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재(兢齋) 김득신(金得臣 1754~1822))은
조선 후기의 유명한 화원(畵員)집안인 개성김씨(開城金氏) 출신의 화원으로,
단원 김홍도의 선배로 알려진 복헌(復軒) 김응환(金應煥, 1742∼1789)의 조카이자 초원(蕉園) 김석신(金碩臣, 1758∼?)의 형이다.
그는 산수, 화조, 인물, 풍속등 모든 분야에서 단원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이를 토대로 자신의 화풍을 형성하였습니다.
이 파적도는 김득신의 뛰어난 역량을 감지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파적(破寂)이란 단어가 말하듯이 고요를 깬 한순간의 상황을 빈틈없이 표현한 기치로운 작품입니다.
꽃망울이 맺힌 어느 봄날 한낮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 농가 뜨락에 별안간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고양이가 병아리를 채가자 다른 병아리들은 혼비백산하여 숨을 곳을 찾아 필사적으로 달아나고 그래도 어미 닭은 부리를 세워 고양이에게 대들고 주인은 어찌나 급했던지 돗자리를 짜던 기구가 마당에 나동그라지고, 탕건이 벗겨져 땅에 딩굴고, 마루에서 떨어져 몸도 가눌 새 없이 마음만은 급해 담뱃대를 길게 뽑아 고양이를 쫓고 있습니다.
붉은 꽃이 핀 나무조차 고양이를 향하고, 부인은 소리를 지르고 황급히 주인을 잡으려고 달려들지만...
이러한 긴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건물과 붉은 꽃이 핀 나무는 수직, 수평 방향의 정적이고 무심한 모습이다.
돌발적인 사건으로 벌어지는 소란스런 상황을 이처럼 박진감 넘치게 표현한 작품은 거의 드물 정도로 특출합니다.
김홍도의 「행려풍속도병」중 「놀란 물새」에서도 다리 위를 건너는 일행에 놀라 날아가는 물새라는 돌발적인 사건을 주제로 잡았지만, 김득신의 이 그림이 완성도가 더 높은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가장 안정되고 이상적인 장면만을 그리는 조선 중기의 산수인물화와 비교해볼 때, 이작품은 서민의 일상적 순간포착 풍속화로써 충분한 주제가 됩니다. 김득신은 당대에는 속화로 이름이 높아도 김홍도의 아류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 그림만은
김홍도의 그림보다 낮게 평가될 이유를 찾을 수 없습니다. 김득신의 소재의식과 그에 걸맞은 표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입니다.
긍재 김득신의 파적도(兢齋金得臣筆破寂圖)
朝鮮時代 / 《18世紀》紙本淡彩 縱 22.5cm×橫28.0cm / 澗松美術館 所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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