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사진

구담봉 옥순봉에 오르니 바람은 나를 보고 마음은 청풍에 두고 가라하네.

鄕香 2009. 10. 11. 07:30

 

2009년 10월8일 제천, 아침 눈을 뜨고 하늘을 보니 온통 구름만 보입니다. 서둘러 행장을 꾸리고 단양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단양 八景중 제7경인 구담봉과 옥순봉을 보기로 했음입니다.  

충북 단양군의 옥순봉은 희고 푸른 바위들이 대나무의 순 모양으로 높이 힘차게 치솟아 마치 절개 있는 선비의  옥같이 깨끗한 모습을 연상시키는  대나무 순이라는 의미로 옥순봉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데. 여러 개의 기묘한 봉우리의 굴곡이 자유분방하고 봉우리에 올라 서면 청풍호반이 옥빛보다 더  곱고 그윽한 자태로 휘감아 돌며 흐릅니다. 옥순봉은 원래 청풍군에 속해 있었습니다.

조선 명종 때에  단양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 선생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詩와 唱과 琴에 능하고 갓 피어 오른 봉우리처럼 청순한 단양 태생의 관기인 두향이가 이 아름다운 산을 단양군으로 속하게 해달라고 청했습니다. 이에 퇴계 선생이 청풍군수에게 부탁을 했으나 허락하지 않았답니다. 이 아름다운 봉우리를 청풍군수인들 내줄 수 있겠어요.  

그러자 이황 선생이 단애를 이룬 암벽이 마치 대나무 순이 솟아 오른 것과 같다하여 옥순봉(玉筍峰)이라 이름 짓고, 단양팔경으로 들어서는 입구 암벽에 '단구동문'(丹口洞門)이라 새겨 넣어 단양의 관문임을 선언하였다지요. 道學君子로 이름나신 퇴계 선생께서도 이지역의 빼어난 경관과 두향을 아끼는 마음에 반하여 이제는 이곳은 단양 땅이라고 억지를 보이셨다니, 고매한 鶴과 소나무 같은 기개와 대쪽같은 절개의 옛 선비들의 또 다른 한 면의 재치를 생각하며, 미소를 지어봅니다. ㅎㅎ  

이 외에도 조선시대 문신 탁영 김일손은 <동국여지승람>에서, 청화자 이중환은 <산수록>에서 옥순봉의 아름다움을 극찬하였습니다. 또한 구한말 의병장 유인석과 함께 왜군 소탕에 앞장섰던 정운호는 당시 제천 8경을 노래하며 이 곳 옥순봉을 제7경으로 꼽았다고 합니다.

단원 김홍도는 정조의 초상화를 잘 그린 공로로 충청도 연풍의 현감에 임명되었는데,  이 때, 1796년 <옥순봉도(玉筍峯圖)>를 남겼습니다. 이 그림은 김홍도의 대표작인 <병진년화첩 (丙辰年畵帖)> 중의 한 폭으로, 현재 보물 제78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옥순봉의 산세는 청풍호와 어우러져 뛰어난 경관으로 마음을 더 없는 기쁨과 푸름으로 가득 채워주는군요. 해발 283미터의 낮은 산이라지만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함마저 느껴지는데, 너무 아름다운 빛깔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 또한 없지 않아 있으니 님들 마음 다잡으셔야합니다. 확 트인 정상부는 너른 안부와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어 쉬어가기에 참 좋았습니다. 또한 노송이 운치를 더해주니 그 옛날 선계가 부럽지 않을 곳이었습니다. 산행과 더불어 유람선을 타고 옥순봉과 구담봉의 멋들어진 소나무와 석벽의 어울림을 조망하는 것도 또 다른 시각적 아름다움을 주겠지요. 옥순봉은 높이가 낮은데다 등산로도 정비가 잘 되어있어 쉽게 오를 수 있으며 1시간 산행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나 구담봉을 연계해 산행할 경우에는 약 4시간은 잡아야 하며 아름다운 경치에 현혹되어 한 시간은 더 보태야겠지요. 구담봉으로 가려면 옥순봉 정상에서 되내려와 왼쪽으로 난 길로 가야합니다. 구담봉 정상부까지는 깎아지른 바위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제법 손맛도 있지만, 주의해야 하기에, 옥순봉-구담봉을 산행하려면 기묘하고 험난한 구담봉을 먼저 보고 옥순봉을 보는 것이 안전에도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仁鄕-

