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飮 食 店

지리산대통절밥

鄕香 2013. 5. 27. 17:29

 

 

 

 

무려 20여 가지나 되는 나물과 밑반찬, 구수한 된장찌개, 그리고 생대나무를 잘라낸 대통 속에 대추, 은행, 인삼, 밤, 반미콩, 등과 혼합한 쌀을 넣고 그 위를 연잎으로 덮고 한지로 덮어 싸서 쪄낸 대통밥의 그향기로운 맛을 어떻게 옮겨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각종 나물의 찬과 더불어 남김없이 배불리 먹고 나서도 침샘을 자극하고 입 안 가득 은은한 연과 대나무의 향이 감미로워 또 입맛을 다시게 합니다. 밥을 이렇게 맛있게도 하는구나! 참 놀라울 뿐입니다. 서울에서나 더러 지방에서도 대통밥이란 것을 먹어 봤지만, 그냥 시늉만 한 것이라 것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작년에 순천에 왔다가 이집을 처음 들려서 잊을 수 없는 맛의 소박함, 자연을 그대로 음복한 영양식을 잊을 수 없어 '순천세계자연공원박람회'에 온 김에 찾아왔더니 여전히 변함없는 맛에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새콤하고 더덕향이 짙은 이 찬이 잘 마실 줄도 모르는 막걸리를 청하게 했습니다.

 

 

 

산골의 초막 같은 호젓한 맛을 느끼게 한 두릅과 선비의 文香이 은은하게 입 안을 감도는 죽순 탓에 술 한 병이 한 잔의 술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한지로 주둥이를 둘러 덮어 찐 대통밥.

 

 

 

겉옷(한지)을 벗기니 그 향기로움도 황홀한 속옷(연꽃잎)이 속살을 감추고 수줍은 듯 발그레 물이 들었습니다.

 

 

 

연꽃잎을 걷어 올려 입에 넣으니 천하의 모든 감미로움이 내 입 안에서 감돌고 있소이다.

 

 

 

뽀얀 대통 안에 이 음식을 절밥이라 했는가요. 어찌 수도승이 이런 밥을 먹었겠어요. 먹어 본 바로는 이 음식은 옛 신선이나 들었을 법 하오이다.

 

 

 

펼쳐 진 찬을 보니 절로 한 잔 술이 생각이 나더이다. 맑은 술은 정신도 말짱할 것 같아 걸게 취하고자 막걸리를 시켰습니다. 막걸리 중에도 마시면 엎어진다는 그 속설도 황홀한 산수유로 걸러 낸 막걸리를 말입니다. ㅎㅎ

 

 

 

먹고 난 대통은 그냥 버린다기에, 너무 아까워 나올 때 세 개를 가지고 왔습니다. 옛 시대에는 이만한 대통이면 필통도 만들었기에.. 

 

 

 

대통 겉면을 잘 다듬고 서툰 솜씨로 한 면에 정성껏 연꽃을 그렸습니다. 대통밥에 들었던 연꽃잎의 은은한 향이 그리웠습니다. 나머지 둘도 마저 만들면 함께 했던 연밥통 주인에게 드려야겠지요. 

 

 

 

또 한 면에는 이 사람의 手決을 그렸습니다. 

 

 

 

고맙습니다.

2013년 5월19일 <鄕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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