.
오늘 우리를 이끌어 주는 대장입니다.
그리 높은 지대도 아니건만, 가뭄으로 흘러야할 물이 없는 폭포, 폭포는 폭포인데 물이 없다. 그럼, 무슨 폭포라 해야 합니까!
드디어 능선상인 재에 올랐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 산허리를 오르는 고행은 끝나고 땀을 식혀줄 바람이 부는 능선 길은 즐거움 반, 기쁨 반입니다.
후미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땀과 열기를 식히는 중입니다.
먼 산 한 번 바라보고 다시 출발,
두어 발짝 옮겼는데 계단이 기다리고 있네요. 이럴 때는 한 계단 오를 적마다 어려서 곱고 예쁜 여선생님이 풍금을 치며 가르쳐 주던 노래를 부르며 오르면 거짓말같이 힘 하나도 안 듭니다. 무릎 아프거나 힘드신 분 꼭 그렇게 해 보세요. 진짭니다.
방법은 또 있지요. 오르다 하늘의 구름이 변신하는 요술을 보는 것과 건너 편 산을 보는 일입니다. 다리 하나도 안 아픕니다.
가끔 딴 짓거리하다가 일행을 잃고 불안할 때, 일행을 찾을 수 있는 사막의 물처럼 구세주 같은 분들입니다.
아주 멋진 한 봉우리에 올랐습니다. 좋은 전망에 멋진 바위, 내가 좋아 못 견디는 그런 여인만큼 아름다운 곳입니다.
위의 가지가 휘어지고 비틀어지고 멋스럽게 꺾인 절지가 아름다운 소나무를 보고 담았습니다.
전망대의 풍경입니다. 힘들게 올라오던 어려움을 멋진 경치와 한 줄기 바람 결로 한 순간에 날려보낸 평화로운 모습들을 봅니다.
벼랑으로 이루어진 좌측을 대변하는 주의표시판이 보입니다.
오리주둥이를 연출할 수 있는 이 바위를 찍으려고 하면 줄지어 오는 인사들 때문에 점점 멀어지는 일행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만 되고 결국 자진철수하면서 그래도 아쉬워 담은 사진입니다. 이럴 땐 홀로산행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습니다.
바위봉우리에서 둘러본 풍경 속 먼 산들의 위용입니다.
뿌연 연무에 군자산이 열 받았답니다. 머리에 열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리고 있습니다.
얘는 보배산인 것 같습니다. 칠보산 정상에서 얼핏 들었기에..
이산저산 둘러보고 헤집어도 내가 찾을 보물은 보이질 않고 아름다운 봉우리만 보이는구나.
가물가물 아득한 산맥에 대비로은 백옥처럼 흰 바위, 그 자태 고아롭다. 백록(白綠) 너머에 가물가물 거리는 연무속 준령.
자연이 빗어놓은 탑에 사람들이 올려놓은 돌멩이들, 탑을 공들여 쌓았다고 말하고 싶고, 회심의 미소도 떠올리겠지, 그런 공을 자신의 가슴 속에 쌓았다면 저리 돌멩이를 아름다운 자연에 올려놓는 짓거리는 안했으리..
괴석에 소나무가 어울림을 함께하니 조화롭다. 다만 흠이라면 미숙한 사람이 쌓아놓은 돌멩이가 있는데, 돌멩이가 무슨 죄랴 조잡스런 사람의 마음가짐이지..
지나치려다 본 바위 하나 그 뒷모습을 또 어떤 모습일까 싶어서 돌아서 가보았더니..
작고 예쁜 소나무가 바위 뒤에서 매력적인 몸매로 얼굴을 쏘옥 내밉니다.
돌아가서 아에 바위위로 올라서 보니 이렇게나 멋진 감동을 안겨줍니다. 순간 내가 찾고 자는 칠보산의 보석 중에 이 바위봉우리와 너무도 고귀한 이 작은 소나무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希岩生石松壽千年活祈>
오묘한 바위 깊은 곳에
더없는 청아함으로 한 줄기 생명의 뿌리를 내린 그 숭고함이여
참으로 신묘하구나!
그 단단한 바위에 뿌리를 내리다니..
신비롭기에 앞서 범접할 수 없는 존엄과 신령스러움을 느낀다.
부디, 사악한 손길 미치지 못하고, 천년의 천수(天壽)를 빌고 또 비옵나니.. <鄕>
나 낙동강 오리알이 된들 어떠랴 네게서 발길을 땔 수 없구나, 보고 또 보며 너의 천수를 빌고 빈다.