 

 

 

 

옥순봉이 2.3km, 구담봉이 2.0km라, 두 곳을 왕복해도 9km가 채 안 됩니다. 하지만 풍광이 좋은 곳이라니 시간상으로는 좀 더 걸리겠지요.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상큼하게 출발하겠습니다. ㅎㅎ

 

푯말을 보고 호젓한 이길을 돌아서니

 

이름도 모를 나무에 둘려진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이 나오기에 십분 정도 걸어가니

 

황토에 축적된 낙엽이 부토된 부드러움과  특유의 향긋함에 발바닥도 즐거워 나비처럼 가볍게 길을 재촉합니다. 

 

십분 쯤 가니, 두 갈래 길을 놓고 이정표가 묻습니다. 이리요, 저리요?

 

 氣가 살아 있을 때 힘든 곳이나 어려운 곳을 가야 나중에 수월한 곳이나마 이겨낼 여력이 남겠지요.

좀은 험난하다는 구담봉을 先點으로 .. ㅎㅎ

 

구담봉 가는 길은 바윗길이라고 하던데, 들머리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날으는 융단처럼 부드러운 얼굴로 손짓합니다.

어서오시라나요..  ㅎㅎ 

 

좌측을 보니 청풍호 건너 말목산 넘어 금수산이 보입니다.

 

앞을 보니 어느새 낙타털의 융단 같은 부드러움은 온데간데없고 뾰족하게 머리를 내민 바윗돌의 송곳니만 내밀고 나의 방심을 노립니다. ㅎㅎ

 

금수봉에서 말목산으로 이어진 능선과 둥지봉이 조망되는데  날씨관계로 선명하지를 못합니다.

 

 

장회나루를 지나 청풍호를 끼고 단양길이 산자락에 하얀 상체기로 각인처럼 보입니다.

 

바윗길은 오밀조밀 요리조리 오르내림이 재밌지요. ㅎㅎ

 

내려다보니 옥순대교가 아스라이 보입니다.

저 길을 따라가면 대강면 사인암리에 위치하고 있는 사인암(舍人巖)을 거치지요. 

사인암은 맑은 운계천을 따라 명명된 雲仙九曲 중 제7곡에 해당되며 이 고장 출신인 고려말 대학자 역동 우탁(易東 禹卓)선생이 사인(舍人)벼슬로 재직할 당시 이곳에서 청유하였다 하여 조선 성종 때 단양군수로 재임한 임재광 선생이 명명 하였답니다. 푸르고 맑은 운계천은 굽이굽이마다 아름다운 풍광을 이루다가 이곳에 이르러 수백척의 기암절벽이 하늘 높이 치솟아 있으며 푸른 노송이 어울러져 아름다움을 더해 주는 곳이랍니다. 단원 김홍도가 연풍군수 재임시절 그린 '사인암'그림이 '병인년화첩'에 실려 있기도 합니다. 사인암 사진은 일전에 다녀와 소개드린 적이 있습니다.

 

 

 <사인암 (舍人巖)>

 

 

파랗다 못해 짙은 옥색 빛 맑은 물과 신선하고 상큼한 바람 산하를 덮은 녹색의 싱그러운 나무들을 이름 해 '淸風明月'인가요.

이와 더불어 사는 이 또한 그 심성 고와라~~~ . 

 

 

사진 속에 물도 하늘도 하얗습니다. 파란하늘에 하얀 물빛이었다면, 더 없이 좋을 풍경이었을 테지요.  

