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琫親會

어머니,

鄕香 2013. 4. 28. 17:34

<내 엄마 머무시는 곳>

 

보기에 편함을 주는 번듯한 건물처럼

내 엄마의 심경도 그러실 수 있다면

그러실 수만 있다면

나 한 마리 나비되어 훨훨 춤추며 날으리 날아오르리..

그러나 가식적인 번듯한 건물이 아닌

쓰러져 가는 오두막일지라도

엄마의 바람은 오로지 가족의 품인 것을

이 얼마나 기만적인 가증스러움인가!

 

 

이 꽃을 꺾으려고 꺾어 달라고 ,

손을 뻗으시며 채근하시었네.

하지만 끝내 꺾어 드리지 못했다네.

마음은 한없이 꺾어 드리고 싶었건만,

무엇이 나를 가로 막았을까,

 

사람이기에 사람이기위해 스스로 만들어 스스로를 묶은 수많은 制約에 난 어머니의 바람을 저버린 불효자가 되었네. 

 

 

  

무심한 듯 보시는 저 눈빛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

 

 

 

3번의 중풍도 딛고 일어서신 의지 강한 어머니, 네 번째 풍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시고 수시로 혀를 내어 무시지만, 사진기를 들이대니 마냥 수줍어하신다. 그 연세 90세이시건만.. 찌르는 고통도 잠시 잊으시고..

 

 

 

90년 세월의 역경과 고난의 시련에서도 늘 어린 아이처럼 해말간 웃음을 잃지 않으셨기에, 그 滄海滿波 같은 당신의 세월에도 이렇듯 티 없이 맑은 미소를 피우시는 나의 어머니.. 그래서 못난 자식은 더욱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 고우신 눈빛이 애처롭고 슬퍼만 보여 이 못난 자식은 또 눈물이 납니다.

 

 

 

오후 5시, 이제 또 당신를 이 곳에 두고 떠나갈 것임을 아시기에, 잠시나마 슬픔을 감추시지 못하시는 엄마, 아! 나의 어머니.. 

 

 

오늘도 그토록 원치 않는 곳에 엄마를 남기고 발길을 돌리는 불효한 마음.. 가슴엔 못이 박힙니다. 어머니..


 

자식의 곁에 있고 싶은 엄마의 심정을..

그 엄마의 마음을 알면서도 돌아서는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개나리와 산당화는 너무도 화사하고 흐드러졌구나.. 

 

 

내 발길 오고갈적마다 눈에 아롱지는 저 중간 창가에서 늘 그리움 가득한 채 하염없는 나날의 시간들을 헤아리고 계실 어머니, 당신처럼 저도 어쩌지 못해 가슴만 미어집니다.

 

 

민들레 홀씨처럼 오늘도 마음 머물 곳을, 바람에 나부끼듯 정처 없는 길 헤매는 마음... 

 

 

엄마도 이 꽃만큼 젊고 예쁘셨는데...

 

 

 

2013년 4월27일(토요일) 고양시 고골 - <鄕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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