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어느 야산의 성근 숲 뒤로 둥두렷이 떠오르는 보름달을 그렸습니다. 소재로 보면 하등 신기할 것이 없는 작품인데 김홍도가 제시하는 작품의 경계는 자못 경이롭습니다. 높은 가지부터 잎이 지고 있으나 아래쪽에는 잔가지와 이파리가 아직도 여름의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곳에서 저절로 자란 나무들의 싱드렁하니 뻗은 꾸밈없는 가지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한국 자연미의 전형입니다. 약간의 간격을 두고 오른편에 선 곧은 나무 아래로 작은 골짝물이 흐르며 키 작은 잡목들은 간략한 점묘법(點描法)으로어우러져 있습니다. '소림명월도'의 나무들은 부분적으로 농담을 달리한 처리로 화면상에 은은한 공간의 깊이를 시사하는가 하면, 그 필치에는 이제 막 작가의 붓이 닿는 순간을 지켜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느켜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직접성과 천진함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 나무들의 존재감을 더욱 드높이는 것은 뒷편에 떠오르는 보름달의 후광입니다. 작가의 예술혼은 전례없이 과감하게 보름달을 중간 아래에 배치함으로써 고요하게 잦아드는 가을의 기운을 묘사하였습니다. 그리고 보면 <소림명월도>의 나무들은 둥지 아래 부분이 주저없이 생략되어 있기도 합니다. 참으로 천연스러운경지이기 때문에 그것은 다만 의식되지 않을 뿐입니다.
단원 김홍도 필 병진년화첩 제8폭 소림명월도<金弘道筆丙辰年畵帖疎林明月圖>
朝鮮時代 / 金弘道 (52歲그림) 紙本淡彩 26.7 × 31.6cm / 湖巖美術館所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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