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는 제천시 봉양읍 영암리 앞 건너 감악산 줄기에서 석기암으로 올라 피재점을 거쳐 용두산정상을 보고 의림지로 하산하였습니다. 약15km의 산행 중 취나물과 고들빼기가 길섶에서도 보이기에 두어 끼니 먹을 양 나물도 채집하고 작은 풀꽃도 보며 구름 벗 삼아 산행한 행적을 담아봅니다. 龍頭山은 높이 871m 높이의 가파른 산입니다. 그 서쪽으로는 석기암(906m)과 감악산(920m)이 이어지고 산의 동쪽에는 원시 석기시대의 주거지인 점말동굴이 있어 원시인들의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으며, 산기슭에서 흘러내린 물은 삼한시대 축조된 의림지(지방기념물11호)로 흘러듭니다. 제방노송군락에는 조선조 순조7년(1807)에 세워진 영호정이 있고 용두산 아래에는 청소년수련원, 야생화단지, 산림욕장, 솔밭공원 등이 있어 용두산을 찾는 분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는 제천시의 진산입니다. 길섶에는 어느새 메뚜기가 ...
영암리 들머리는 등산로가 아닌 수풀이 우거진 미로 같은 겨우 한 사람 다닐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초입을 지나 한참을 오르니 씀바귀 사촌인 방가지똥이 군락을 이루고 있기에 삼겹살이라도 구워 먹을 양으로 조금 채집했지요.
좀 더 오르다 옆을 보니 취나물이 지천으로 돋아나있기에 쉬엄쉬엄 가며 채집하였습니다. 옆게 우산대나물도 보입니다.
요녀석은 둥굴레라는군요. 서울 경기도 지방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둥굴레 이곳에서는 그냥 잡초처럼 엄청나게 많습니다.
온산을 덮다시피 번져있습니다. 이곳에 와서야 둥굴레를 처음 보았습니다. 서울에서 마셔봤던 구수한 맛이 생각납니다.
오르다 보니 조림목이 보입니다. 조성된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고 자연스럽지 못하니 아름답지도 못하네요.
잡목 우거진 곳에는 여러 가지 이름 모를 야생화도 많고 이름 모를 나물도 많습니다. 인위적이 아닌 이런 모습이 참 좋습니다. 자연은 자연일 때 자연스럽고 그 모습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사시사철 그 푸름을 잃지 않는 것에 기개와 절개의 의미를 두어 우리 선조들이 참으로 사랑하였지요.
모진 상처에도 굳세게 자란 이 소나무에서 고난을 이겨낸 우리 민족의 근성을 보는 듯합니다.
끔찍스런 이 소나무의 상처를 보니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상처를 보는 것 같아 소름이 돋습니다.
송진을 증류하면 휘발성이 강한 톨루엔 같은 액체가 나옵니다. 세계1차대전 당시 막바지에 몰린 일본은 이 액체를 부족한 비행기 기름의 대체 연료로 쓰기 위해 우리 민족을 강제 동원하여 송진을 채집하기 위해 소나무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습니다. 일본의 잔혹성은 이런 나무 조차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교활하고 잔인함에 진저리가 납니다. 흉찍한 이 상처만큼이나..
나무조차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을 정도로 잔혹한 일본에게 우리 민족이 겪었을 그 고통이 어떠했을까요.
참나무 포피를 보니 참으로 건강합니다. 그 모양이 기묘하고 신비로워 보는 내 마음이 한량없이 기쁘고 즐겁습니다.
조림지에 비하면 자연스럽고 온갖 풀 향기가 머릿속을 맑고 향긋하게 기쁨을 채워줍니다. 머리를 숙이면 어김없이 나물과 야생화가 웃지요
용두산으로 가는 중입니다. 3.7km 남았군요. 하산해서 교통편이 있는 의림지까지는 3km 정도 더 가야합니다. 여기서 피재를 지나 백곡산을 거쳐 까치봉에서 바로 비룡담을 거쳐 의림지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거리는 용두산으로 내려가는 거리보다 조금 빠를 수 있습니다.
'염주괴불주머니'라는 이름의 꽃입니다. 바람에 흔들려 사진이 잘못되었습니다.
분명 피재점에서 3.7km로 표시된 것을 보고 한 1km 쯤 걸어 왔는데, 아직도 용두산이 3.7km 남았다니 표지판이 술에 취했나. ㅎㅎ 힘이 들어도 그냥 즐겁습니다. 이리 여유롭고 넉넉해지는 심성도 모두 자연만이 줄 수 있는 신비로운 처방입니다.
산마다 이런 정성어린 돌탑은 누가 쌓았을까.. 어떤 염원으로 쌓았을까 이 정성만큼이나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이며 과연 그래서 이루었을까! 그런 바람 없이 매사 주어진 일에 다만 열정으로 노력할 뿐인 저는 궁금합니다.
본목(本木)은 죽고 곁가지는 살았는데,
나무의 곡선이 아름답고 살아있는 곁가지의 모습이 여인의 곡선을 닮아 담아봤습니다.
