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요선정과 요선암 돌개구멍.(영월 주천강)

鄕香 2011. 5. 5. 22:26

법흥사에 예속되어 있는 잘 정지된 이 절집은 산사(山寺)나 암자라기에는 좀 그렇고, 포교원에 가까운 인상을 주는 말사(末寺)로 생각이 미칩니다. 이 주변의 경관이 아름답고 요선정과  마애여래불상이 있다기에 찾아왔습니다.

 

 

 

 

 

사찰건물 뒤로 돌무지탑을 새워 놓은 곳에 '요선정'으로 가는 길이 보입니다.

 

 

 

수많은 발길에 나무뿌리가 앙상하게 지표면으로 들어나 안스러움을 주기에, 뿌리를 사려 밟지만 흙이 패이게 하기는 마찬가지,  나 역시 그 아픔에 한 역활을 더합니다. ㅠㅠ

 

 

 

호젓한 오솔길에 마음도 물들어 고요하게 젖어듭니다.

 

 

 

한 100m 남짓 오르니 정자 '요선정'과 마애불좌상이 보입니다.

 

 

 

요선정(邀僊亭)은 1915년에 수주면 무릉리에 거주하는 요선계 계원들이 중심이 되어 건립한 정자입니다. 남한강의 지류(支流) 주천강(酒泉江) 上流인 이 곳은 풍경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조선왕조의 제19대 임금인 숙종대왕(肅宗大王)의 어제시(御製詩)를 봉안하고 있어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곳입니다. 어제시는 숙종이 직접 하사하여 주천면소재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주천강 북쪽 언덕에 위치하였던 청허루(淸虛樓)에 봉안하였으나,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청허루가 붕괴되었고, 숙종의 어제시 현판(懸板)은 일본인 주천면 경찰지소장이 소유하고 있었답니다. 요선계 회원들은 일본인이 숙종대왕의 어제시 현판을 소유하였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기고 많은 대금을 지불하고 매입하였고, 이를 봉안하기 위하여 요선정을 건립하였다고합니다.

이 정자는 정면 2칸, 측면 2칸이며 옆면으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으로 오른쪽에는 이응호가 쓴 "요선정(邀僊亭)',왼쪽에는 '모성헌(慕聖軒)'이라고 쓴 현판이 걸렸습니다. 이 정자는 비록 작지만, 숙종대왕이 하사한 어제시 현판을 봉안하기 위한 수주면의 원씨(元氏), 이씨(李氏), 곽씨(郭氏)들이 조직한 요선계원들의 역사의식과 정성이 담겨 있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하겠습니다. 정자 안에는 홍상한(1701(숙종 27)∼1769(영조 45). 조선 후기의 문신)이 쓴 청허루중건기, 요선정記, 중수기가 걸려 있습니다. <강원도문화재자료 제41호>

 

 

 

요선정 좌측에 있는 바위로 정면에 방형으로 면을 다듬고 그 자리에 '석명선(石明瑄)' 석자와 정사2월ㅇㅇ(丁巳二月ㅇㅇ)라는 시기(時記)가 음각되어 있습니다. 石明瑄 이란, '돌이 맑으면 옥과 같다.'란 뜻입니다.

 

 

 

《무릉리 마애여래좌상(武陵里 磨崖如來坐像)》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74호>

이 불상은 고려시대의 마애불좌상으로 큰 바위암벽 위에 높은 부조로 불상을 새겼습니다. 살이 찌고 둥근 얼굴에 눈, 코, 입과 귀가 큼직큼직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법의(法衣)는 두터워 신체의 굴곡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상체에 비해 앉아 있는 하체의 무릎 폭이 지나치게 표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상체의 길이도 너무 길어 신체의 균형이 전혀 맞지 않습니다. 손의 모양도 독특한데, 오른 손은 가슴까지 올려 손등을 보이고 있고, 왼손 역시 오른손과 평행하게 들어 손바닥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처가 앉은 자리인 대좌(臺座) 역시 무릎폭에 맞추어 큼직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힘이 넘치지만 균형이 맞지 않고, 옷 주름과 신체 각 부분의 표현이 형식화되어 있어서 고려시대 지방 장인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강원도에는 이처럼 암벽면을 깎아 만든 마애불상의 유래가 매우 드문 실정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 하겠습니다.

이 마애여래불상(磨崖如來佛像)은 좌상(坐像)이지만, 신비롭게도 얼굴에서 연꽃무늬좌대(蓮座臺)에 이르기 까지 돌의 빛깔이 몸통 넓이의 폭으로 일직선으로 다른 부분 보다 유난히 흰 빛이어서 마치 입상(立像)인 것처럼 보입니다.