 

 

돌에 뿌리내려 살아가는 저 나무들의 보이지 않는 능력이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함부로 밟을 수없는 생명의 존엄성에 옷깃을 여미고 사려 밟고 갑니다.  

 

 

이 길은 가파른 수락산이나 도봉능선 정도 됩니다.

 

 

 

소나무가 나의 발을 막고 섭니다.  할 수없이 우회를 하고 보니 위험천만의 길이었습니다. 고맙구나 소나무야~~   ~.~

 

 

구담봉은 깎아지른 듯한 장엄한 기암절벽 위의 바위가 흡사 거북을 닮아 구담봉이라고 한답니다.
조선인종 때 이지번(토정 이지함의 형)이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은거하였는데,  

푸른 소를 타고 강산을 청유하며 칡넝쿨을 구담의 양쪽 언덕에 매고 비학을 만들어 타고 왕래하니

사람들이 이를 보고 신선이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제비봉과 금수산, 멀리는 월악산이 감싸고 있어 청풍호을 끼고 주변의 아름다운 절경을 조망하기에도 참 좋습니다.

또한 배를 타고 관망하기에도 손꼽는데 손색이 없군요.

 

 

 

오른 편 제비봉 아래 장회나루가 보입니다.

 

 

 유람선이 선객들에 기쁨을 듬뿍 안겨주고자 하얀 포말을 토하며 장회나루를 떠나고 있습니다.

 

 

날씨는 흐리고 바람은 또 어찌나 불어오는지 선명한 결실(?)을 거두지 못함을 아쉬워합니다. 지금도...

 

 

 구담봉정상에서 본 건너 산자락이 흡사 수석받침대같은 깔끔한 느낌을 주는군요

 

 

물개의 등처럼 유려한 모습의 바위들이 다정하게 잠시 엉덩이좀 붙이고 쉬어 가라는 듯 넉넉한 포근함을 줍니다.

 

 

대리석으로 각지게 다듬어 글을 새겨놓은 비석보다 아름다운 경관과 조화롭게 어울림을 같는 나무푯말이 한층 운치 있고 부드럽게 마음에 닿는 것에, 사랑합니다. 

 

 

앞으로 계속가면 옥순봉에 이르는 길이 있지만,

출입을 금하고 있으니, 여기를 시발점으로 다시 옥순봉과 구담봉 갈림길까지 되 가야 합니다.

 

 

주홍빛 포피를 곱게 차려입고 여인의 나긋한 손길처럼 휘어 틀어저 이어진 가지에 연한녹색의 솔잎을 돋아낸 그 아름다움에

발길을 옮길 수가 없었습니다.

 

 

 바위의 검버섯과 소나무 사이로 에머랄드 빛깔의 물빛이 너무 고와 담았건만...  내 마음에 담긴 음영만 못합니다. 

 

 

물가 산자락이 돌출되어 발톱처럼 뾰족뾰족 나온 모습들이 참 아름다웠는데.. 

사진기의 망원이 성능면에서 화면의 질이 아쉬움을 줍니다.

 

 

멋진 소나무 사이로 요리조리 굽어진 아슬아슬한 바윗길을 걷는 묘미도 있답니다.

 

 

 나그네의 발길은  바윗돌마저 포피에 하얗게 흔적으로 상체기를 남깁니다.

 

 

소나무사이로 바윗돌노인이 고개를 돌려 하늘을 보며 혼자말씀을 하십니다, " 비가 오시려나..  " ㅎㅎ

 

 

바위고개 넘어 비취색처럼 맑을 호수에 회색구름이 담겨 뽀얗게 빙결된 듯이 물들이고, 완만한 구릉의 봉우리들은 아늑하게 가슴에 와 닿습니다.  "바위고갯길 넘어 물길 구비구비 백여 리 산,산, 사이로 세월마냥 흐르네... "

 

 

도봉산에서 많이 본 쇠말뚝이...

 

스틸로프를 잡고 내려오다  옆을 보니 또한 깎아지른 벼랑이군요.

 

저 건너 보이는 산이 말목산이라고 합니다. 그 넘어에는 동산이 있지요.

