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괴산호 산막이뱃길 . 산막이옛길

鄕香 2011. 11. 24. 12:44

올 한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없이 맑은 하늘을 참 보기 어려운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늘도 며칠 전에 충북 괴산호에 있는 산막이 옛길을 가기로 일정을 잡은 날인데, 하늘은 검은 구름에 온통 물들고, 안개마저 자욱합니다. '어쩌면 그곳 괴산에는 청명하진 않더라도 비는 내리지 않을지도 모르지.' 하는 기대 반, 위로 반으로 길을 나섭니다. 괴산호까지 오는 동안 간혹 안개비는 내렸어도 산행하기에는 큰 지장은 없을 것 같았는데, 도착하여 올갱이 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산막이음식점을 나서려는데 갑자기 거친 바람이 억수로 비를 몰아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하고 있으려니 그 세찬 바람 자고 가랑비만 내리기에 음식점을 나섰습니다.

 

 

 산막이옛길 기념비입니다.

괴산의 청정 자연의 보배로운 곳(寶庫), 하늘과 땅, 산과 강과 바람, 바위와 소나무, 산새와 들꽃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천혜의 땅 아름다운 곳을 전 국민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하고 싶은 괴산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글이겠습니다.

 

 

산막이 옛길은 옛길로 걸어서 목적지인 산막이 마을에서 되돌아 나오거나 아니면 산막이 마을에서 산등성이등산로를 이용해서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또는 배(나룻배 형식의 통통배)를 타고 산막이 마을에서 내려 산막이 옛길로 오거나, 배(유람선)로 호수를 관광하고 산막이 마을에서 내려 산등성등산로로 걸어 올 수도 있습니다. 계속 비가 내리기에 산행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후자를 선택하여 괴산호 물가에 아름다운 경관을 돌아볼 수 있는 여객선을 타고 산막이 마을을 거쳐 새뱅이까지 구경하고 회항하는 도중 산막이 마을에서 내려 산막이 옛길을 걸어 돌아오기로 하고 배(유람선)를 탔습니다. 

 

 

 

잠시 비를 피해 들어선 천막 안에 걸린 운항표 안내현수막입니다.

 

 

대운2호를 타고 차돌바위-산막이-굴바위-새뱅이-산막이선착장에서 하선해서 산막이 옛길을 걸어 주차장으로 회귀하려는 저의 코스입니다. 맑은 날이었다면 노루샘에서 등산로를 이용해 등잔봉과 한반도전망대를 거쳐 천장봉에서 진달래 능선을 타고 산막이로 하산하여 옛길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사진을 선실 유리창을 통해 찍을 수 없어 선실 위 갑판에 올라서니 안개비가 내립니다. 호수와 주변의 산들이 뽀얀 안개에 쌓였고 온통 구름 덮인 회색빛 장막입니다.

 

 

 '산막이 옛길'의 전망대입니다. 저곳에서 건너편을 보면 비학봉, 군자산, 옥녀봉, 아가봉이 조망되기도 합니다.

 

 

 

뱃길 저 앞 좌측에 한반도를 닮은 지형의 끝머리가 보입니다. 우측은 천장산 능선이고요. 그 능선 위 '한반도지형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한반도를 닮은 형태랍니다. 

 

 

한반도지형 옆을 스치듯이 지나갑니다.

 

 

우측을 보니 목재로 만든 옛길의 중간 쉼터가 보입니다. 카메라렌즈에 빗방울이 묻고 손이 시려 꽁꽁 ...

 

 

배가 적진을 향해 출정이라도 나가는 기분입니다. 절벽을 이룬 곳에 소나무들이 마치 배웅하는 듯 나열해 있습니다. 

 

 

갈은구곡에 펼쳐져 있는 군자산줄기가 비구름에 덮여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봉우리들은 비학봉, 군자산, 옥녀봉, 아가봉 등입니다. 

 

 

산굽이 따라 드리워진 괴산호, 물줄기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물길너머 아스라한 봉우리들..  

이 물길 끝간데 그 어디 메뇨, 저 물길처럼 고요만 안개 속에 흐릅니다.

 

 

<괴강>  

하얗게 반짝이는 물결 수천수만의 조각보처럼 일렁이고 괴강에 잠긴 바위와 나무들 덩달아 넘실댄다. 굽이굽이 휘어 틀어진 물줄기 아랑곳 없이 산을 담고 어디로 가는가,

 

 

잔뜩 흐린 날의 호수와 산은 이내가 서린 새벽같이 을씨년스럽게 어슴푸레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오래된 정원처럼 연두색 이끼 낀 모나지 않은 바위의 평화로움에 나 또한 부드러운 선율처럼 마음이 편안하고 유순해 짐을 느낍니다. 

 

 

배 지나간 자리에 물결의 출렁임이 묘한 감동을 줍니다.

 

 

 고요롭고 아늑한 곳에 자리한 저 한옥 건물은 태권도수련원이라고 합니다. 

