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옷을 곱게 차려입은 순백의 고운 여인들이 그윽한 향기 속에 사뿐사뿐 날아갈듯 춤을 추고 있었어요. 너무나도 향기로워 그만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있잖아요! 그 향기의 여운이 아직도 은은한 거예요. 창가로 다가서니 살짝 열린 창문사이로 그 향기로움이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아카시아 꽃과 나무는 제게 참으로 인연이 많은 나무입니다. 꽃은 보릿고개가 있고 6,25동란으로 먹고살기 어렵던 어린 시절에 좋은 주전부리였고 소꿉놀이에서 쌀밥 대용이었고 가위 바위 보로 하나씩 따먹는 놀이기구였습니다. 60년대 우리나라 산들은 거의 모두가 벌거숭이 산이었지요. 그래서 마을마다 사방공사와 나무심기가 국책사업의 하나로 이루어질 때 주종으로 심은 나무가 뿌리 번식이 강하고 잘 자라는 아카시아나무였습니다. 그당시 서울 광장동과 경기도 구리시 일대에 걸쳐있는 아차산에 나무심기에 참여하여 아카시아나무를 참 많이도 심었습니다.
3-4월에는 꽃 피는 나무들은 대체적로 분홍과 노란색의 꽃을 피우지요. 물론 흰꽃도 있지만요. 개나리, 산수유, 생강나무, 진달래 등이 그렇지요. 그런데 5월에는 주로 흰꽃 피는 나무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아카시아, 이팝나무, 층층나무 등 야생하는 이름도 모르는(저만 모름) 나무들이 거의 흰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순백의 청순함도 좋지만 무엇보다 향기가 짙고 가볍습니다. 산에 가면 그 향기로움에 마음과 몸이 물들어 바람결에 날아가는 기분이었고 느낌이었지요. 생활에 찌든 심신의 치유를 위해 산책을 하세요. 생활의 짜증도 기쁨으로 승화되니까요. 또한 붉고 붉은 장미를 비롯해서 많은 정열의 꽃들이 흰 꽃을 시샘하여 울긋불긋 유혹의 손짓을 보내겠지요.
이 꽃은 저로서는 난생처음으로 본 꽃입니다. 제천에서도 유독 이 하소뒷산 약수터에서 내려오는 물이 흐르는 개천 옆 응달진 가파른 산자락 한 곳에서만 서식하는 품종인 것 같습니다. 연녹색의 이 꽃은 가늘고 길지 않은 단단하고 질긴 넝쿨에서 피는데 줄기에 비해 꽃이 상당히 크고 아름답습니다. 줄기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넝쿨손이 있어 그 넝쿨손이 다른 풀이나 작은 나무 가지에 감아 그 큰 꽃을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잎은 양 끝이 뾰족한 곳을 축으로 타원형이며 질경이 잎처럼 줄기선 3개가 뚜렷합니다.
<큰으아리꽃>
아래 댓글을 주신 '정현숙'님께서 이 꽃이 '으아리꽃'임을 알려주셨습니다.
<음나무(엄나무)>
작은 도랑가에 두 그루의 가시나무, 어린잎을 하나 따서 입에 넣어 씹어보니 입 안 가득 씁쓰레한 맛과 향이 싫지 않습니다.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가지에 커다란 가시들이 있어 귀신을 쫓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귀신나무라고 하여 집안에 잡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안방 문 위쪽에 가지를 걸어두거나 무당이 굿을 할 때 귀신을 물리치는 도구로 가지를 쓰기도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어떤 일을 당할 때 '아쉬워 엄나무 방석이라'라는 말을 흔히 하는데, 이는 가시가 많은 음나무로 만든 방석에 앉는 고통을 빗대어 일컫는 말이지요. 경상남도 창원시 동읍 신방리 625번지에 자라는 음나무는 키 19m, 사람 가슴높이에서의 나무 둘레 5.4m로서 천연기념물 제164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의 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06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이 음나무는 제천시 하소동 뒷산 골짜기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진한 자줏빛 줄기에 다섯 갈래의 잎. 그 생김 자체만으로도 관상목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듭니다.
음나무는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키는 20m에 이른답니다. 가지에는 가시가 많으며, 줄기에도 가시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잎은 어긋나는데, 단풍나무의 잎처럼 5~9갈래로 갈라지고 잎가장자리에는 조그만 톱니들이 있습니다. 잎자루는 보통 길이가 10㎝ 이상이지만 때때로 50㎝ 이상일 때도 있습니다. 황록색의 꽃은 7~8월경 새 가지 끝에서 산형(傘形)꽃차례로 무리지어 핀답니다. 꽃잎과 수술은 4~5개, 암술은 1개이고, 열매는 10월 무렵 검은색으로 둥그렇게 익습니다. 어린잎을 나물로 먹기도 하며 나무는 다루기 쉽고 큰 널판을 얻을 수 있어 합판, 가구, 악기를 만드는 재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 하얗고 술이 긴 꽃의 나무는 그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꽃이 백옥같이 희고 아름답습니다. 혹 아시는 분이 계시면 이름을 아래 댓글에 달아 주시면 참 고맙겠습니다.