이미, 많은 인원의 여러 산악회의 사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마당에 자주 주변에 매료되어 자연과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 새 선두가 어디 쯤 가는지, 후미가 어딘지, 모르고 당황스러워 멈췄던 시간을 채우려고 앞만 보고 치달린다. 이때 누군가 "바쁘시지 않으면 잠시 머물다 가시지요~~! " 돌아보니 그렇게 반가울 수 없는 얼굴들이 진솔한 미소를 짓고 있다. 수십 개월 서울서 지내다보니 얼마간 뵙지 못해 이름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이 지방 특유의 진득하고 소박한 품성과 표정이야 잊힐리야 있겠는가! 내 어린 시절 동무의 정을 느낀 사람들인데..
해맑게 행복한 이 미소는 이 분들만이 알겠지만, 감히 정의를 내린다면 산이 좋아 산을 찾고 산을 닮은 이들의 고유적인 미소일 것이다.
드디어 칠보산정상인가 보다 바윗길 끝에 하늘만 보인다. 옆에 우회길이 있지만 그대로 넘어서니 바로 칠보산표석이 검게 탄 얼굴을 들이민다.
몇 사람이 기념사진을 찍고 난 다음, 얼른 표석을 사진기에 담았다. 뒤이어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 이런 기회를 얻기 힘들다.
산행 종결지인 절말로 내려가는 입구. 바위에 계단으로 설치해 놓았다.
이정표는 많은 사람들의 인증 샷의 배경이자 길맹인 내게 절대적인 존재다. 여기까지 이끌어 주시느라 수고하신 대장님께 감사로 한 컷.
칠보산의 전망대 격인 자연으로 이루어진 넙적대. 넙적대는 나의 발상적 애교입니다. 칠보산님 노여워 마세요. ㅎ 사람들의 발길을 거부 않고 넙적넙적 덕성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를 주었습니다.
<장성봉/長城峰 915m>
긴 장성을 돌려 쌓은 듯 길고 장엄한 모습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온다.
<대야산/大耶山 931m>
대화산으로 알려져 왔으며, "한국지명총람"에 의하면 큰 홍수가 일어났을 때 봉우리가 대야만큼 남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옥녀봉/玉女峰 596m>
군자산과 비학산 사이에 감추오져 있는 산의 형세가 마치 수줍게 숨은 소녀의 모습처럼 보여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보배산/寶賠山 750m>
일제강점기 때 금부처가 나왔다는 전설이 있어 보배산(寶賠山)으로 알려져 있고, "1921년 조선지형도"에 의해 '보개산(寶蓋山)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린다.
<장성봉/長城峰 915m>
설명판을으로본 장성봉 같은데 맞는지 모르지만, 긴 성을 쌓은 것 같은 형세에 장군봉이 맞을 것 같다.
군자산 옆에 있으니 비학산이 아닐까
<군자산/君子山 948m>
옛 부터 송시열, 이황, 등 덕망있는 선비들이 머물기도 했고 주변에서 가장높은 산이라는 의미로 군자산으로 불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옥녀봉이 있을 위치인 것 같은데 연무로 알 수가 없고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하얀 바위에 뿌리 내리고 청청한 소나무 한 그루에 이끌려 담았을 뿐이다.
나무는 죽어서도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더욱 고아롭고 도도하기 이를 데가 없다.
난 사진을 잘 찍지 못한다. 인물사진은 더더욱 그렇다. 곱고 밝은 얼굴을 그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음영감이 깊다. '미형' 님 미안합니다.
플래시를 사용했어야 했는가, 님들의 추억을 걷어낸 것 같아 기분이 언짢다. 그저 미안할 뿐..
칠보산 정상에서 도착지점인 절말까지 4.3m. 오름도 능선도 아닌 계곡을 끼고 가는 길이란다. 이제까지 등성이와 바위를 타고 오르며 양기가 축적됐음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음기 가득한 계곡을 가기에 문제없을 것 같다. 반대로 여성은 바위봉우리와 등성이에서 음기를 소진하고 왔으니 하산 길 계곡에서 소모되었던 음기가 보충될 것이다, 이와 같이 음양을 적절히 조율한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요 몫이다.
점심식사와 휴식으로 되찾은 기력으로 다시 출발을 점검하고, 하나 둘 채비를 한다.
방방곳곳에서 모여든 사람으로 높고 낮은 봉우리마다 울긋불긋 꽃이 피었네.