 

 

 

불상 좌측에서 올려다 본 얼굴모습입니다. 정면에서는 시간적으로 해를 정시해야 하는 역광이어서 촬영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나의 바위에 부조로 새겨진 이 불상은 타원형의 얼굴은 양감이 넉넉하여 박진감이 넘치고, 양 어깨에 걸친 법의는 무게를 느끼게 하나 옷 주름은 선각으로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두 손은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는데 오른손은 자연스럽게 펴서 손등을 보이고 왼손은 오른손과 평행하게 들어 손바닥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빛을 형상화 한 광배는 연꽃무늬가 도드라지게 새겨진 머리광배(頭光)와 두 줄의 선으로 표현된 몸 광배(身光)을 갖추었고 도드라진 연화대좌 위에 결가부좌한 하체는 지나치게 크게 표현하여 전체적인 균형을 잃었습니다.   

  

 

 

불상우측에서 올려다본 얼굴 모습입니다.

 

 

 

불상의 우측 모습입니다.

 

 

 

불상이 새겨진 바위의 전체 뒷모습입니다.

 

 

 

불상 뒤에서 바라본 주천상류 쪽 5대 적멸보궁의 하나인 사자산 법흥사 방향입니다.

 

 

 

요선정을 보고 다시 내려오는 길에 옆 강가 요선암의 풍경입니다.

영월군 수주면 무릉리에 자리하는 요선암 돌개구멍(Pot hole)은, 구혈(甌穴)이라고도 부릅니다.

요선암 돌개구멍은 평창과 횡성, 홍성의 경계를 이루는 태기산에서 발원한 주천강과 사자산에서 발원한 법흥사계곡의 물줄기가 합수하는 지점에 있습니다.  강가 바닥 넓은 화강암반으로 이루어진 요선암이라 불리는 너럭바위 표면에 여러 형태의 많은 돌개구멍이 생성되어 있습니다. 이 돌개구멍은 암반에 돌출한 부분을 모래나 자갈을 동반한 빠른 속도의 물이 부딪쳐 소용돌이치면서 암반을 마모시켜 발달된 것입니다.          

 

 

 

모든 형상의 구성물이 있는 곳으로 물이 흘러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한 장의 암반에 형성된 이곳은 마치 추상적인 조각공원을 연상시키지만, 그 어떤 조형물도 비견할 수 없는 아름답고 기이하고 신비로운 곳입니다. 곳곳마다 유려한 곡선미가 있고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의 손길이 빗어 낸 수상조각공원이라 하겠습니다.

 

 

 

솟아오른 곳은 바위처럼 보이고 움푹 낮은 곳으로는 옥빛강물이 흐르는데, 강바닥이 울퉁불퉁하게 형성된 한 장의 암반이어서 물살이 거칠고 빠르며, 소를 이루고 바위모양 솟아오른 곳이 곳곳에 있어 물길이 부딪쳐 요동치며 하얀 포말을 이루어 파도처럼 밀려가거나 역류하여 소용돌이치는 그 풍경이 표현할 길 없는 절경입니다.

 

 

 

눈으로 보이는 암반의 돌출된 표면처럼 물속의 바닥표면 또한 그와 같습니다. 그런 모양위로 물이 빠르게 흐르니 물결이 출렁이며 휘감아 돌기도 하고 역류도 하며 하얗게 포말을 토하기도 합니다. 

 

 

 

강가의 모습입니다. 검은 암석과 흰 화강암이 한 장으로 뒤엉켜 이루어진 표면이 이처럼 각가지 형상과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양철을 우그려 놓은 추상적 조형예술 같은 형상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떤 오케스트라의 연주곡이 이 아름답고 오묘한 바위에서 흐르는 물소리에 비견될 수 있을 것이며, 어느 연금술사가 은어의 비늘처럼 반짝이는 수식어로 찬사의 표현을 할 수 있을까 ..

 

 

 

요소마다 찾아 흐르는 수로가 마치 미로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이렇게 물이 여러 곳에 솟아난 암반에 부딪치며 역류하며 흐르면서 생기는 와류에 모래나 자갈이 물과 함께 소용돌이치면서 암반을 마모시켜 생성된 것입니다.

 

 

 

억겁의 세월에 자연은 이렇듯 아름다운 곡선의 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그 강한 화강암이 어찌 이렇게 파이고 우그러들고 돋아 논 모양으로 형성될 수 있었을까 ! 진흙으로 뭉쳐 논 것도 아니고.. 마치, 하얀 도화지를 꾸겨놓은 듯 보이기도 합니다.

 

 

 

검은 돌과 흰 돌이 마치 접착제로 붙여 놓은 것 같이 섞여 붙어있는 암반입니다.

 

 

 

 

 

어떤 침대보다 훌륭한 자연이 만든 돌침대랍니다. 둘이 누우면 딱 좋습니다.

 

 

 

구유처럼 좁고 길게 파인 바위에 양 쪽에서 흘러든 물살이 부딪치는 수면(水面)의 모습에서 투명한 흑요석을 보는 느낌을 얻습니다.

 

 

 

 

 

돋아 오른 부위 사이사이로 소(沼)들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울퉁불퉁한 바위위로 흐르는 물결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끓어오르는 온천수처럼, 또는 파도처럼 힘찬 역동적 아름다움을 창출합니다.