<노린재나무꽃>
노린재나무는 진달래목 노린재나무과의 겨울에 잎이 지는 떨기나무입니다. 노린재나무의 가지나 단풍든 잎을 태우고 남은 노란색 재로 낸 잿물을 황회라 하는데, 지치와 같은 천연 염료로 옷감을 노랗게 물들일 때 황회를 매염제로 썼기 때문에 노린재나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키는 2~5m에 달하고, 나무껍질은 회색이거나 회갈색이며 세로로 얕게 갈라지며, 어린 가지에 잔털이 있습니다. 잎은 어긋나며 길이는 3~7cm 정도로 타원형이며, 표면에 털이 없고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습니다. 오뉴월에 피는 꽃은 어린 가지 끝에 원추꽃차례로 피는데, 크기는 8~10mm 정도이고, 흰색이며 수술이 도드라져 보이고 옆으로 퍼지며 향기가 납니다. 9월에 여는 열매는 타원 모양이고 남색입니다.
으스스 하니 동남아 어느 밀림지대에라도 들어 온 느낌입니다. 나무에다 옷이라도 입힌 양 담쟁이가 주변의 나무들을 모두 휘감아 장악한 곳입니다. 담쟁이 등살에 나무들이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소나무를 감아 올라간 담쟁이의 뿌리는 신장염에 좋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담쟁이를 캐 약재도 얻고 소나무도 살리는 일거양득을 할까요. 소나무를 살리자니 담쟁이가 가엽고, 담쟁이를 살리자니 소나무가 가엽습니다. 내 산도 아닌데 그냥 자연은 자연의 순리에..
담쟁이덩굴[Boston ivy]
담쟁이덩굴이 가장 멋지게 잘 어울리는 곳은 아담한 이층 양옥집을 덮었을 때와 한옥의 담장을 타고 올랐을 때의 情景이 아닐까요. 그러고 보니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가 생각납니다. 마지막 남은 담쟁이 한 잎에 자신의 운명을 걸었던 젊은 여인 '존시'와 그의 진정한 친구 '수우' , 폐렴으로 병실에서 희망줄을 놓고 있는 '존시'의 이야기를 '존시'의 친구 '수우'로부터 듣고 그 운명에 희망을 주기 위해 밤새 떨어져 나간 그 한 잎의 담쟁이 잎을 그린 노인 '베어만' 그들의 애잔함이 떠오릅니다.
담쟁이는 포도나무과(葡萄―科 Vitaceae)에 속하고 바위등에 붙어서 자라는 목본성 덩굴식물입니다. 동아시아가 원산지이며 돌과 벽돌면을 타고 오르는 관상식물로 다른 지역에서도 널리 심고 있습니다. 덩굴은 길이가 약 18㎝입니다. 잎은 3갈래로 갈라지는 홑잎이거나 잔잎 3개로 이루어진 겹잎으로, 서로 어긋나며 가을에는 밝은 주홍색으로 단풍이 듭니다. 꽃은 작고 황록색이라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잎 반대쪽에 모여서 피고, 작은 열매는 푸른빛을 띠는 검은색으로 새들의 먹이도 됩니다.
이팝나무는 5월 중순에 이렇듯 하얀꽃이 20여일간을 피웁니다.
가을이면 콩 모양의 보랏빛이 도는 타원형의 열매가 겨울까지 달려있어서 관상용으로도 보기에 참 좋은 나무입니다. 어린잎은 말려서 차를 끓여 마시기도 하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나물로 먹을 수도 있습니다. 이 꽃이 필 무렵인 5월 중순쯤이면, 뒷동산에 만발했던 진달래 철쭉꽃이 지고나면 하루가 다르게 신록이 우거져 가고 이때쯤이면 어지간한 농가에서는 식량이 떨어져 한참 춘궁기로 보릿고개의 고통에 시달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무렵 새로 나온 가지 끝에 하얀 꽃이 수수모양으로 나무 전체를 뒤덮어서 마치 쌀밥을 담아 놓은 것 같다하여 '이팝나무"라 이름 지었답니다. 서양인들은 이 나무가 꽃필 때면 마치 흰 눈이 내린 것 같아서 눈꽃나무(snow flowering)라는 낭만적인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이팝나무 (Chionanthus retusa)>
키는 20m에 이르며, 가지의 색은 회갈색입니다. 타원형 또는 난형의 잎은 길이 3~15㎝, 너비 2.5~6㎝로 마주나는데, 가장자리는 밋밋하지만 어릴 때는 톱니가 있습니다. 잎의 뒷면 중앙맥[中助]에 연한 갈색 털이 있으며, 꽃은 길이가 1.2~2㎝, 너비가 3㎜로 5~6월에 새 가지에서 피며, 꽃대에는 마디가 있습니다. 꽃받침은 4장으로 깊게 갈라지며, 흰색의 꽃잎도 4장입니다. 2개의 수술은 꽃잎의 통부분 안쪽에 붙어 있으며, 씨방은 2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열매는 9~10월에 검은색으로 익습니다. 잎이 피침형이고 꽃잎의 너비가 1~1.5㎜인 것을 긴잎이팝나무(var. coreana)라고 합니다. 흰꽃이 나무를 덮을 때 마치 흰쌀밥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팝나무라고 합니다. 남쪽지방에서는 정원수나 풍치수로 심는데 목재는 건축·가구재로 쓰고, 목부에서 염료를 추출합니다. 식물 전체를 지사제·건위제로 사용하며, 꽃은 중풍치료에 쓰이기도 합니다.
하소뒷산 하소약수터 초입 산자락입니다.
2011년 5월 25일, - 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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