오미재라는 곳인데, 여기도 용두산이 3.7km 남았다는군요. 가도 가도 줄지 않는 거리 내가 무엇에 홀렸나.. 잠시 쉬어갈 생각으로 시각을 보니 오후 2시가 넘었으니 요기라도 좀 해야겠어요. 여기서 점골로 1.5km 내려가면 점말동굴구석기유적지가 나옵니다. 유적지를 답사하고 바로 용두산으로 오를 수 있습니다.
쑥에다 오징어를 섞어 부친건데요. 쑥의 향기와 쌉쌀한 맛과 오징어의 씹히는 입감이 아주 좋았습니다. 친구의 솜씨입니다.
취나물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먹으려면 좀 더 뜯어야겠지요. 길섶에 보이는 것만 뜯었거든요. 숲으로 들어서면 많이 있지만, 두어 번 먹을 수 있으면 흡족하지요. 욕심 부리면 멧돼지가 뒤에서 덮친다고요.ㅎㅎ
저 나뭇가지 어디선가 뻐꾸기가 청아하고 고운 목소리로 노래합니다. 이 산에서도 뻐꾹~ 저산으로 가도 뻐뻐꾹~~, 노랫소리는 곱고 맑고 좋은데.. 그 녀석 알은 남의 둥지에 낳고 다른 새가 키우게 한다지요. 다른 새알 보다 먼저 부화한 그 어린 뻐꾸기도 다른 새알은 모두 둥지 밖으로 밀어내 버리는 고약스런 녀석들이지요. 거 참! 새끼가 어찌 그런 사악함을 지녔을까..
이 소나무는 좀 요상해요. 밑동에서 갈라진 부분이 사랑운동하는 것 같아서리.. 다리도 넷이고~~ 거참! 묘하네..ㅎ
이제야 이정표의 거리가 줄었군요. 오미재에서 용두산이 3.7km라더니 지금은 1.7km라네요. 겨우 0.8km왔을 뿐인데, 1.1km는 날아온 셈입니다. ㅎㅎ
이곳 충청북도에는 건강하고 잘 생긴 큰 소나무들이 참 많습니다. 남산위에 저 소나무는 공해로 다 시들시들 하여 애국가가 무색합니다.
수목이 울창한 초행길을 두리번거리며 오다보니 세상 시름 다 잊고 자연과 하나 되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바쁠 것도 없고, 채근당할 일도 없으니 혼자 하는 산행의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늘 다니던 곳이 아니어서 새로운 호기심에 힘든 줄도 모르고요.
송한재, 용두산 정상까지 이제 800m 정도 남았다고 이정표는 말합니다.
용두산으로 가는 길목에는 그 이름도 모를 귀엽고 맑은 꽃들이 별처럼 반짝입니다. 청초하고 순결함에 가슴을 저밉니다.
《천남성(天南星)》
구중궁궐인양 깊고 깊은 씨방을 수줍은 양 살포시 차양을 친 듯 감춘 모습이 조선시대 별채의 아씨방 같습니다.
무엇이 그리 수줍어 구연(口緣)에 문설 여민 듯 청초하고 단아한 그 모습, 보는 이의 마음에 신비로움을 주지만, 장미에 가시처럼, 예쁜 것에 표독한 일면도 있으니, 이 신비로운 '천남성' 수줍은 듯 다소곳함에 독이 있다하니 자고로 지극히 예쁜 것이 수더분한 덕성만 못함이 이에 있다.
옆으로 돌아가 深澳한 그곳을 살며시 들여다 보니 봉긋 올라선 軟綠色의 암술이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정상에 오르기 전에 이 곳에서 한 끼니 먹을 수 있도록 취나물을 좀 더 뜯기로 하고 조금 길을 벗어나니 이렇게 밀집해 있습니다.
어느덧 용두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제 하산길만 남았군요. 비룡담을 지나 의림지까지 가야하니 아직도 갈길이 4km는 족히 남았습니다.
오르기는 서울의 관악산(629m)보다도 높지 않은 듯한데, 8백m가 넘는 것은 제천이 평지라도 산간지역이고 다른 곳보다 해발이 높아서 그런가 봅니다.
제천시가 한눈에 보입니다. 가운데 호수가 의림지이고 비룡담은 산자락에 가려 보이질 않습니다.
용두산 정상 정수리에 표시된 헬기장 표적입니다.
정상 언저리에 복분자로 보이는 것이 있어 담아봤습니다. 맞는지요?
하산 길은 완만하고 내려가기도 좋았습니다.
그냥 달려 내려오니 2km는 잠깐이었습니다.
여기가 제천쪽에서 용두산의 들머리입니다. 나는 감악산 끝머리에서 올랐으니 날머리가 되었습니다.
사람은 모든 것에 달갑지 않은 존재입니다. 자연스러워야할 나무마저 돌리고 비틀어 흉물스럽고 고통스럽게 합니다.
이 나무 이리 비틀면 멋있나요?
소나무는 소나무의 형상이 있고, 편백나무는 편백 만이 지닌 자태가 있습니다. 편백나무의 참 멋을 알기나 하는 건지...
어느덧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내일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영주로 가볼까 합니다.
아름다운 이 붓꽃은 비룡담(제2이림지) 제방에 피었습니다.
2009년 6월 1일 (월요일) 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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