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환인(桓因)의 서자(庶子) 환옹(桓雄)이 있었는데 자주 천하(天下)를 넘보아 사람의 세상을 탐내고 있었답니다. 이때 그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아보고 삼위태백(三危太伯)을 내려다 보니 널리 사람들을 유익하게 해줄만 하였다. 이에 환웅에게 천부인(天符印)세개를 주어 가서 세상을 다스리게 하였답니다. 환웅은 삼천명의 무리를 거느리고 태백산에 있는 신단수(神壇樹) 밑으로 내려가 이곳을 신시(神市)라 하였으니 그가 환웅천왕입니다. 이때 곰 하나와 호랑이 하나가 같은 굴 속에 살며 늘 환웅에게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 달라고 빌었었습니다. 그러나 환웅은 쑥 한줌과 마늘 스무쪽을 주면서 "너희가 이것을 먹고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소원대로 사람의 모습으로 변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곰과 호랑이는 이것을 받아 먹고 조심하여 이십일 만에 곰은 여자의 몸으로 변했으나 호랑이는 조심을 하지 못해서 사람으로 변할 수 없었답니다. 곰은 여인으로 변하기는 했으나 혼인할 사람이 없으므로 날마다 신단수 밑에서 기원을 드렸습니다. 마침내 그 정성으로 환웅이 거짓 몸을 해서 그와 혼인하여 아들을 낳으니 이가 곧 단둔왕검(檀郡王儉)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 민족의 개국신화에서부터 호랑이가 우리 생활과 풍토속에 밀첩하고 깊게 투영된 존재임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기록입니다. 이 신화에서 神市, 神壇樹 그리고 곰을 <神熊>이라고 표기한 것은 호랑이도 단순한 현상계의 호랑이가 아님을 알려줍니다. 호랑이는 곰과 비교하여 인내가 떨어졌을 뿐 단군이 선택한 兩大 동물이거나 신호(神虎) 또는 오늘날 학자들의 견해처럼 (호랑이를 숭배하거나 또는 호랑이의 용맹을 숭배하는 種族, 호랑이라는 동물을 시조로 여기는 종족)을 지칭합니다. 동물을 종족의 시조로 보는 수조사상(獸祖思想) 즉, 소위 토템은 전 세계에 걸친 보편적인 관념으로 이 가운데 호랑이나 곰을 숭상하는 토템은 우리나라와 시베리아를 포함하는 고대 퉁구스族에게도 발견됩니다. 중국 산동성(山東省) 가상현(嘉祥縣)에 소재한 武氏 祠堂 무량사(武梁祠)에는 대략 기원후 147년경에 만들어 졌으리라 추정되는 화상석(畵像石)이 전하는데 이를 우리 단군신화와 거의 八九分이 합치된다고 본 견해도 있습니다. 아래 탁본사진 (중국 산동성가상현무씨사당무량사화상석탁본(山東省,嘉祥縣,武氏祠堂,武梁祠,畵像石,拓本部分) 의 우측 호랑이 머리로 나타낸 호인(虎人) 입으로 부터 인간이 탄생하고, 이 인간이 우리의 민족의 시조인 단군(檀君)을 나타냈을 것이라 합니다.
(중국 산동성 가상현 무씨사당 무량사 화상석 탁본부분 (山東省,嘉祥縣,武氏祠堂,武梁祠,畵像石,拓本部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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