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한조각 구름 같은 분이 고요.
내 마음 한껏 부풀려 놓고 어느 덧 산 너머로 숨어버리시니까요.
또한 당신은 미풍 같은 분이시지요.
그러나
당신은 벽에 걸린 折枝처럼 늘 바라만 보라하시는 그림 같은 분이기도 하시지요.
어려서 서울 신당동 살 때 일이랍니다.
찹쌀을 반죽해서 피를 만들어 그 가운데에 곱게 빗은 새알처럼 동글게 만든 단팥을 넣고
반을 접어 망개나무 잎에 싸서 쪄낸 망개떡과,
'당고'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찹쌀옹심이에 곱게 이긴 단팥을 겉에 입힌 동그란 수수팥떡 같이 생긴 것이 있었답니다.
이 당고는 대나무로 만든 꽂이에 다섯 개씩 꿰어 놓은 것을 초롱처럼 생긴 사방이 유리창으로 된 상자 안에 3단의 선반을 두고 그 선반위에 망개떡과 당고를 넣은 상자 두 개를 적당한 길이의 작대기 끝에 걸어 어깨에 메고 다니며 당고, 당고 하며 팔러 다니던 아저씨들이 있었는데, 그 당고와 망개떡의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팥이 들어간 것이면 참 좋아 합니다.
그런데 30여년이 훌쩍 흐른 어느 날 점심약속이 있어 늘 가던 구내 직원식당을 피해 경복궁 동십자각 에서 청진동쪽으로 가는데, 옛날 모습 그대로 재현이라도 하듯이 당고와 망개떡이 들여다보이는 초롱같은 상자 두 개를 적당한 길이의 작대기 양 끝에 걸어 어깨에 메고서 속삭이듯 "망개떡이요 당고~" 하면서 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얼마나 반가웠던지 주변도 체면도 잊은 채 쫓아가며 그만 큰 소리로 '어~ 당고 아저씨 ! ' 하고 불러 세우고 말았습니다. 초롱같이 생긴 삼면이 유리창인 상자 안에 있는 당고와 망개떡을 당시(1985년도) 만원어치를 사들고 사무실에 와서 동료들에게 자랑스레 옛추억을 들려주며 나누어 먹던 생각이 그립게도 솟아납니다. 그 후 어느 해 가을 산에서 그 망개나무를 처음 보았는데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습니다. 멋지게 折枝된 넝쿨에 열두어 개씩 송이처럼 달린 빨간 열매에 연초록과 노랑으로 물든 잎은 저를 잡고 놓을 줄 모릅니다. 그 후 가을이면 인근 아차산에서 예쁜 망개나무가지를 구해서 하얀 벽에 걸어 놓고 겨우내 옛 추억을 떠올리며 심오한 아름다움을 즐깁니다. 지난 해 11월 전라도 화순 고인돌유적지 근처 산에서 채집해서 서재재 벽에 걸어 논 망개나무 절지를 보며 메마른 가슴에 윤택한 행복을 가득 담습니다.
고맙습니다.
<전라남도 화순 고인돌유적지 산에서 2010년 11월18일 채집한 것입니다.
서재 벽에 걸어 놓은 것을 이렇게 사진으로 올려봅니다.>
2011/1/28 - 仁鄕 -
<청미래덩굴↔망개나무>
줄기에 갈고리 같은 가시가 있고, 윤기가 있는 넓은 타원형의 잎은 길이 3~12㎝, 너비 2~10㎝로 어긋나는데 끝이 갑자기 뾰족해지고, 밑이 둥글거나 심장 모양이며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잎맥은 밑부분에서 5~7개가 나오면 다시 그문맥이 된다. 잎자루는 7~20㎜이고 턱잎[托葉]은 덩굴손이 된다. 황록색의 꽃은 5월 무렵 암꽃과 수꽃이 각각 다른 그루에서 산형꽃차례를 이루며 핀다. 붉은색의 둥근 열매는 9~10월경 지름이 1㎝ 정도로 익는다.
한국에는 청미래덩굴속(─屬 Smilax)에 4종(種)이 있는데 청가시덩굴(S. sieboldii)은 녹색 줄기에 검은색의 곧은 가시가 나고 열매가 흑색으로 익고, 선밀나물(S. nip-ponica)·밀나물(S. riparia var. ussuriensis)은 초본성이다. 관 상용으로 적합하며, 줄기는 공예품의 재료로 쓰인다. 뿌리는 매독·임질 치료 및 소화제로 쓰고 열매는 하리(下痢)의 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