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朝鮮時代)/조선 회화(繪畵)

열청재 장한종의 책가도병(閱淸齋 張漢宗筆冊架圖屛)

鄕香 2007. 6. 22. 17:10

 

경기도박물관에서는 처음으로 궁중 화원인 장한종(張漢宗, 1768~1815)이 그린 책가도 병풍 한 틀을 공개하였습니다.

궁중화원이 그린 책가도로는 이형록(李亨祿, 1808∼?)의 작품만이 알려진 상황이라 장한종 <책가도병>은 참 소중하지요.

더욱이 이형록의 작품은 삼성미술관 리움을 비롯하여 몇 군데 소장품이 알려졌지만,

장한종의 책가도는 경기도박물관 소장품이 유일합니다.

 

 

열청재 장한종의 책가도병(閱淸齋 張漢宗筆冊架圖屛)

조선시대 / 종이에 채색195.0×361.0 cm / 경기도박물관 所藏  

 

 

장한종은 궁중의 화원이면서 야담인 『어수록 禦睡綠』 일명 『어수신화 禦睡新話』를 지은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잠을 붸을 만한 이야기를 모아 세상을 경계하기 위해 바보 이야기와 음담패설을 많이 수록하였습니다.

그의 <책가도병>은 노란 휘장을 걷어 올리자 그 안에서 서가의 위용이 드러나 보이게 하는 극적인 구성을 취하였습니다.

서가는 아랫단에 문갑이 달리고 여러 칸으로 나뉘어져 있고,

그 안에는 책을 중심으로 도자기, 문방구, 과일, 꽃 등이 진열되어 있는데,

당시 서양회화의 영향을 받아 유행한 선투시도법의 공간에 음영법까지 표현되어 중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서가에 있는 도자기는 청나라에서 수입한 분채(粉彩) 도자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문방구나 가구는 조선의 것이 구요. 

조선후기에는 왕실과 사대부가에서 청나라의 도자기를 수집하는 열풍이 일었는데,

바로 그러한 현상을 이 책거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짙은 갈색의 틀 속에 회색의 천장, 갈색과 회갈색의 벽으로 책장을 표현하여 갈색과 황색의 따뜻한 색조가 주조를 이루고 있고,

휘장에는 약간의 음영을 넣어 입체감을 내어 서양화풍의 영향도 엿보입니다.

이처럼 복잡하고 정형화된 짜임새 속에서 그림 하단 오른쪽에는 두껍닫이 문 한 쪽을 떼어 놓아 엄격한 규범 속에서

숨통을 여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낙관이 없는데 어떻게 장한종이 그린 것으로 보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요.

궁중에서 제작된 책거리에는 그림 중 도장을 글자를 새긴 부분이 보이도록 슬쩍 눕혀 놓습니다.

이 병풍에서는 왼쪽 끝 위에서 3번째 단에 '장한종인(張漢宗印)'이란 글자가 보이는 인장이 옆으로 뉘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이 숨겨진 인장으로부터 궁중 책가도를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정 병 모 (경주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