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산악마라톤대회에 즈음하여..
님들과 헤어져 돌아서오는 길에 이렇게 허물어져 내릴 것처럼 몽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못하는 술 몇 잔에 취한 때문만은 결코 아닐 겁니다. 오늘 하루, 님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취한 저의 심정이 그랬을 겁니다.
지금 이렇게 타자를 치는 순간에도 오늘 하루 느낀 일들이 아른거리는 환상에 정신이 어렴풋해서 두서없을 글이 될 것만 같아 자판을 두드려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어제부터 내리는 비를 보며 아- 비가 내리네, 내일은 이러면 안 되는데..
덩그러니 혼자 누워 늦도록 뒤척이며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고 눈을 뜬 아침, 자동기억장치처럼 벌떡 일어나 눈이 간 곳은 시계가 아닌 제천시가 한 눈에 들어오는 창문이었습니다.
검은 구름 뭉게뭉게 보이는데, 비는 안 오네, 오호 좋은 기분, 하늘에서 나의 바람을 읽으셨나보다 싶으니 마음이 들뜨기 시작합니다.
어제 백년지기 벗이 자동차를 가지고 서울로 가는 바람에 청풍호수까지 비싼 택시를 대절할 줄도 모르는 내 씀씀이가 충동질하기에 염치를 전당포에 잡히고 어렵지만 넉살좋게 부탁을 드렸었습니다.
"절 좀 어떻게든 데리고 가주세유~~. 강 전무님~~!"
곧이어 전선도 안타고 날아 온 말씀, 내일 아침 무조건 8시50분까지 종합운동장으로 가면 된다고 하신 말이 생각이 납디다.
그때서야 시침을 보니 8시 00분, 허겁지겁 배낭에 간식 조금 담고 사진기를 챙긴 후 배낭을 들쳐 메고 운동장으로 뜀박질을 했습니다.
그렇게 도착해 보니 이미 정원이 꽉 찬 운영위원님 승용차 한 대 어쩌겠습니까 눈 딱 감고 몸을 밀어 넣었지요. 그렇게 도착한 행사장에는 이미 낯익고 살가운 분들이 타 지역에서 오실 분들을 맞을 채비 하시느라 설치물을 세우고 먹을거리를 준비하시느라 검은 구름 오락가락 강바람 선선한데 땀을 흘리고 계셨습니다. 비오는 어제부터 이곳에서 밤을 지새우신 분도 계셨다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오늘 예정대로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보이지 않는 노력과 배품의 수고로움이 있음에 감동의 스멀거림이 혈관을 타고 돕니다.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지만, 일손에 거치적거리기나 했지 뭘 알아야 면장을 하지요.
그래서 그 보기에도 좋은 수고로움을 사진기에 두어 장 담았을 뿐인데,
사진기에 빨간 눈이 윙크를 하며 하는 말 '배터리를 교환해주세요'. 허 참! 어찌 이런 일이... 탄식하다가 생각해보니
아뿔싸, 16일 청풍호수와 벚꽃축제 정방사 찍고, 19일 날 횡성가서 찍고, 와서는 사진만 컴에 저장하고 배낭에 도로 넣어 두었던 걸 그냥 가져왔던 겁니다. 아쉬운 감을 떨칠 수 없어 강 전무에게 사진기 가져오셨음 잠깐만 달라고 하였더니 차에서 찾아 선듯 내줍니다.
봉사하시는 분들의 아름다움 정경 몇 장의 사진을 찍는데 서울에서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오신 분들을 실은 버스가 도착하였습니다.
그 서울 참가자의 산행안내를 맡으신 제천시산악연맹의 두 분이 각각 선두와 후미에서 인솔하시며 제1일 코스인 '작은 동산'을 향해 출발을 할 때 저도 따라가려고 사진기를 강 전무께 돌려드리니 그냥 가지고 가시라고 합니다.
절 뭘 믿고 이 비싼 사진기를 맡기시는지.. 가지고 튀면 좋은 사진기 하나 생기는 순간입니다. ㅎㅎ
어쨌거나 기분은 참 좋네요.
구름은 있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산행하기에 참으로 좋은 날씨였습니다.
선선한 바람 시원하고 비에 젖은 솔잎에서는 향기로움이 폴폴 상쾌함이 온 몸으로 스며듭니다.
작은동산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선선한 날씨임에도 차오르는 열기로 인해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입었던 옷들을 벗어 배낭에 챙기는 분들이 많았지요.
그렇게 '작은 동산' 마루에 올라선 서울 분들은 펼쳐진 청풍호수와 산 넘어 산으로 이어진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으로 어쩔 줄을 모르며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런 그 분들에게 짧은 내 소견으로 설명을 드렸습니다. 이곳은 이 고장 아름다움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며, 금수산과 옥순봉, 가은산 등 을 소개하니, 그 명소들을 꼭 가보겠다며 의지를 보였습니다.
능선을 따라 펼쳐진 풍경에 매료된 그 분들의 풍경사진찍기와 기념촬영으로 시간은 지체되고 짧은 산행길이 점점 길어지는 듯합니다.
하늘도 우리의 마음을 읽었음인지 능선에서 바라 본 청풍호수와 그 건너 청풍문화단지에 서광을 비춰 마치 별세계를 펼쳐 보이 듯 아름다움의 극치 였습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메아리 치고, 그렇게 기쁨 가득한 행복을 담은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행사장에 당도한 일행은 또 한번 감격을 합니다. 작지만 정성담긴 선물과 연맹 회장님, 강전무님을 비롯한 여러 봉사위원님과 자원봉사하신 자매님들이 마련해 주신 따뜻한 국물과 술 그리고 너무 맛있다며 내가 먹을 총각김치를 가다 차에서 드신다며 비닐봉지에 몰래 담아 챙기시던 서울의 어느 자매님의 밝고 행복해 하시는 표정에서 행복은 바이러스가 되어 주변과 저의 마음까지도 전염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비가 내리는 관계로 행사는 29일로 연기되었지만, 변경할 수 없는 짜인 일정을 변경할 수 없는 타지와 서울에서 오신 분들을 맞이 하기위해 별도로 치를 수밖에 없는 오늘의 행사지만 제천의 아름다운 풍경과 도타운 정을 듬뿍 안고 간 것에 보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에 내 가슴 따뜻할 수 있음은, 제천을 사랑하고 이 고장을 찾는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호수처럼 청량하고 바람처럼 해맑고 약초처럼 향기로운 분들의 마음을 볼 수 있었고, 그런 마음들을 보듬고 감싸 않을 수 있는 분들이 있음에 훈훈한 감미로움을 보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타지에서 제천을 찾아 온 이들의 가슴에 맑은 바람과 밝은 달과 같은 심성으로 도타운 정 듬뿍 담아 기쁨 가득 실어 보내는 수고를 했다며, 요즘 그 비싸다는 삼겹살로 걸쭉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제천시산악연맹 회장님,
어렵고 힘든 일을 한 치의 틈새도 없이 치러 내면서도 마치 어벙한 아저씨처럼 구수한 숭늉 맛 나는 멋진 강석주 전무님,
그리고 제천시를 위해 보이지 않게 그러나 너무도 큰 흔적을 남기는 연맹 관계자 및 자원봉사하신 자매님들,
그 모습 그 살가운 정에서 오늘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달음 주신 것에 깊이 고마움 드립니다.
또한 산행에서 자신의 도시락까지 서울서 오신 분들께 내 주시고 안전하고 친절하게 리딩해 주신 두 분 운영위원(?)님께도 진솔한 고마움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2년 4월 22일 - 鄕仁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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