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제천시 하소뒷산 2

鄕香 2011. 5. 5. 21:57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늘도 오르는 하소뒷산, 언제나 같은 아담한 산인데, 무엇이 나를 이리 질림없이 매료시키기에 하루도 거르지 않는 산책일까, 스스로에 묻습니다. 그 것은 오로지 꾸밈없는 지극한 자연이기 때문이며, 그 자연을 닮아가고자는 마음이 아닐까요. 그런 하소뒷산은 웅장한 산도, 유명한 산도 아니지만, 아담하지만 결코 작지 않고 또한 여러 갈래(枝脈)에 오르고 내리는 길도 많아 그 생김과 빛깔이 다르기에 다양한 면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들머리는 시청, 코아루정문앞, 그린코아루서쪽, 힐스테이트후문쪽, 하소약수터길, 청구아파트 뒷길, 현대아파트옆길, 용두초교뒷길, 현진에버빌뒷길 등 이외에도 제가 모르는 곳을 포함해 십여 곳이 넘게 있답니다.

소나무와 참나무를 주종으로 진달래, 철쭉, 수수꽃다리, 오리나무, 밤나무, 화살나무, 산초나무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여러 종류의 나무들과 수많은 각가지 풀꽃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고, 아름답고 고운 이들의 이야기들이 주절이 널려있는 오솔길의 아기자기한 미로는 그냥 그 자체가 꿈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땅을 보면 작은 풀꽃이 생긋방긋거리고 올려다보면 짙푸른 잎사귀들이 포옥 감싸고 한 가닥 산들바람에도 사르르 맑은 소리로 노래하면 그 이파리 사이사이로 파란하늘가에 한조각 구름이 신선 마냥 한가롭다 싶을 때, 큰 참나무 가지에서 청아한 뻐꾸기 노래하고, '구구 구구' 산비들기 구성진 테너로 짝을 부릅니다. 오늘도 풀꽃과 미소를 나누며 기쁨을 만끽한 하소뒷산, 이 세상의 따스한 가슴들, 그냥 그대로 살만한 세상임에 사랑합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는 그 어려움을 즐기고, 기쁠 때는 그 기쁨대로 즐기는 것에서 고단함도 기쁨도 서로가 다른 맛의 즐거움으로 배양되어 가슴에 자리 잡는 것이 아니던가요. 그래서 사는 것이지요. 님들의 건강한 삶을 바랍니다.

세 갈래길 좌측 길은 호젓해서 사색의 길, 가운데 길은 오름을 즐기는 젊음의 길, 우측은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평범한 길이지만, 모퉁이를 돌아가면 서로가 한 가지로 만나지요. 등너머약수터 가는 길로, 우측 길은 모퉁이에서 현진에버빌아파트로 가는 길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짐작컨대, 꽃의 생김으로 보아 산사나무 꽃이 아닐까, 나름대로의 생각입니다. 5잎의 꽃 모양이 간결하고 청순한 맛이 있습니다.

 

 

'수수꽃다리'

향기와 모양새가 라일락에 가까운 나무요 꽃인데, 라일락의 祖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향기가 참으로 고혹적인 끌림이 있지요. 

 

<애기붓꽃>

저는 언제 봐도 이 모양 이 색깔이 참 좋습니다. 남빛보라의 난 꽃처럼 생긴 것을 보노라면 어느 새 마음도 따라 밝고 맑게 물들어 청결해짐을 느끼거든요. 두 손 모아 기원하는 듯 봉긋한 봉오리의 귀여움은 또 어떻고요. 그저 설레임이지요.  

 

 

적당히 넓고 나무걸상도 있는 전망대 같은 곳이지요, 잠시 땀도 식히고 멀리보이는 용두산 줄기를 바라보며 산새들의 합창에 맞추어 간단한 체조로 몸도 풀고...  녹색공기로 심호흡도하고 목욕도 하면서 참 행복할 수 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분홍색 꽃봉오리가 참 귀엽고 예쁩니다. 꽃이 피면 연분홍으로 되었다가 시간이 흐르면 차츰 흰색으로 변하다 종내엔 지겠지요.

우리 인생도 이와 다름없는데...

 

 

흰 민들레꽃은 우리의 토종으로 요즘은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람 몸에 좋다니 너도나도 보는 대로 뿌리 채 뽑아가니 이 또한 머잖아 멸종되어갈 것입니다. 우리의 잘못된 집착으로 대책 없이 다른 수많은 생명을 멸종시키는 것이 결국은 우리의 생명을 갈겨먹는 일이건만..  

 

 

하소뒷산 들머리 개울가에 핀 네가 오늘도 내일도 늘 무사히 너의 홀씨를 바람에 실려 널리 많이 너의 모습을 피워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흰 민들레야...

 

 

이 오솔길은 낭만의 길이랍니다. 사색도 하고 종종 동박새 낮은음자리로, 뻐꾸기 높은음자리로 노래하는 화음에 맞춰 발걸음 경쾌하게 마음은 가뿐하고 맑게 세척도 할 수 있는 호젓한 길이지요.

 

 

귀로에 소담스럽게 돋아있는 수많은 세 잎 행복 속에서 하나의 네 잎 행운을 보았습니다. 하나의 행운을 찾고자 수많은 행복을 저버리는 바보스러움을 잃지 않으며...  내 사지 멀쩡하게 살아 숨쉼을 깊이 감사하며 사랑합니다.

 

 

2011년 5월 4일 오전. 제천시 하소뒷산에서,   - 仁鄕 - 

 

 

 

 

 

'◈ 세월에 그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천시 하소뒷산 3  (0) 2011.05.17
요선정과 요선암 돌개구멍.(영월 주천강)  (0) 2011.05.05
제천시 하소뒷산 1  (0) 2011.05.04
《나물과 참깨》  (0) 2011.04.30
아름다운 꽃 튤립(tulip)   (0) 2011.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