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지(注山池)는 조선 경종 원년(1720) 8월에 제방을 쌓기 시작하여 그 이듬해(1721)10월에 완공되었습니다. 길이 100m, 너비 50m, 수심7.8m의 아담한 저수지로 준공 이후 아무리 오랜 가뭄에도 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목적은 하류지역의 가뭄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만, 호수 안에 수령 150년이 넘은 왕버들 군락과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자연스런 조화의 경이로움을 자아내며, 주왕산 영봉에서 뻗친 울창한 수림으로 둘러 싸여 마치 별천지에 온 것 같이 한적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여서 잠시나마 속세를 잊고 휴식을 취하기에 그지없는 곳입니다. 또한 호수 속에는 수령이 150년이 넘는 왕버들 3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어 한결 아름다운 풍치를 더해 줍니다. 인근에 관광지로는 '절골계곡, 주왕산국립공원, 얼음골이 있습니다.
왕버들이 자생하는 주산지로 가는 길목은 호젓하고 산책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마침 길을 보수하고 있어 다소 불편하기는 했지만..
3백m 정도 걸어 들어가니 주산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다시 호수를 끼고 들어가는 산책길은 참나무를 비롯해 수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하늘을 덮어 녹색터널을 이루었고 그 나무들이 품어내는 맑고 향기로운 공기에 마음과 가슴속이 저 거울 같은 호수의 수면처럼 청량한 상쾌함을 줍니다.
수량이 풍부할 때에는 물에 잠겨있을 법한 큰 왕버들나무들이 지금은 다소 줄어든 물로 인해 온몸을 드러낸 채 그 비밀스러운 곳(밑둥)을 내보인 고혹적인 자태로 시선을 이끌고 있습니다.
왕버들 밑둥에 물에 잠겼던 부분은 포피도 없고 하얗게 흔적을 보입니다.
드디어 산책길이 끝나는 종착지입니다. 골짜기 물이 호수로 흘러들어오는 곳으로, 더 이상은 갈 수가 없고 되돌아가야 합니다. 아쉬운 점은 산책로가 너무 짧고 주변경관을 보는 것만으로는 다소 미흡하다는 생각이듭니다. 현재의 자연 모습을 훼손하지 않고 호수를 끼고 한 바퀴 돌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듭니다.
김기덕 감독의 연출작 "봄여름가을 그리고 봄" 이 촬영된 곳이랍니다. 동자승의 성장과 삶을 사계절의 변화와 반복에 비유해 불교의 윤회적 세계관으로 이야기하던 작품이지요. 김기덕 감독은 불편한 소재와 강렬한 이미지가 주를 이루었던 이전의 작품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동양철학과 정적인 이미지를 통해 동서양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위로 솟구친 듯한 버드나무와 잔잔한 물결이 이는 호수의 조화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고 있는 이 곳은 영화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으며, 저 또한 그런 연유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이 작품으로 제41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제61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 등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나처럼 먼 곳에서 왔을 경우에는 주왕산을 다녀온 후 이 곳을 거쳐 가면 하루 일정으로 적당하겠습니다. 이곳만을 목적으로 다녀가기에는 너무 단조롭습니다.
건너편 수면 위로 들어난 산자락이 물에 잠겼던 부분이 하얗게 드러나 마치 수석받침 모양으로 보입니다.
물가 가장자리에 왕버들이 호수를 감싸듯이 울타리 모양으로 자생하고 있습니다.
수면이 산자락 흰 부분까지 차오르면 왕버들 밑둥이 물에 잠겨 물에서 사는 水木으로 보임과 동시에 또 다른 모양의 풍경이 되겠지요.
주산지제방 아래쪽 정경입니다.
주산지(注山池)에는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답니다. 천연기념물인 수달, 솔부엉이, 소쩍새, 원앙을 비롯하여 고라니, 너구리, 노루 등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계곡 안쪽에 높이 솟구친 '별바위'에 가을 단풍이 들 때면 옛날에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과 함께 파란하늘을 담고 있는 주산지의 경치는 가히 자랑 할 만하답니다.
귀경길에 잠시 차를 세우고 바라 본 주왕산 풍경입니다.
2011년 6월7일 경북 청송에서, - 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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