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부침에 막걸리를 좀 마셨더니 속에서 숙성을 하는지 배가 만삭입니다. 해서 부른 배도 삭힐 겸 집을 나섰습니다.
서울을 다녀올 때면 차창 밖 개울건너 아담한 동리가 궁금했었기에, 오늘은 마음먹고 걸어서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제천시청 앞을 지나 앞을 가로막고 선 건물에 금수산악마라톤 광고사진을 입힌 낯익은 탑차 하나 반가웠습니다. 제천 근교산행 때면 산행하는 이들에게 겨울이면 따끈한 오뎅국물로 원기를 살려주는 까닭이 있음에 희망이기도 하니까요. 또한 오는 9월18일 전국적으로 잘 알려지고 유명한 "금수산전국산악마라톤" 제15회 대회가 열리기에 분주할 몸이기도 하지요. 수고에 감사와 갈채를 보냅니다.
<왕골>
길가 공터에 나로서는 알 수 없는 키 큰 식물이 있어 사진기에 담아 와서 확인해 보니 왕골이라는 군요. 왕골 짠 돗자리나 모자 바구니 등 여러 공예품은 보았지만 이렇게 본초를 보기는 처음입니다. 사전에 의하면 왕골의 키는 60~200㎝이며 짧은 땅속줄기에 모여 나며, 잎은 너비가 8~15㎜이고 잎집[葉鞘]은 연한 갈색입니다. 꽃은 9~10월에 피는데 잎 모양의 포(苞)는 4~5장으로 잎보다 훨씬 길답니다. 꽃줄기는 길이가 20㎝ 정도이고 몇 번에 걸쳐 갈라져 전체적으로 우산살 모양을 이룹니다. 논밭이나 습지에 심고 꽃줄기로 돗자리를 만듭니다.
<익모초>
줄기에 층층이 쌍잎에 마치 전망대처럼 꽃이 피는 익모초가 특이롭습니다. 익모초는 혈행(血行)을 좋게 하는 약재로 냉성의 간장과 심포에 작용하는 사약성이랍니다. 흔히 소문에 의한 그냥 먹는 식은 안됩니다. 몸이 뜨거운 사람에게 좋으며 냉성인 사람은 오히려 손해를 당할수 있습니다. 소화촉진으로 많이 먹었으나, 위장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 해당하며 위장이 차고 약한 사람은 안됩니다. 또한, 익모초의 효능은 생리를 원활하게 하여주고, 부종을 없애는 것입니다. 따라서 생리통, 생리불순, 부종으로 소변량이 감소할 때 등등에 사용합니다.
민간요법으로는 식욕이 없을 때에 다려서 그 물을 마신다고도 합니다.
제천시청 앞 도로가에 맨드라미 비슷한 꽃이 큰 화분에 심어져 있는데, 빨갛게 솟아오른 꽃의 모양이 마치 타오르는 불꽃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색상이 선홍빛으로 참으로 곱습니다.
제천-봉양 가는 도로, 코아루아파트 건너 철길 옆 잔디에 달래가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이 뭣고! >
시청에서 나와 시내 쪽으로 인도를 따라가다가 앞을 보니 내 가야할 인도가 쥐꼬리처럼 가늘어지다가 사라져버립니다. 나는 계속 앞쪽으로 가야하는데, 건너편 인도로 건너가기라도 할 양으로 아무리 두리번 거려보아도 횡단보도도 없고 무단횡단 하려니 무섭게 달려드는 자동차와 준법이 무섭고.. 아, 나는 어떡하라고? 제천시장님! 경찰서장니임~~~ ! 안내문도 없이 이렇게 인도가 사라져도 되는 건가요?
다리가 4개인데요. 기차철로가 3개, 인도교가 1개 입니다. 세 개의 다리만 보인다고요? 노란인도교 북편에 철교 1개가 더 있답니다.
고지골 동구에서 바라 본 제천시청사랍니다. 하소뒷산 남쪽 양지바른 품에 포옥 안겨있네요.
개울가 모래톱에 한가로운 오리가족 평화롭지요.
하늘과 냇물, 그리고 아파트가 한 폭의 그림처럼 궁합이 좋습니다. ㅎㅎ
고지골 사람들은 마음씨가 곱다는 것을 사귀어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습니다. 마을 언저리며 동네가 온통 꽃밭이거든요.
개울과 둑, 그리고 꽃과 주변이 어색함이 없고 아름답습니다.
냇가에 대추나무 한 그루, 주렁주렁 달려 이제 막 가을을 이야기하며 여물어가고 있습니다.
흘러가는 냇물에게 코스모스와 파리꽃이 간들간들 온몸으로 석별의 정을 바람결에 전합니다.
"세월이 가듯,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빗자루로 쓰이는 댑싸리 아닌지요. 저 어려서 서울 왕십리에도 집집마다 울타리 따라 심거나 마당가에 흔했는데, 몇 십 년 만에 보았습니다.
해를 쏙 빼닮은 꽃, 큰 해바라기, 요즘은 이렇게 큰 해바라기는 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코스모스와 함께 어우러져 간들거리는 노란바탕에 붉은 수를 놓은 꽃, 님께서 속삭이듯 내게 일러주시네요. 파리꽃이라고...
너도나도 모두 한결같이 해가 있을 남쪽을 향해 고개 숙였네요. 그래서 해바라기이지만, 목련처럼 남향화라 해도 되겠어요.
개울가에 한들한들 거리는 코스모스는 너무 아름다워 마음 설레지요. 청조하고 가녀린 것이 꼭 소녀의 청순함을 보는 것 같습니다.