 

손에 땀이 배어나도록 내려온 산을 돌아보니 그 산은 빙그레 미소만 흘립니다.  

 

아까 온 저 편 길에 등산객이 보이는군요. 내 걸음이 빠르니 기념사진이라도 부탁해야겠습니다. ㅎㅎ

 

  그런데 좌우 경치를 본 후 앞을 보니 사람이 오고간데 없네요. ㅎㅎ

 

삼색의 길이 보입니다. 내가 지나온 산길 휘돌아가는 물길, 굽이구비 돌아가는 찻길...  길은 길에서 만나고, 길은 길로 통한다지요.

 

되돌아온 길을 보니 어느새 3봉우리를 지났습니다.

 

아름답다 너, 힘든 내게 기쁨과 힘을 심어 주는구나 너의 남보라의 고운 미소가...

 

 

이제 다시 갈림길, 1Km 남짓한 옥순봉으로 가야겠지요. 모든 것에, 고맙습니다. ^^

 

 촉감도 부드러운 흙길에 아직은 풋풋한 나뭇잎 향기를 심호흡하니 폐부가 기쁨으로 즐거워합니다.

 

덩달아 발걸음도 가볍고요. 숨쉬고 산다는 것에 너무 행복합니다. 이렇게 한참을 가도 좋겠다 싶은데.. 

 

또 다른 촉감으로 다가오는 바윗길의 즐거움.. 참 저도 무척이나 변덕스럽고 간사하죠? ㅎㅎ

 

 나무에 가렸던 시야가 확 트이며 동공에 가득 차 들어오는 시원한 풍경, 산과 물과  하늘의 여백... 

 

승천의 꿈을 안고 천년의 세월을 기다리며 살아야 한다는 이무기가 저리 맑고 고운 못에서 살았을까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만큼이나 아름다운 이야기가 주절이 영글어 이어갈 청풍호수... 

 

끝없이 펼쳐지는 강산...

 

옥순봉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경관을 하늘이 시샘을 하는 가 봅니다. 이 아름다운 경치에 파란하늘에 두둥실 몇 점 구름만 떠 있다면, 참으로 운치로웠을 텐데.. 너무도 아쉬웠습니다.

 

 

옥순봉을 오르고 나서 옆에 붙어 있는 좀은 넓은 마당바위로 가는 길입니다.

 

  

옥순봉 옆 마당바위에서 바라본 말목산, 금수산 등이 마치 병풍처럼 둘려져 있습니다.

 

 

드디어 내 모습을 담을 수 있는 행복을 찾았습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유람선이 번질나게 오고갑니다. 세속에 절은 영혼의 치유를 갈구하는 심신들을 위하여..

 

옥순대교 넘어 굽이구비 잠겨있는 호반의 장엄함은 수 많은 생명을 잉태시키는 모태요 숭고한 자연의 신비겠지요.

 

 

바위와 산과 구름이 나누는 대화의 색깔을 담아봤어요.  건너편 말목이산과 금수산이 우측 끝자락에 보입니다.

 

 

 

매몰차게 불어대는 바람에 수면이 일렁이며 탱고를 춥니다.

 

 

 

하늘아 하늘아~~~  미워할 수 없는 네가 너무 야속해... 

 

옆에서 옥순봉을 바라보았는데 암석 사이사이 소나무들이 참으로  조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호수 건너편 산자락이 수면에 떠있는 것처럼 착시를 느낍니다. 

 

옥순봉 언저리 터줏대감인 까마귀 세 마리, 이곳을 배회하며 주변을 순시합니다. 마침 앉아 쉬기에 줌으로 당겨 담았는데 선명치가 않습니다.

 

까마귀는 길조인데, 오늘 저에게 상서로움이 있으려나 봅니다. ㅎㅎ 

한 녀석은 옥순봉 푯말에 의젓히 앉아 이곳저곳을 관망합니다.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있는 이 녀석이 대장인가 봅니다. ^^

 

그렇게 다시 분기점에 이르렀습니다. 왠지 돌아서는 발길이 서성입니다.

