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알콩달콩하지는 않지만.. <인사동 이야기>

鄕香 2010. 3. 1. 19:39

 

 

보이는 건물은 <수도국군통합병원 . 보안사령부> 건물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건너 편 박물관에 근무할 당시는 그랬습니다. 이 병원에 큰 사연이 있지요. 1979년 10월26일 궁정동에서 김재규의 흉탄을 맞고 쓰러진 박정희 대통령께서 이곳으로 옮겨져 운명을 하신 곳입니다. 그 슬픈 날 아침 청와대에서 헬기가 3대 떴을 때 하늘을 보며 오늘도 어느 행사에 가시는구나 생각했는데, 저녁에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은 이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박물관(지금은 민속박물관)건물 옆 잔디밭과 길을 노래기가 까맣게 덮은 채 담넘어있는 청와대 쪽을 향해 기어가는 거였습니다. 구내식당이 박물관 뒤에 있어 점심식사를 가야 하는데 길과 잔디에 발 디딜 틈새도 없이 엄청난 노래기때문에 미화원(청소하는 분들)들이 대빗으로 노래기를 쓸어 길을 내야했습니다. 옛 부터 나라에 큰 재앙이 있을 때,  우물이 뒤집어진다든가, 개구리 떼가 몰려든다든가, 하는 전설들이 마냥 속설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燕春館 >

경복궁 동편 옆 동십자각을 지나 삼청동쪽 보안사였던 수도국군통합병원 건물 옆 자그마한 중국집인데요. 주인 얼굴을 보면 속의 깊이를 전혀 읽을 수 없는 무표정에다가 거구의 체격의 중국인입니다. 그런데 음식 맛은 좋아 근처 보안사령부나 인근 화랑과 박물관 직원들이 자주 찾던 집입니다. 당직을 하거나 특별전시 준비로 늦게까지 일할 때면 어김없이 이집의 탕수육 . 팔보채 . 만두 . 자장면이나 짬뽕 등을 시켜 먹든 집인데, 한국전쟁이 끝나고 난 1952년에 문을 열었다니 근 60년은 되었지요. 오랜 만에 지나다 보니 옛 정이 솟습니다.  

 

경복궁 옆 건너 작은 골목길에 노화된 전통 한옥과 적산가옥(일정 때 지은 일본집)이 아래위로 나란히 세월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한옥도 적산가옥도 낡아 벽을 타일로 개수를 했습니다.  적산가옥은 대부분 외벽이 판자로 되었습니다.

 

수많은 인파가 밀물처럼 끊임없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곳에 단일민족이란 용어는 더 이상 발 붙일 곳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성이 보수적이라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겠습니다. 모든 면에서 개방적이라는 것을..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사동은 걷기만 해도 참 즐거운 곳이지요,  저만 그런가요~~  ?

 

지난날 민정당 당사였던 건물에 '대성그룹'이 들어 앉아 있는데, 에너지와 관계되는 사업을 하는 기업입니다. 그런데 기발한 기업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정문에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따뜻한 차를 무료로 행인들에게 서비스를 합니다. 허 참, 나쁘지는 않습니다. 덕분에 조금은 지친 몸이 훈훈해 졌으니까요.

 이 또한 행복입니다.   

 

다음에 가스보일러는 대성의 쎌딕으로 갈아줘야지~~ ^^   따끈한 차 한 잔에 넘어가는 순간입니다. ㅎㅎㅎ

 

<수도약국> 아, 약방으로 간판을 갈았군요, 엄청 오래된 약국이지요, 제가 위염으로 이 인사동의 '해정병원이란 곳의 30년 단골이었기에, 이 약국을 많이 드나들었습니다.  이것도 추억~~ ㅎㅎ

 

인사동에는 골동품 못지않게 음식점이 많지요. 이곳에 한옥의 '선천집'과 '사천집'이 한정식으로는 으뜸이구요, 만두는 '궁' 개성만두고요. 설렁탕은 종로경찰서 건너 '만수옥'이 좋아요. 그밖에 한식은 '지리산' . 뉘조 . 등이 괜찮습니다. ^^ 

 

국화빵 잘 아시지요, 그런데 이 아저씨가 특별한 것은 팥을 손수 집에서 만든 것이라는 점입니다. 달콤 말랑 따뜻하니 아주 좋았어요. 절대로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여 큰 통에 넣어 공급하는 팥이 아니랍니다. ^^

 

요건 뭐 '꿀타래'라나요. 찹쌀떡 같아 보이는데, 찹쌀떡은 아닙니다. 일본아가씨들이 줄을 섰어요. 기다리기 싫어 사먹어 보질 못했습니다.

 

모든 장사가 모든 경제가 이렇게 활발하게 돌아 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듭니다. 빛깔 좋은 개살구만은 아닌 것 같군요.

