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花鬪)는 16세기 말경, 일본이 서구(西歐)의 카드(card)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것입니다.
일본인들에게 '화투'를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 '모른다.'고 합니다. 일본에 그런 게 있느냐는 반문도 많이 듣습니다. 한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일본인들도 '화투는 한국인의 놀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총독부는 우리나라 국민을 도탄에 몰아넣어 가정을 불행하게하고 독립정신을 와해시키려는 술책으로 화투를 보급하여 근면 성실한 민족성을 방탕하고 폐도적인 생활로 유도하기 위한 획책용으로 활용하였습니다.

1월, 해, 학, 소나무.
일본에서는 정월 초하루부터 일주동안 집 앞에 한 쌍의 소나무 가지를 꽂아 놓아 福을 비는 세시풍습이 있습니다. 이를 카도마쯔(門松)라고 합니다. 이것을 착안해서 소나무 장식을 넣었답니다. 지금도 집이나 직장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전통입니다. 이런 이유로 소나무가 1월을 장식하게된 이유라고 합니다.
또한 솔과 함께 등장하는 鶴이 있습니다. 학은 우리나라에서 十長生의 하나로 치듯이 일본에서도 학은 長壽로 상징합니다. 해(日)는 하루가 열리고 한 해가 시작되는 근원이며 신앙적 대상이기도 합니다. 1월을 장식하게된 이유입니다. 해는 日本의 국기이며 근본으로 생각하니 당연히 첫달에 넣었을 거예요. 따라서 해, 학, 소나무 모두 무병장수와 福을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것이겠습니다.

2월, 매화 꾀꼬리.
2월 - '우메보시(梅干)'에서 보는 일본인들의 '매화'觀,
2월은 일본에서 매화 축제가 벌어지는 때입니다. 꽃도 꽃이려니와 특히 열매, 즉 매실로 만든 절임인 우메보시(梅干)는 일본인들의 입맛을 돋구는 대표적 음식입니다. 일본인을 어머니로 둔 어느 한국인의 수기에 보면 "한국에 살던 그 일본인 어머니가 "죽기 전에 '우메보시'가 먹고 싶다"는 대목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만큼 매화는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꽃입니다. 화투의 2월을 매화가 장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죠? 또 매화나무에 앉아있는 새는 꾀꼬리類의 휘파람새(鶯-우구이쓰)라고 합니다. 일본의 초봄을 상징하는 새라고 하더군요. 참고로 우리의 꾀꼬리는 일본에서는 '고려 꾀꼬리'(高麗鶯-코라이 우구이쓰)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뒤집어 해석하면 '우리나라의 꾀꼬리'는 일본에는 거의 없는 텃새라는 이야기가 되네요. 2월의 새를 잘 보시죠. 우리 꾀꼬리와 생김새가 어떻게 다른지? 제 눈에는 그게 그거인 것같이 보입니다만...

3월, 벚꽃.
만물이 생동하는 3월, 일본의 國花 벚꽃이 피는 계절이니 벚꽃이 화투에 들어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겠습니다. 3월 光을 보면 무슨 화분이나 바구니에 벚꽃을 담아놓은 것처럼 보이는데, 만마쿠 (まんまく 慢幕 )란, 일본 전통 휘장이라고 합니다. 각종 式場에서 둘러치는 전통휘장으로 쓰인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6~7십년 대 무슨 행사장이나 식장의 단을 검은 색 또는 자주색 비로드(veludo羽緞)천으로 둘러친 것을 많이 본 기억이 있습니다.