 

 

저녁 노을빛 곱게 물들면 참 아름답겠다는 생각이 드는 풍경의 이곳은 새뱅이기점, 이곳에서 다시 산막이선착장에 들려 선객을 내려주고 또 기다리던 선객을 태우고 차돌바위선착장(주차장)으로 회항하는 것입니다. 저는 도중 산막이 선착장에서 하선하여 산막이 옛길을 산책할 예정입니다. 

 

 

유람선은 주변경관을 관광시키기 위해 회항 기점까지 앞으로 갑니다.

 

 

  곧 내려야 하는데 더욱 검은 구름은 몰려들고 금방이라도 장대비가 쏟아질 것만 같습니다, 이대로 나가면 바다까지 갈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드디어 배를 돌릴 수 있는 넓은 곳에 도착하여 배를 돌리는 중입니다. 산골에서 흘러내려온 냇물이 호수로 합류하는 곳에 오리 떼가 먹이를 잡기위해 물질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금방 지났던 곳을 다시 지나갑니다. 이제 산막이선착장에 도착하겠지요. 내리는 이슬비야 괜찮지만 큰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너무 춥거든요.

 

 

비취색 이끼 낀 암벽이 옥색 물빛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정취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군위군 고로면 안각사 옆 벽소대가 울고 갈 절경입니다.

 

 

산막이선착장의 모습입니다. 유람선은 나를 내려주고는 이내 떠났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큰 비 없이 이슬비만 촉촉합니다.

 

 

산막이선착장 옆 모퉁이를 돌아 옛길로 들어서니 말끔한 물레방앗간이 있는데, 안을 보니 한 여인이 .. 방아를 찧나...

 

 

다시 돌아다보니  한 쌍의 남녀가 도란도란 정담을 담고 있습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떠오릅니다.

 

 

길가에는 지게가 시 한 편을 짊어지고 쉬어가라 합니다. 슬며시 곁눈질해 보니 공교롭게도 詩題는 "이슬"이었습니다. 지금, 이슬비 오는데..

 

 

산책길가에 홍예(虹霓)모양으로 터널을 만들고 그 위에 다래덩굴을 얼기설기 올렸습니다. 여름에는 다래덩굴이 덮여 제법 고상한 멋이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가파른 바위벼랑이 험해서 인지 나무로 다리처럼 놓은 길입니다. 

 

 

호수 가운데에 한반도지형이 보입니다. 보이는 곳이 남해 쪽 한반도 끝머리겠지요. 저길 건너가면 부산도 있고 땅끝마을도 있을까..! ^^

 

 

사랑을 확인하는 전망대라는데, 내 사랑은 어디 있지...

 

 

전망대 바닥은 판유리를 깔아놓아 그냥 물로 풍덩 떨어질 것 같아 서보지도 못했다오.

 

 

무서워서였을까 돌아본 고공전망대에는 사람의 그림자 없고 바람만 맴돌고 있네.

 

 

<산막이 옛길>

 사오랭이 지나 괴강물은 물빛 산그림자로 흔들린다. 배암 같은 다래덩굴들 산을 감고 돌아 어디로 가는가 어술렁어슬렁 호랑이 발자국 물 마시러 내려온 토끼 노루  다래순 배어물고 괴강물 따라 빙글빙글 돌고 돌다 어지러워 산막이 옛길 토해낸다.   (이인순) 

 

 

 


랑 가의 느티나무에 의지해서 마련한 전망대, 여름이면 그늘지고 불어오는 강바람과 함께 시원스러움에 세상사 보기 싫은 꼴 저 바람에 실려 버리고 한시름 내려놓기 딱 맞춤일세그려!

 

 

전체적으로 상형문자인 △▲△이 맞고요, 바위 가운데엔 사람의 얼굴형상이 맞나요?

 

 

여기가 유람선에서 바라 본 쉼터입니다. 산 쪽에는 앉아 쉴 수 있는 긴 의자를 만들고 그 뒤에는 수많은 시편이 걸려 있습니다. 앞에는 호수를 바라보며 한시름 비울 수 있겠습니다.

 

 

 이 쉼터는 산막이에서는 1.0km요, 주차장까지는 2.1km 되는 곳이라 하니, 이제 1km를 걸었고, 앞으로 오리정도 남은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이 길을 선비의 넉넉한 팔자걸음으로 유람하듯 걸음걸음마다 마음을 비우며 걸으리라.

 

 

 옛길을 걸으며 산도 보고 추상적인 나뭇가지의 아름다움도 보며, 향기로운 공기를 마시노라면 이곳이 神仙界요 무릉도원일세, 잠시 긴 호흡하고 호수를 보며 詩想을 떠올리려는데, 나를 실고 호수를 미끄러지던 유람선이 "아까 즐거우셨나요?" 말을 붙이네, '어허, 눈치도 없기는.. 조용하시게나,  지금 묵상 중일세.' 하니 " 예 즐거우셨다고요! 고맙습니다."  '허 참, 못들은 양 들이미는 '동문서답' 일세. 지구촌 깡패 김정일이 추종자를 닮았나 에고, 시상이고 뭐고 다 날아가 버렸네...'