어느새 정상이 사람인지 사람이 정상인지 구분이 안된다. 휴일산행은 나에게 있어나 언제나 혼란스럽다, 그래서 주말을 피해 주로 나홀로 산행을 즐긴다. 대열의 규칙도 일행을 의식하거나 어림잡을 일도 없이 풀 한포기 나무 하나 바위 하나에 요모조모 살펴보고 느끼는 희열, 감미로움, 신비로움에서 나의 하느님의 경이로움을 보고 나의 오만들을 떨쳐버리며 마음을 비울 수 있기에..
드디어 하산 길에 오른다. 사진기를 들고 많은 분들의 순간의 행복과 기쁨을 영원히 잡아 아름다운 추억으로 선물하시는 덕스럽고 인정 깊은 강석주 님 애 많이 쓰십니다.
비탈진 돌능선에 곧곧이 선 저 소나무의 기상과 운치 있게 휘어 꺾인 가지의 절묘한 자태를 아끼는 마음이 절로 솟는다.
밝은 표정의 자매님의 전담사진사 넘어로 살짝 훔쳐 담은 모습. 그 즐거움 늘 이어가시길...
철재다리를 이용해 내려온 봉우리의 모습은 그냥...
죽어서도 그 도도한 아름다움을 더해 가고 있는 나무의 틀어진 몸매에 기묘한 몸짓
뒤돌아본 칠보산 정수리는 수많은 사람을 보듬고 앉아 고요한 세월만 흘린다.
이 사진이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산행 내내 다정함이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
아담한 도시여서 모든 분들이 선후배, 동창, 고향 친구일 것 같습니다. 도시 전체에서 풍기는 도타운 분위기에서...
여지없는 거북의 모습입니다.
먼 산, 그리고 대각선을 이룬 절지도 아름다운 건강한 소나무들.
바위와 소나무는 무슨 관계일까, 소나무는 유독 바위에서 더욱 싱싱하고 그 기백과 자태가 더욱 돋보인다.
아름다운 풍경속 두 분, 잘 조화를 이룬 사진이다. 사진값을 받고 싶은데, 강전무께서도 똑 같은 장면을 담은 것 같으니 그럴 수 없어 아쉽다. 그래도 주신다면 사양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
줌으로 멋지게 잡으려는 순간, 그만, 안타깝게도 손을 올리신 형제님, 고개 숙이신 자매님...
이 두 분은 그래도 덜 아쉽군요.
빼어난 경치 보기드문 풍경입니다.
가지의 아름다운 모습, 그 굽어지고 틀어짐에 춤을 추듯 요염한 여인의 자태를 봅니다.
바위들이 옹기종기 모여 정담을 나누고 있습니다.
길가에서 밝은 미소로 오가는 이의 피로를 놓고 가랍니다. 노랑꽃의 나리 맞나요.
이제 겨우 칠보산 정상을 벗어나 활목고개로 들어서기 위해 내려가고 있습니다.
절말까지 3.6km가 남았습니다. 정상에서 겨우 700m 거리인데, 무려 40분이 걸렸습니다. 그 소요된 시간만큼 아름다운 구간이었습니다.
활목고개에서 능선을 피해서 계곡을 향해 내려가는 길입니다.
계곡이 보입니다. 계곡을 끼고 내려가는 이 길은 절말까지 이어집니다. 이제부터는 계곡과 폭포를 감상하며 갈 수 있으리라 기대가 됩니다. 계곡과 폭포는 아름답지 않습니까
계곡을 끼고 가지만, 무성한 나무에 은밀히 숨어있어 궁금증에 견딜 수가 있어야지요. 이제 것 岩峰에서 넘치도록 충전한 양기는 어떻하라고, 이건 아니다 싶어 계곡으로 내려가 보았습니다.
폭포는 더 깊은 곳에 숨어있나 봅니다. 맑은 비취색 물이 저보다도 큰 나무들을 한 줌으로 담고 나마져 담으려고 합니다.
물은 모든 생명을 잉태하고 생산하며 키우는 것에서 어머니와 같습니다.
아담하고 예쁜 작은 절벽 아래 올망졸망 귀여운 돌멩이, 맑디맑은 물, 보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입니다.
바위에 핀 이끼의 무늬 아름다운 것은 억갑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훈장 같은 것이기에..
님들은 오솔길 따라가기에 여념이 없고, 나는 계곡따라 흐르는 물이 되어 깊고 깊은 곳에 숨은 폭포를 찾아 몸을 던져 하나가 된다.
아담하고 단내나는 이 폭포는 고갯마루턱에 고즈넉이 자리한 주막집 주모를 닮았구나.