 

 

 

요선암 중 아래쪽의 전경입니다.

 

 

 

요선암 중 위쪽의 전경입니다.

 

 

 

백설처럼 흰 화강암에 햇살도 부신 양 되돌아갑니다. 잠시 삼각산의 백운대를 떠올려봅니다.

 

 

 

얼굴아래 풍요로운 두 젖가슴 볼록한 배 뭉뚝하게 처리된 다리부분, 아이를 잉태한 만삭의 여인이 누워있는 것 같은 형상으로 보입니다.

 

 

 

돌산 모양을 한 면면입니다.

 

 

 

 

물속에 바위바닥면을 도려낸 듯이 보이는 웅덩이가 맑은 물속으로 보입니다.

 

 

 

이 일대는 지반이 아닌 한 장의 암반으로 이런 기이하고 신비로운 모습들로 돋거나 움푹 들어가고 평지와 언덕을 이루고, 그 위로 옥수처럼 맑고 푸른 물이 그 형태에 반응하여 구비치고 소용돌이치며, 호수처럼 잔잔하며, 급류처럼 거세게 흐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호수처럼 물이 담긴 수조같은 형태도 있습니다. 여름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바로 신선이요 선녀가 아니겠습니까! 모래와 자갈을 동반한 소용돌이가 빗어 놓은 아름다운 욕조입니다. 

 

 

 

돋아 오른 부위 사이사이로 미로처럼 소(沼)들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미로에 흐르는 물결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끓어오르는 온천수처럼, 또는 파도처럼 힘찬 역동적 아름다움을 창출합니다. 

 

 

 

두 개의 소(沼)를 사이에 두고 제법 빠른 물살이 흐르는 가운데에 보를 연상시키는 턱을 두었습니다. 마치 목욕탕의 온탕과 열탕이 턱을 두고 나란히 붙어 있는 형태입니다. 물이 발목까지 차는 보 위로 걸어서 건너 하얗게 빛나는 암반으로 건너가려고 했으나 물발이 어찌나 드센지 중심을 잡을 수가 없어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 모든 형태의 바닥은 하나로 이루어진 암반입니다. 어떻게 이런 형태가 인위적이 아닌 자연으로 생성되었는지 그저 경탄스러울 뿐입니다.

 

 

 

 

큰 수조에 깊고 얕은 웅덩이를 담고 있는 형상의 이곳에서 달빛도 교교한 밤이면 선녀가 입욕을 했음은 자명한 일이 아닐까요?

 

 

 

한곳을 거북의 머리처럼 돌출시키고 양 옆은 움푹 파서 소(沼)와 여울을 두었습니다. 이 모든 형태는 여러 바위덩어리가 아닌 하나의 암반입니다. 

 

 

 

무엇이 이 강한 화강암의 면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움푹 도려낸 것처럼, 또는 자라의 등때기처럼, 참으로 신비로운 자연의 모습입니다.

 

 

 

그 옛날 약방에서 쓰던 약분쇄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여심 같기도 한 모양에서 많은 상상을 하게 합니다.

 

 

 

신선의 욕실인가, 선녀의 욕실인가 마치 욕탕처럼 생긴 것이 각기 다른 모양으로 세 개가 모여 있습니다. 우리의 냉탕, 중탕, 온탕처럼... 

 

 

 

빠르게 흐르는 물살이 여러 곳에 불규칙하게 솟아난 바위에 부딪치면서 낮은 곳으로 역류하며 사방에서 그 표면으로 거세게 흘러들어 와류를 형성하고 포말을 일으키고 모래와 자갈을 담아 소용돌이치며 바위표면을 갈아 여러 형태의 수많은 웅덩이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사람으로서는 구현할 수 없는 오묘한 이 조형미, 신이 아니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억겁의 세월이 빗어낸 대자연의 걸작 요선암돌개구멍의 기이하고 아름다운 그 정경에 보고 또 돌아봅니다.

   

 

 

너무 깊은 감명을 얻은 신비로움에 돌아서는 발길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아쉬움을 안고 요선암을 뒤로하고 들어선 솔향기 그윽한 오솔길 마냥 걸어도 싫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솔길이 끝나고 이어진 도로가에 줄지어 서있는 위협적인 가시나무의 성근 가시에 움찔 겁도 나지만, 나름대로 아름답습니다. 이 나무가 '가시오가피'(?) 알아보니 '엄나무'랍니다.

 

 

 

새순이 마치 붓처럼 생겼습니다. 가시투성이에서 이렇게 부드럽고 오묘한 모습이 솟아 돋을까요. 신비롭습니다.

 

 

 

 

 

엄나무 새순에서 풍기는 그 향긋함도 좋고 맛도 좋습니다.

 

 

 

2011년 5월 4일.  영월군 주천(酒泉) .  요선정(邀僊亭) 에서,  -  鄕  -

 이 요선암돌개구멍은 2013년 4월 천연기념물 제 543호로 지정 발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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