4월, 등나무와 두견새.
검은 싸리나무로 보여 우리는 보통 '흑싸리'라고 부르지만, 원래는 등나무(藤-후지) 줄기와 잎을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4월 화투 두견새가 있는 열끗 자리를 보면 위에서 내려오는 등나무 꽃입니다. 피의 그림을 거꾸로 밑에서 위로 솟아오른 것으로 생각하고 보면 싸리 모습과 같아 흑싸리로 부른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4월 흑싸리 열 끗 자리 사진을 보십시요. 위에서 아래로 그려져 있고 넝쿨손도 그려져 있습니다.
등나무는 일본의 초여름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가마의 장식 또는 가문의 문장(紋章)으로도 자주 쓰이는 나무입니다. 일본에서 후지(藤)로 시작하는 이름들, 예를 들어 후지모토(藤本),후지타(藤田) 그리고 지금의 일본 총리 하토야마(藤山)등의 이름이 많은 것도 '등나무'가 일본인들에게 얼마나 친숙한 나무인가를 설명해주는 例입니다. 또 4월에 그려진 새는 두견새杜鵑鳥 (二肩鳥/ホトトギス )입니다. 일본에서 두견새는 '나무에 앉더라도 자신의 부모보다 더 낮은 가지에 앉는 예절바른 새'로 평가됩니다. 가문의 문장(紋章)에 쓰는 엄숙함이 담겨진 등나무인만큼 거기에 앉는 새도 '예절의 상징'인 두견새를 넣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5월, '난초' 아닌 '창포'입니다.
우리는 난초로 부르지만, 실제는 '창포(菖蒲-ショウブ쇼우부)라고 합니다. 5월의 풍취를 상징하는 꽃이라고 하는데. 우리도 5월5일 단오에 창포물에 머리감는 풍속이 있으니 그런 점에서 비슷한 점이 있네요.

6월, 목단(牧丹). 향기 없는 모란에 나비가 있다?
일본에서는 '보탄(牧丹-ボタン)이라고 하며 꽃 중에 꽃'이라는 고귀한 이미지의 꽃으로 인식됩니다. 그런데 우리와는 그 인식의 차이가 있습니다. 신라 선덕여왕에게 당태종이 보낸 모란꽃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죠! 그렇듯이 향기 없는 모란에 나비가 그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모란에 향기가 없다하여 모란에 나비를 함께 그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입니다. 그런데 모란에 향기가 없다는 것을 모르는지, 일본에서는 모란에서 향기가 나는지 알 수 없지만, 6월의 열 끗 자리 화투에 틀림없이 나비가 앉아 있습니다.

7월, 멧돼지 등장 이유는?
7월의 화투는 '홍싸리'라고 부르지요. 실제로는 만개한 싸리나무(萩)를 묘사한 그림이라고 합니다. 앞에서도 4월의 등나무를 '흑싸리'로 변칭된 것도 4월의 등꽃이 7월의 싸리꽃 생김새와 비슷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싸리나무와 함께 그려진 멧돼지(猪-イノシシ이노시시)는 왜 7월에 등장했는지는 아직 설득력있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8월, 한국과 일본의 그림이 달라요.
속칭 팔공산(八空山)이라고 하는 8월을 나타내는 이 화투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전해진 화투 48장 중 유일하게 그림이 바뀐 것이라고 합니다. 원래 일본 화투의 8월은 '가을을 상징하는 7가지 초목(秋七草) '억새, 칡, 도라지 등이 그려져 있었는데 우리의 지금 화투에는 밝은 달밤과 세 마리의 기러기가 떼 지어 날아가는 모습이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이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하는지요? 저는 전자는 밝고 들녘을 느끼게 하는 아늑함을, 후자는 쓸쓸하고 처량한 느낌을 가질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팔공산에 적격인 동요가 떠오릅니다.
"달 밝은 가을밤에 기러기들은 찬서리 맞으면서 어디로 가나요.
고단한 날개 쉬어 가라고 갈대들이 손을 저어 기러기를 부르네."

9월, 국준,
국준(菊俊)이라고도 하지요. 구월에 국화가 등장하는 것은 일본의 중앙절(9월9일) 관습의 영향이라고 합니다. 이때가 되면 '술에 국화꽃을 넣어 마시면서 무병장수를 빌었다.'고 합니다. 9월의 '열 끗 자리 흔히 쌍 피로도 대용되는 그림을 자세히 보세요! 목숨 '수(壽)'자가 적혀 있지요? 무병장수를 빌었던 9월 중앙절 관습 때문이 아닐까 추측되는 부분입니다. 일본 왕실의 문양도 菊花입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그들은 천황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것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0월, 사슴은 사냥철의 의미?
10월 단풍에는 사슴이 함께 그려져 있습니다. 사슴이 등장하는 것은 사냥철의 의미라고 합니다. 고운 단풍에 멋진 사슴이 곁들여진 아름다운 자연을 떠올리는 것이 우리의 정서인데 반해 단풍철에 사슴사냥을 연상하는 것이 옛 일본인들의 정서였던가!

