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의 흔적

그립고 보고 싶고 아쉽다.

鄕香 2019. 7. 23. 18:04

연일 무더위에 비는 올동말동 하늘은 잿빛이다. 어제는 가여운 내 동생 규송이의 忌日(7월22일)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아버지의 기일(陰6월21일)이다. 이일저일 착잡한 심경에 집에 쑤셔 박혀 있자니 숨이 막혀 지랄병이라도 날 것 같아 자전거를 가지고 집을 나섰다. 비는 여전히 올 듯 말 듯 한데 에라 모르겠다. 올 테면 오라지 비 쏟아지면 이 더위에 이 심경에 더욱 멋진 우중 라이딩이 아니더냐! 왕숙천을 거쳐 구리한강시민공원을 향해 달렸다. 큰 접시만한 접시꽃도 보고 사람들이 접시꽃으로 아는 의송화도 보았다. 이미 세상을 달리하신 부모님과 동생들 모습이 눈에 어린다. 간난 시절에 한살 터울로 태어난 동생 때문에 엄마의 품을 빼앗기고도 보챌 줄도 모르고 울 줄도 모르고 그저 손가락만 빨던 귀엽고 순 하디 순했던 규송아! 너를 챙겨주지 못한 죄책감에 페달만 죽어라 밟는다. 나도 힘들었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너 하나만은 돌봐줬어야 했다. 마냥 아쉽고 생각하면 할수록 애틋하고 보고 싶다. 이 슬프고 아픈 생각을 지우고자 페달에 더욱 힘을 주고 달린다, 어느 사이에 한강시민공원이다. 넝쿨장미 파고라 옆 길가에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내게 가장 아름다웠던 코스모스는 네가 다녔던 전곡국민학교 뒤 한탄강 둔덕에 하늘거리던 코스모스였다. 파란 가을하늘과 여기저기 뒹굴던 곰보돌 현무암과 아름답게 어우러져 피었던 투명하다시피 맑은 흰색과 연분홍의 꽃잎 큰 코스모스였다. 규송아 그런데 이 삼복더위에 코스모스라니! 우습지? 코스모스를 떠올리면 가을이 생각나듯 코스모스는 가을에 피어야 제격이란다. 파란하늘에 새털구름 흩뿌리듯 흘러가고 바람에 한들거리는 가녀리고 청순한 코스모스는 가을을 풍미하는 절정의 꽃이란다. 사람들은 욕망 하나로 기다림의 미학을 저버리고 자연의 섭리를 제 것 인양 멋대로 농단하여 가을의 고움을 계절 없이 보고자 순리를 거스르고 섭리를 깨트리고 있단다. 삼복더위에 이처럼 코스모스를 피워내면 가을의 맑고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을까? 아니다 가을을 장식하는 코스모스의 품격에 상처를 내었을 뿐이지, 코스모스는 질 때도 시들지 않고 한 잎 두 잎 우아하게 떨어지던 꽃잎이다. 이 더위에 저 코스모스는 꽃잎은 시들고 늘어지고 그 특유의 청순함을 잃고 있다. 꽃도 그 무엇도 자연 그대로 제 철일 때 마냥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꽃을 보는 동안 너에게 미안하고 슬픈 마음이 좀 안정을 찾았나 보다. 공원을 이리저리 둘러보니 뽀얀 구름 속 노을빛이 아차산 능선을 기웃 거린다. 규송아 네 있는 곳도 이리 덥니? 그곳은 좋은 세상이니? 가엽고 딱하신 아버지 어머니 너는 자주 뵙겠구나! 잘 계시겠지? 이제는 올 때와 다르게 지극히 느리게 집으로 향한다. 누구도 나를 기다리는 이 없음에 서두를 일도 없구나! 규송아 정말 많이 미안해 끝도 모를 먼 하늘에선 늘 즐겁고 행복하리라 믿는다. 너는 진실로 착했으니까..

 

 

분홍접시꽃 활짝 핀 성숙함, 넉넉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에 보는 이 그 눈길 그윽하여라.

  

 연분홍 접시꽃

 

 붉은접시꽃 

 

 

 소용돌이 치듯 나선으로 솟아나는 접시꽃봉오리 붉디붉은 그 자태 보기에 姚姚하다.   

 

 

 

 왕숙천 물은 맑아 보이는데 바닥에 침전물이 많다. 그래도 강에서 올라온 물고기가 있어서 낚시꾼이 있다.

 

저 물은 하염없이 저렇게 흘러 수증기되고 구름되고 비가 되고 물이 되어 다시 이곳을 흘러 가겠지..

옛날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미역도 감고 삼태기로 천렵을 즐기던 지상의 낙원이었건만..

 

 

 三伏 더위에 코스모스가 만발하는 세상이다.

    

내가 어려서 사랑한 코스모스는 이런 꾸밈도 지나친 화려함 없고 천박스럼 없이 고왔다. 소박하고 순결하고 청순미가 은은하여 고운 소녀를 보는듯이 고왔다.  

  

  

 

 

  

 우리 어린 시절의 코스모스는 흰 꽃과 연분홍 그리고 빨강색 꽃을 가을에만 피웠는데, 꽃잎은 얇고 투명했다. 한여름에 이렇게 꽃을 핀 이 코스모스는 개량종이겠다. 

   

 

 

 

 

 

 

 

 

사람들이 접시꽃으로 알고 있는 의송화 꽃이다. 의송화는 외줄기로 길고 곧게 뻗어 오른 줄기에 쌍 떡잎 사이마다 꽃이 핀다.

 

 

 

 

 

  의송화는

 

 

 

 

 

 

 

 

 

 

 

 

 

 

 

 

 

 

 

 

 

 

 

 

 

 

 

 

 

 

2019년7월23일  -鄕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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