 

하산 길목에 억새와 이름모를 수풀들이 어우러져 서로에게 아릅답습니다. 화합과 배려를 배웁니다.  

 

 

나의 아쉬움을 억새의 하얀 손이 하늘거림으로 풀어줍니다.

 

어느 삶이나 소중하고 필요하기에 더불어 아름다운 어울림을 갖으라고,  자연은 색상으로 조화를 이루어 감격의 교훈을 주는군요.

 

수수...  어려서 생일이면 어머니께서 경단처럼 동글게 수수팥떡을 빗어 주시던 생각이 납니다. 아마 열 살까지 해 주셨지 싶습니다. 그 수수팥떡의 맛을 잊지 못해 지금도 무척이나 먹고 싶습니다. 수수의 따사롭게 느껴지는 빛깔처럼 곱게 알알이 맺힌 수수의 알갱이 만큼이나 병없이 잘 자라기를 염원한 주술적 의미가 아니 었을까 싶습니다. 수수는 악귀를 쫒아 낸다는 속설도 있는 것 같고, 밧줄을 타고 오르다가 떨어져 수수대에 찔려 죽은 호랑이 이야기도 있고, 수수숱으로 만든 빗자루는 부정을 쓸어낸다는 속설도 있는 우리에게 친근한 매력적인 곡식입니다.

 

수수(壽壽)⇒장수.  수수는 벼과에 속하는 식물로, 우리나라의 경우 신석기시대 유적(함경북도 회령의 청동기시대 유적과 여주군 흔암리 선사유적. )에 수수 낟알이 발견된 바 있어 아주 오래 전부터 이를 식용하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수는 식량 및 다양한 식품으로 사용되었으며, 특히 어린아이의 돌이나 생일 때 떡으로 빚어 나누어 먹었습니다. 이는 수수의 붉은 빛으로 못된 귀신의 접근을 막아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처럼 식생활에서 수수가 벽사적인 기능을 담당했다면, 그림에서의 수수는 장수를 의미합니다. 수수를 이와 동일한 발음의 수수(壽壽)로 파악하고 장수의 기원을 담은 문양으로 사용했던 것이지요. 보통 기쁨을 의미하는 참새와 함께 그려지는데, 이런 경우 장수의 기쁨을 누리기를 기원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옥순봉에서 그윽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던 옥순대교까지 왔습니다.

 

조금 먼 발치에서 올려다 본 옥순봉이 청풍호반에 둘린 채 그윽하기만 합니다.

 

 

구담봉과 옥순봉 높지 않은 아담한 봉우리지만 기암절벽과 발걸음 닿는 곳마다 수려한 풍경을 이루고 굽이굽이 휘감아 골을 가득 채운 옥빛 푸른 물결은 헤아릴 수 없는 그리움과 표현할 수 없는 감격으로 얼을 앗아갑니다. 고려청자의 비취색 보다 더 고운 너의 빛깔을 서양에선 에메랄드빛이라 하겠지만, 쪽빛보다 더 맑고 푸른 너를 나는 뭐라고 부를 수가 없구나...

그 아름다운 구담봉이 어느새 스멀스멀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저녁녘 발길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하늘의 축복인 황금빛 노을은 없지만, 산도 물도 아름다운 곳에 다리도 곱구나, 흐르는 세월도 네게 잠긴다.  

 

 

 

 

우리 산다는 것은 한 해의 나뭇잎과 같습니다. 그 삶이 참나무 잎이든 싸리나무 잎이든 어느 삶이 더 행복했다고는 비교해서 정립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로 공통의 양분이 될 뿐이지요.

그 생활의 빛깔이 노랗거나 주홍빛이거나 갈색이라고 해도 그 어느 빛깔이 더 아름답다고는 견줄 수는 없습니다. 각각의 고움으로 살다가 한가지로 養分되는 것임에...   - 仁鄕 -

 

 

  고맙습니다.  2009/10/8   - 仁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