11월, 봉황과 오동. 봉황은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전해오는 상상의 동물로 왕을 상징합니다. 이 봉황은 오동나무에만 앉는다는 속설에서 오동과 봉황을 그려 넣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우리나라에서 11월의 오동(梧桐)의 '동' 발음을 된소리로 강하게 해서 속칭 '똥'이라고 부르지요.
원래 일본 화투에서는 이 '똥'이 12월이라고 합니다. '오동(梧桐)을 일본말로 '키리(キリ)'라고 하는데 '끝'을 의미하는 '키리(切)'와 발음이 똑 같아 마지막 달인 12월에 배치했다고 합니다. 그것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 와서 11월로 순서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똥광(光)에 있는 닭 머리 처럼 생긴 동물은 임금의 상징적 동물인 전설속의 봉황입니다.

12월, 인물과 두꺼비.
이 비광(雨光)에 나오는 우산을 받쳐 든 인물은, 실존했던 일본 書藝의 대가 "오노도후(小野道風)입니다.
그는 버드나무가지에 매달리려는 끈질긴 개구리의 점프에서 미약한 작은 생물도 목적을 위해 저토록 사력을 다하는 것에 깊이 깨달아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섰던 순간을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내려 받아 모방하기 잘 하던 일본이요, 온갖 잡동사니처럼 수많은 것에 신격화하고 받드는 雜神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이 비광에 얽힌 이야기도 중국고사에서 본떠 오노도후의 내력을 미화하여 부단한 노력과 끊임없는 도전 정신을 일본인들에게 함양하여 고취시키고자 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5광(光)의 뜻은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다섯개의 광(光)은 일본의 대표적인 명절을 나타냅니다.
1월 (솔광) : 오소 가츠(설), / 3월 (삼광) : 오 하나미(벚꽃 축제), / 8월 (팔광) : 오봉(오늘날의 추석), / 11월 (똥광) : 시치고 산(일본 어린이날), / 12월 (비광) : 오세이 봉(새해맞이),
『하마선인도(蝦磨仙人圖)』
신선도(神仙圖)의 일종인〈하마선인도(蝦磨仙人圖)〉의 '하마'란 두꺼비의 한자어이며, '하마선인'은 두꺼비를 가진 신선이라는 뜻입니다. 이 그림은 ‘유해희섬(劉海戱蟾)’이라는 중국의 전설이 있는데, 이는 도가(道家)의 주술에 능통했던 송나라의 대신 유해(劉海)가 두꺼비를 희롱한 이야기로, 유해(劉海)가 가고 싶어하는 곳에는 어디든지 태워다주는 두꺼비 박제(剝製)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두꺼비는 그를 세상 어디든지 데려다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두꺼비는 가끔 우물 속으로 도망치곤 해 두꺼비를 금전(金錢)이 달린 끈으로 끌어올리곤 했다는 이야기의 한 장면을 그린 것입니다.
두꺼비는 재물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중국에서 역대에 걸쳐 많이 그려졌다고 하며,
조선시대에서도 심사정 외에도 김홍도, 윤덕희 등이 그린 것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그림의 내용을 보면, 도롱이를 걸친 선인이 돈이 달린 듯한 끈으로 세 발 달린 두꺼비를 희롱하고 있습니다.
위의 화투의 비광 그림도 이 처럼 중국의 전설에서 따다 한 인물을 신격화 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아래 그림을 그린 심사정(沈師正1707-1769)은 조선 후기의 선비 화가로 본관은 청송(靑松)이며,
자는 이숙, 호는 현재(玄齋)입니다.
호방한 필묵법으로 그려진 이 그림은 선인에서는 간략하면서도 요점을 잘 드러내는 선종화(禪宗畵)의 특징이 보입니다. 일정한 윤곽이 아닌 넓은 붓질로 처리한 옷은 하나같이 산만하게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표현 효과가 강렬하여 그의 개성이 역력히 드러나 보입니다. 윤곽선들은 붓이 아닌 지두화로 그려 더욱 속도감이 느껴집니다.
여기서 지두화(指頭畵)란 손가락 끝으로 그린 그림을 말합니다.

조선시대 / 심사정( 沈師正1707-1769) / 비단에 맑은 색(絹本淡彩)22.9cm x 15.7cm / 澗松美術館 所藏
2012년 8월17일 -鄕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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