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飮 食 店

장릉보리밥집

鄕香 2014. 6. 15. 17:12

장릉에 도착하니 마침 점심때가 되어 장릉을 돌아보고 식사를 하면 시장할 것 같아 장릉 옆 입소문으로 들은'장릉보리밥집'으로 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느냐 고 여쭈니 한 시간 반 정도 기다려야 한다기에, 한 시간 넘게 장릉부터 둘러보고 다시와보니 기다리는 사람들 여전히 많고 기다려야 할 시간도 마찬가지 그렇게 한 시간을 기다리고 상머리에 앉아 음식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닫힌 창문가에 예쁜 잠자리 한 마리, 참 크고 멋진 이 잠자리는 어릴 적 시골이나 다름없던 초가집에 논밭 어우러진 서울 왕십리에 살 때 종종 보던 잠자리였습니다. 그런 잠자리를 60년을 넘어 보았으니 어릴 적 동네친구를 만난 감회였습니다. 그냥 두면 밖으로 나가려다 부딪쳐 잘못될까 싶어서 어린 시절 잠자리 붙잡던 솜씨를 되살려 살며시 붙잡아 이렇게 인증을 남기고 밖으로 날려 보내니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반시간을 기다려서야 기대하던 음식이 나왔지요.

  

 

우리는 어려서 이 잠자리를 '조잠자리'라고 불렀는데..

 

 

 

 

 

시원한 묵사발도 한 그릇,

 

 

푸성귀일색이지만, 싱싱한 채소로 만든 여러 가지 나물에 감자가 석인 보리밥을 넣고 쓰윽 비벼 먹으니 왕십리 살 때 텃밭에 심었던 무공해 푸성귀 맛이 그대로 살아납니다. 특히 보리밥은 통보리쌀을 한 번 삶았다가 소쿠리에 담아 놓았던 것을 감자를 넣고 다시 지은 밥이라 부드럽고 구수하고 감칠맛을 느끼게 합니다.  

 

 

나는 나물이 짜지 않아 남김없이 넣고 비빈 대신 고추장은 넣지 않고 된장찌개만 조금 넣었습니다. 여러 나물의 특별한 맛을 즐기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렇게 모두 나처럼 비웠네요.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모두 서둘러 자리를 비워주는 것은 이 집을 찾는 이들의 매너입니다. 내가 많은 시간을 기다려봤기에... 

 

 

저희 다음으로 들어갈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습니다. 좋은 재료와 정성담긴 음식과 맛에 다시 찾아오고 싶다는 생각이듭니다.

 

 

2014년6월7일 <鄕香>

'그냥 > 飮 食 店'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대통절밥  (0) 2013.05.27
백암 박가네 순대국  (0) 2013.04.28
궁평식당(광주군 도척면 궁평리279번지)  (0) 2013.04.14
울진 왕비천 게요리집 / 이게대게  (0) 2012.12.30
서귀포"쌍둥이횟집"  (0) 2012.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