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1978년 심산이 타계하기 몇 개월 전에 완성된 작품입니다. 화면 가운데에 비스듬히 쌓아 포개진 넓적한 암반 위에 현대의 등산복차림을 한 두 點景人物이 앉아 있습니다. 심산의 산수화에서 점경인물은 1920년대의 畵譜式 處士形 이후로 1920년대에서 1940년대의 시대상에 가까운 한복차림의 인물이 간간히 등장 하는데, 1978년 작인 이 <夏山野趣>에는 등산복 파커에 등산모를 쓴 현대인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 北宋때의 山水大家인 郭熙는 그의 저서 <林泉高致>에서 "山水에는 갈 만한 곳(可行者)이 있고, 바라볼 만한 곳(可望者)이 있고, 놀 만한 곳(可游者)이 있고, 있을 만한 곳(可居者)이 있다. 山水의 그림을 그리는 것은 사람이 그곳에 놀 만한, 있을 만한 산수를 구현하기 위한 길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심산은 일찌기 '세상에 대한 울분을 푸는 데는 산수화만한 것이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것은 예술작품을 통한 靜化에의 길이라 하겠습니다. 화가는 작품을 제작하면서 거기서 놀고, 거기서 살면서 울분을 해소하며 스스로의 정신을 정화하고, 보는 사람은 그 것을 보면서 놀고, 거기서 살면서 즐기고 자신의 마음을 정화하는 것입니다.
心汕은 한국의 산수를 바탕으로 그 자신을 포함한 한국인이 정말로 찾아서 놀 만한 곳, 있을 만한 (혹은 놀고 싶고 있고 싶은)곳 溫雅한 정취와 소쇄한 逸氣가 맑은 大氣처럼 깃들이는 산수를 찾아 그 화폭에 80여년의 생애를 기울였고 어느 날 새벽 또 다른 차원의 먼 山水를 찾아나서 듯 문득 이 땅을 떠났습니다.
<하산야취/夏山野趣>
韓國 近代 / 心汕 盧壽鉉(1899~1978)筆 / 紙本 淡彩 135×70cm / 個人 所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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