토실한 청대추 깨물도록 탐스럽기는 한데, 아직은 비릿한 맛이 나겠지요.
가을이 짙어가는지 잠자리들이 날기보다는 앉아 있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수수 알곡 위에 앉아 있는 녀석의 모습이 왠지 서글퍼 보입니다.
이 길의 이름이 궁금해서 농가 대문에 붙어있는 팻말을 보니 '강천길'이라고 써있군요.
다리가 아프다 싶어 앞을 보니 단양가는 길가의 LH공사의 휴먼시아 아파트가 보입니다.
하소동에서부터 시청을 거쳐 고지골로 해서 여기까지 왔으니 많이 걸은 셈이지요. 저만치 앞서가는 여인을 이정표삼아 여기까지 왔는데, 어디 사는지, 어디까지 가는지 모를 저 여인은 멈출 줄 모릅니다.
벼이삭이 여물어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여름 내내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나락이 탐스럽지를 못합니다. 농부의 수심어린 얼굴이 보이는 듯 마음이 무겁습니다.
옥수수가 아직도 영글고 있었습니다. 늦옥수수인가봐..
고지골을 벗어나니 삼거리가 나오고 제천자동차운전전문학원의 푯말이 있는 곳입니다.
난생처음 온 곳이니 이런 팻말조차 신비롭습니다.
줄기에 마디 층마다 마주하는 쌍잎이 교차로 나고 그 층마다 줄기를 동그랗게 돌려 핀 꽃이 특이하고 꽃반지를 낀 듯 이채롭습니다.
잘 모르지만, 앞서 시청 근처에서 본 익모초가 아닌가 싶습니다.
<방아깨비>
어려선 요놈도 먹거리였지요. ㅎㅎ
고지골 앞에 흐르는 개울가 둑에 갈대꽃이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구성이 아름다워 그냥 지나칠 수 없지요.
가지나물, 제가 좋아하는 나물이네요. 호오! 그 놈 참 많이 실하게 생겼네.. ㅎㅎ
잎은 말라가는데, 토마토 열매는 탐스럽게 익어갑니다.
이 다리를 건너 우측으로 들어서니 제천역 안 철로길이 보입니다.
제천역 남쪽 휴먼시아 아파트입니다.
60년대 서울 왕십리역 근처와 너무도 유사하여 옛 모습을 영화세트장으로 꾸며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영화세트장은 아니고 우리의 옛 정취가 폴폴 풍기는 제천역 인근의 풍경입니다.
기관차를 점검 수리하는 정비고와 기찻길, 그리고 전깃줄이 잘도 어울립니다.
어려서 왕십리역 기찻길 선로에 못을 올려놓고 숨어서 기다리면 기차가 지나간 후 그 못이 납작하게 되지요, 그걸 갈아서 주머니칼을 만들던 개구쟁이 시절이 문득 떠오릅니다.
기차길 옆 작은 꽃밭에 이처럼 곱고 예쁜 꽃이 피었습니다. 이 꽃밭을 보니 나도 모르게 젊은 날에 딸아이에게 불러주던 동요가 웅얼거려집니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 "
제천역 구내 한방찻집에 도착하였습니다. 가끔 이곳까지 걸어와 오미자차나 대추차, 때로는 십전대보차를 마시지요.
젊은 시절 서울에 다방이 성업이던 날에 즐겨 마시던 계란 노른자를 띄운 쌍화탕 맛, 그 향수에 젖고 싶어서지요.
또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려는 열차승객들이 풍기는 정경, 그 짙은 哀愁 드리운 대합실의 풍경을 음미하며 차 한 잔의 행복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기에..
오늘은 남자에게 좋다기에 오미자차를 마셨습니다. 쌉싸래하니 맛도 향도 좋네요. 값은 한 잔에 삼천원입니다.
십전대보탕은 2천원이구요. 컵 안에 양이 적다고요? 아닙니다. 가득한 걸 반 정도 마신 거예요.
역사대합실내 옆방에 있어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들려 구경도 하고 한방차도 한잔 마시며 온갖 한약재의 향긋함에 저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개찰까지는 여분의 시간이 있는 분들이 이것저것 한약재를 고르고 있네요.
이런 풍경을 한잔의 차와 함께 음미하노라면 삼류 영화 한 편 보는 것보다 더 즐겁습니다.
아쉽게도 제천에는 우리의 전통찻집이 없습니다. 제천으로 오기 이전, 늘 가던 인사동 찻집들이 생각이 날 때면, 그 추억을 달래고자 아쉬운 대로 들리는 곳이 유일하게 한방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제천역대합실이지요.
추석명절이라고 찾아갈 곳도 찾아올 이도 없건만, 어찌 기차역대합실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양 서성였는가..
오늘도 허전한 가슴에 허기진 옛 향수를 한 잔의 차와 어디론가 떠나는 이들의 애틋함과 설레임이 담긴 표정에서 내 어린 시절의 정을 주워 담고 발길을 돌립니다.
토란잎이 얼마나 큰지 햇볕 따가운 날이나, 비 오는 날 잎을 꺾어 머리에 올리면 훌륭한 모자가 되겠습니다.
토란, 다시마, 무, 소고기 등으로 끓인 토란국을 참 좋아하지요.
하소뒷산 등너머약수 샘터 물이 하도 맑아 사진으로 담았는데 물이 있는지 없는 건지 사진에는 보이지를 않습니다.
샘은 가득 넘쳐 흐르고 있었는데..
2011년 9월12일 추석명절 - 鄕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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