 

옛 것은 드물지만, 그래도 들여다 보기만 해도 재밌죠. 오밀조밀 잡동사니에 호기심 많은 제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랍니다. ㅎㅎ

 

ㅎㅎ 도자기~~ ! ^^  요즘 것은 너무 뺀질거려요,  구수하고 제멋에 겨운 조선자기, 요리 보면 요런 곡선, 조리 보면 조런 아름다움에 질박함이 그립습니다. 고려자기도 있다고요? 그렇지요, 燔造과정에서, 태토의 적절한 철분과 정당한 수분과 일정한 고온의 삼박자가 빗어 낸 色, 물총새의 색깔같다고 해서 비색(翡色)이라는 청자의 색, 가히 천하의 빛깔이지요. 그러나 청자는 너무 정교해서 차가움을 느껴요. 저는 그냥, 동글둥글 제 잘난 모습이 좋거든요. ^^

 

수많은 사람,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하나의 구멍과 혹을 지니고 태어나지요. 점차 자라 성장하면,  가슴의 구멍으로 바람이 넘나들고 허전함을 느끼지요, 그 허전함에 구멍을 메꿀 다른 혹을 찾아 나서지만, 사람들의 가슴의 구멍과 혹의 모양은 모두 다르기에 오늘도 그 가슴의 허전함을 채울 상대를 찾아 헤매지요, 내 가슴의 혹이 그대의 가슴을 꼭 메워주고, 그대의 혹이 내 가슴의 구멍에 꼭 맞을 때 '천생연분'이라 하겠지요. 그러나 이는 옛 이야기고요, 지금은 서로가 스스로의 혹을 다듬어 상대의 가슴모양에 맞추어 메워줘야 합니다.  

 

하나 같이 예쁜 사람들, 보시는 이의 나름입니다. 내 눈에 예쁘거나, 미울 수 있는 것에...

하나 같이 고운 사람들, 마음 갖기 나름입니다. 미워하면 고통과 분노요, 이해하면 평화요 행복입니다.

 

어린 시절의 줄 팽이가 떠 오릅니다. 팽이 위아래에 총알이 밖혀있고 끈으로 감아 던져 돌리던 팽이와, 양철로 만든 것에 실을 감아 돌리던 팽이. 이 팽이는 후자를 본떠 나무로 만든 것입니다. 아이들의 까맣고 예뿐 눈동자에 호기심이 가득 서렸습니다.

 

골라 만원~~~ 입맛대로 만원입니다. 저도 하나 샀어요ㅎㅎ

 

맷돌 순두부 간판에 눈 커지는 메뉴를 보니 갑자기 막걸리가 생각납니다.

망그러진 장기때문에 다른 술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막걸리는 두어 잔 하는데요 그 연유는 막걸리 전통학교를 다닌 덕분입니다. 시계를 잡히고 책을 잡혀가며 배운 막걸리~~~  그 시절 먹걸리에 개똥철학  지금은 생각 그 자체가 행복입니다. ㅎㅎㅎ^^

 

 

 

낙관과 인장이 그득합니다. 주인이 열심이 書刻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낙관이나 인장을 보면 묘한 끌림이 있답니다.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어요. 취미로 서각을 해볼 생각입니다. ^^

 

인사동에는 전통찻집도 빼놓을 수 없지요. 한약 특유의 맛과 향기~~  좋아하는 기호 중 하나입니다. ^^

 

순천에서 오신 이 분들 지방 특산물 홍보를 톡톡히합니다.

 

즉석에서 떡쌀을 쪄 절구에 찧어 인절미를 만드는데,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손발이 척척입니다. 절구에 공이 찧듯 밤궁합도 좋겠죠 ㅋㅋ

한 참을 구경했지요. 물론, 인절미도 한개 얻어 먹었고요.ㅎㅎ  

 시루도 펑퍼짐, 아낙의 몸매도 펑퍼짐, 아가씨의 얼굴도 펑퍼짐

참말로 구수하고 정이 겨운 모습입니다, 피어 오르는 김처럼~~  아가씨의 표정처럼 말입니다.

 

후덕한 얼굴에 넉넉하고 펑퍼짐한 몸매에서 시골 아낙의 편함이 풀씬 풍깁니다. 인절미를 콩가루에 버무려 썰어 내시는 아주머니의 손길이 부드럽고  유연하고 정이 뚝뚝 묻어납니다. ^^

 

대보름을 앞두고 온갖 부럼이 풍성합니다. 호두에 밤, 땅콩에 잣, 보름날 아침 잣을 입에 넣고 딱 깨물어 일 년 액땜하고, 잣을 바늘에 꽂아  불을 붙여 한 해 신수를 보셨나요? 물론 잣불꽃이 좋으셨으리라 믿습니다.^^

 

여기서도 떡매를 치네요. 넌 떡을 치기에는 아직 어리다니까 ~~~ ㅎㅎ

 

오메, 몸에 좋은 건 다 있네요. 계피도 있네요, 어려서 학교 앞 문구점에서도 조금씩 팔았는데,  아이들이 곧잘 사먹었지요.

 

순천에서 올라온 된장 고추장에 젓깔도 있었습니다.

 

짝을 이룬 포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여러 모양의  문양이 눈길을 끕니다.  사다 줄 딸이 있었음 얼마나 내 마음이 풍요롭고 살쪘을까...  ㅠ .ㅜ

 

2010년 2월27일 토요일 인사동에서..  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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