아기자기 예쁜 이 폭포는 뒤채 아가씨를 닮았네,
얕은 물은 아가씨의 연한 녹색 저고리 색깔, 깊은 물은 청록의 치마 색깔이네.
다시 오솔길로 나와 지체됐을 발걸음을 독촉한다. 점말주차장은 아직도 1.5km가 남았으니 님들이 지나갔더라도 따라 잡을 수 있겠다.
계곡을 끼고 가는 오솔길은 마냥 호젓하고, 내 마음도 발길도 유유롭다.
궁금한 마음에 계곡을 들여다보니 이제까지와는 달리 북적이는 사람들 한 여름의 피서객인것 같다. 부디 흔적을 남기지 않았으면..
허참, 그림보다 아름다운 자연, 저리 곱고 맑고 맑은 물에 웃통 벗고 뛰어든 저 사내, 밤이면 선녀가 내려오는 아름다운 곳에 저 무슨 기괴한 모습인가. 아이들 보는 내가 부끄럽다.
누군가 신고를 했나보다 국립공원관리원이 나와 사진 찍고 제지하니 마지못해 물에서 나간다. 그 모습 초라하기 짝이 없다.
님들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이른 것일까, 늦은 것일까! 다시 걸음을 독촉하니 어느새 계곡에 가로 놓인 다리 건너 check in outside.
공원관리소를 바라보고 가는 도중 잘 생긴 소나무의 싱싱한 푸름과 푸른 산 사이로 빼꼼 보이는 바위봉우리를 아울러 담는다.
관리소 앞 계곡에 쌍곡폭포의 팻말이 보인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지나치면 정도(正道)가 아니기에, 당연히 간다. 어떤 여색일까 궁금하다.
폭포가 바라보고 있는 계곡에 물억새와 소나무가 그림같이 아름답다.
<쌍곡폭포/雙谷瀑浦>
쌍곡구곡(雙谷九谷) 중 제7곡으로 8m 정도의 반석을 타고 흘러 내린 물이 마치 여인의 치마폭처럼 펼쳐진 660㎡의 넓이로 흘러 주변을 간담이 서늘케 할 정도의 시원함을 주는 곳이다.라고 게시되어 있다.
폭포 앞 넓은 수면을 치마폭에 비유한 것은 참 잘한 것이다. 이 폭포는 여염집 아낙이나 규방의 아가씨와는 다른 남정네들를 헤집는 여인의 모습을 연상시키니 드리는 말입니다.
산행의 여독을 풀고 가게끔 강 전무께서 이끌어준 주막입니다. 우물가(어울리지 않는 수도이기에 표현을 달리합니다.)에는 수세미에 참나리꽃, 연지 바른 새색시의 볼인 양 발그레 익어가는 여주가 어려서 집 마당에 가꾸던 꽃밭을 떠올려줍니다.
우리 어려서 집 안 마당가 꽃밭에 철마다 심던 친근한 박과 식물이지요. 한 동안 볼 수 없었는데 이렇게 대하니 어린 시절을 만난 듯 즐겁습니다. 요즘은 여주열매가 당뇨에 좋다하여 많이 수입되고 있습니다.
건배의 순간입니다.
이 화기애애한 모습, 여느 모임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정경입니다. 모든 분들이 제천의 특수한 환경의 영향을 받은 수더분한 품성과 아담한 지역이 가져다주는 인맥 즉 학교 선후배이기 쉽고, 동네 친구이기 십상이니 형제와 같은 정이 우러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도 듭니다. 큰 도시에서는 보고자해도 볼 수 없고 찾고자 해도 찾을 수 없는 도탑고 살가운 모습입니다.
고안하고 기획해서 좀 더 좋은 곳으로 이끌어 주기 위해 바쁘신데, 늘 넉넉한 웃음과 이끌어 줌으로 안전한 산행과 기쁨을 주시는 것도 마음에 차지 않음일까 연실 맛있는 음식에 덕을 버무려 담아 가져다주십니다. 그만 좀 앉아 한 잔 하십시다. 강 전무님~~ 오늘 고마웠습니다.
형제들만이 나눌 수 있는 진솔함도 나눌 수 있는 향토적 품성이 뿜어내는 분위기 보기에도 부럽습니다.
제가 마신 잔입니다. 술은 못해도 막걸리는 두어 사발 마시는데, 황금 빛깔에 현혹되고 달착지근 감도는 맛에 홀려 세 양재기나 마셨으니.. 이튼 날 고생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그 맛의 여운에 기회되면 또 마실 것 같습니다.
2014년 7월27일 <鄕香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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