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갑산 주변을 돌아보기 위해 하룻밤 숙소로 정한 금호리조트 앞은 대천해수욕장입니다. 철도 철이지만, 맥주병인 주제에 수영은 꿈도 못 꾸고 해변과 바다 보는 재미와 행여나 석양의 황홀경에라도 젖어 볼까 싶어 해수욕장모래사장을 거닐어도 보고 동쪽 화산암들로 이루어진 海岸도 돌아보며 서성거렸습니다.
정면으로 해를 향해 담은 사진입니다.
대천해수욕장은 넓은 모래밭이 유명했는데, 20년 만에 와보니 전보다 모래밭이 많이 침식되었습니다. 대천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고 도시가 커졌건만 정작 대천해수욕장은 옛날의 아름다운 그 빛을 잃어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모래밭에 남긴 수많은 발자국 누가 남기고 갔을까! 행여나 내 그리운 이들이 남기고간 것은 아닐까 생각하니 저 수많은 발자국들이 왈칵 그리움이 됩니다.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웬 묘령의 여인이 보잘 것 없는 나를 유심히 쳐다봅니다. 혹시 동화에 나오는 우렁각시는 아닌지, 그럼 福 넝쿨채 굴러오는 거죠, 그런데 알랭드롱이나 '제임스 딘'도 아니고 그런 福이 나에게 있을 수 있겠어요. 그래도 혹시나 싶어 사진기에 담았습니다만 역시 반응이 없었습니다. '바보인가 보다'라고 스스로 나를 위안하며 발길을 돌렸지요.
검은 바위들이 있는 해안 쪽입니다. 바위의 표면이 악어의 등짝 같기도 하고 소 위장의 천엽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옛 선비의 글씨로 보이는 '水金剛'은 아름다운 이곳 바위와 풍경을 평한 글이며 또한 그 필체의 수려함으로 기이하고 아름다운 바위에 그런대로 어울린다 할 수 있지만, 그 주변에 좀스럽고 잡다한 글씨는 왜 눈에 거슬릴까! 그렇게도 이름을 남기고 싶으면 역사에 한 줄이라도 남기시기를 ...
이런 석질의 돌을 응회암이라고 하던가..
떨어져 내리다가 바위에 걸려 멈춘 큰 바윗덩어리 가운데에 소나무 한 그루가 싱싱하고 푸르게 자라고 있습니다.
바위에 검은 표면의 문양이 꼭 한반도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용암이 엉겨붙어 이룬 암석지대가 이렇게 있다는 것은 이 해안 어디에 분화구가 있었나 봅니다.
척박한 바위 틈새로 한 생명이 살겠다고 열매도 맺어가며 모질고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생명은 진실로 소중하다는 것을 보이듯이..
무섭게 검푸른 바다 위에 저물어가는 해가 바다 속으로 풍덩 빠질 것만 같다 그-지~~ , 언제나 딸아이가 보고 싶을 때면 3~6살적 어린 시절의 그 눈에 밟히던 모습이 떠올라 이렇게 가슴으로 웅얼거립니다.
어둡기 전에 이 날카롭게 이를 들어내고 있는 바위지대를 벗어나기 위해 다시 모래사장 쪽으로 가다가 멋진 바위들이 눈에 들어와 잠시 머물던 곳입니다. 마치 의자들을 이리저리 놓아 둔 것처럼 보입니다. 멀리 다정한 두 연인의 모습을 초점에 두었습니다.
아름다운 노을을 닮은 석양의 바닷가 일몰을 담아 보려고 무작위로 담고 있습니다.
모래알 같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우리는 부녀의 인연으로 만났는데, 어찌,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그리움만 쌓고 살아야 하는지, 너무 가슴이 아프고 서럽구나 내 아이야..!
흡족한 모습을 담을 수는 없었지만, 그 중에도 가장 마음에 두고 싶은 일몰광경입니다.
무엇이 나를 이 토록 슬프게 하는가! 그 아둔하고 몹쓸 형제는 왜 내 눈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하는가!
파도는 이렇게 예쁜 무늬로 수를 놓고 어디로 갔을까! 그지- 아이야...
지금 네가 여기에 있다면 소라도 줍고 예쁜 조가비도 주으며 예쁘게 웃었을 텐데, 그 시절이 너무 그립고 보고 싶구나, 세월은 다시 못 올 곳으로 밀려 갔는데 ...
저 떨어지는 해를 보면 그랬겠지, "아빠 해가 바다에 떨어지면 다시 볼 수 없는거야! 그러면 너무 깜깜해 무서워! "
금빛 찬란한 석양빛으로 치장한 저녁노을 물들일 때 만선으로 귀항하는 어부들의 노랫소리 흥겹고 갈매기의 노랫소리 처량하다.
해는지고 달이 떠 오릅니다. 또 이렇게 세월은 나를 밀고 가는데, ' 아, 생각이 납니다. 지나간 세월...
생각이 납니다. 그리워라 지나간 세월~~,
저므는 저 해를 붙잡고 싶다. 보는 내가 너무 슬퍼서..
이제 마지막 열정을 사력을 다해 쏟아내고 수평선 그 넘어로 저물어가는 순간입니다.
아,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은데, 그 아이와 함께이고 싶은 곳이 너무도 많은데...
대천 한화리조트13층에서 내려다 본 밤의 십자로, 이제 내가 달려갈 수 있는 꿈길이 열리는 밤입니다. 모든 사념을 접고 오직 희망과 소망을 이룰 수도 있을 꿈길로 갑니다. 그 아이를 보듬고자 달립니다. 두 눈을 꼭 감고...
2013년11월13일 <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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