 

 

 눈은 똘망하고 아가미 힘차고 앞 지느러미 드센 것을 보니 금시라도 먹잇감을 향해 쏜살처럼 달려들 기세일세, 언제 이 솜씨 다시 볼 수 있을까.. 

  

 

살아있는 나무 둥지에서 끈이라도 풀려나오듯이 동그란 외줄기로 쏟아지는 물은 마셔보지 않아도 약수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네. 한 바가지 받아 한 모금 마셔보니 달착지근하고 두 모금 마셔보니 향기로움이 입안을 맴돈다. 

 

 

 

 

 풀의 일종인 '사위질방 넝쿨'이란 식물의 덩굴이 나뭇가지 사이에 끼워져서 여러 해를 보내는 동안 연리지처럼 되어 공생을 하게 된 것입니다. 마치 넝쿨이 나무를 관통한 것처럼 보입니다.

  

 

 

 

 

 

 

<蓮花潭> 산자락에 있는 작은 못 연꽃이 필 때면 운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못 이름처럼...

 

 

 

 '망세루'라 하니 한자로 쓰면 '忘世樓' 이겠지요. 속세를 잊을 수 있는 누각이라니 이 보다 좋을 곳은 없겠네요. 김정일 父子의 사상이 뭔지도 모르면서 대한민국을 뒤집으려는 그 추종자들이 들끓는 세상을 잠시라도 잊고 싶어 올라서보니 무심한 통통배만 고요한 물살을 가르고 있습니다.

 

 

 

등산로 입구인 '노루샘' 들머리입니다. 이 등산로로 올라가면 등잔봉과 한반도전망대를 거쳐 천장봉에서 진달래 능선을 타고 산막이선착장으로 내려오거나, 아니면 천장봉을 거쳐 산막이마을로 하산하여 산막이옛길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정사목(情事木)>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이 소나무는 천년에 한 번, 십억 주에 하나정도 나올 수 있는 "음양수" 라고 하며, 나무를 보면서 남녀가 밤에 기원하면 옥동자를 잉태한다고 합니다.

 

 

 

 

 <연리목(連理木) / 연리지(連理枝)>

두 나무가 몸통끼리 붙었거나 하나로 합쳐진 것을 우리는 연리목이라 하고, 두 나무의 가지가 합쳐 붙어 공생하는 것을 '연리지' 라고 부르지요, 이 나무들은 한 나무는 몸통줄기, 또 한 나무는  몸통줄기에서 둘로 나뉜 것 중 한 가지가 다른 나무의 몸통과 붙어 공생하는 것이 아닌 온전히 하나로 합쳐져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연리목(連理木)이요, 이렇게 보면 연리지(連理枝)가 되는 참으로 재미있고, 희귀한 모습입니다. 많은 '연리목'과 '연리지'를 보았지만, 몸통이나 가지가 붙어 다시 둘로 나뉘어 공생하는 것이 아니고, 둘이 온전히 하나로 이루진 것은 처음 보는 것입니다, 두 나무가 합친 연리목(連理木)은 금슬 좋은 부부에 비정하고, 두 가지가 합친 것은 연리지(連理枝)라 해서 사랑하는 남녀에 비유되지요. 둘이면서 하나로 하나이면서 둘인 묘한 삶을 살아가는 연리지, 오랜 시간 미움과 사랑이 교차하면서 서로에게 동화되고 서로의 겉모습까지 닮아가게 됩니다. 이렇게 둘이지만 한 몸처럼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연리지의 사랑을 발견하게 됩니다.

 

 

<연리지 노래>

이어 가고 있어요. 이어 가고 있어요. 시간이 내 몸을 키워요 조금씩 자라는 나의 모습 보이시나요. 그댈 향해 가지요 하루하루 꿈을 꾸고 있어요. 언젠가 그대가 되는 나, 바람에 내 몸을 맡긴다면 갈 수 있어요. 나를 받아 주세요 눈물이 나요 그대가 있어 내 삶을 사랑하게 됐어요 연리지가 되어서 그대 품에 안겨 하늘을 따라가요

 

 

유난히 닭을 좋아합니다. 닭은 의리가 있고 용맹스럽고 나눔의 미덕이 있고 또한 벼슬 길을 열어주며 새벽을 알리는 상서로운 동물입니다. 

 

 

 

 오골계와 토끼,  참 귀엽습니다.

 

 

산막이 옛길을 휘돌아 제자리에 도착하였습니다.

 

 

호숫가에 낮은 기온과 안개비가 내려 습하고 추웠지만, 좋은 자연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에 머리가 맑고 상쾌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느덧 주차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2011년11월16일 - 鄕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