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만 하얗게 부서져 내립니다. 그 하얀 눈부심 따라 올려다 본 하늘에 두둥실 오가는 구름아래 웅숭그리고 앉아 떠 올린 생각 하나 이참에 파란하늘에 풍덩 미역이나 감으로 가자! 까닭모를 서러움 모두 떨치고 깊이 모를 저 하늘에 파랗게 융해되어 한 가닥 푸름으로 유영하는 마음, 흐르는 물결에 지난 날 묵은 생각 실려 보내고 강바람에 가슴 내어주니 시원하게 뚫리는 것은 덤이었습니다. ♣^♪^福
이 파란자전거는 저의 보물인데요. 18년 전에 구입한 古物입니다. 그래도 당시는 내노라 했는데, 지금은 명함도 못 내미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파종을 위한 밭갈이를 해 놓았군요. 흙에서 봄의 향기가 폐부로 스며들어 온몸에 봄기운을 물씬 번지게 합니다. " 금수강산에 새봄이 왔구나 농부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 넝 넝 넝~~ 금수강산에 ~~ , 어려서 봄이면 불렀던 노래입니다. 당시는 깊은 뜻을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주 깊은 듯이 있어요.
바람결에 실려 오는 포근함에 살포시 봄 향기가 스몄습니다. 햇살 찰랑이는 이끌림에 나선 발길은 봄 마중길이 되었습니다. 강변 둔덕에 어느새 봄의 정령이 싱그러운 생기로움을 돋아놓았군요.
얼마 전에 개통된 <광장동 ↔ 구리> 간의 자전거 도로입니다. 동쪽으로는 양평까지, 서쪽으로는 여의도를 지나 고양까지 거칠 것이 없지요.
오리는 정말로 一夫一妻의 금실 좋은 동물인가 봅니다. 평생을 같이 한다고 합니다. 옛 혼사에 목기러기를 보내는 의미도 여기에 있었겠지요. 한참을 봐도 암수가 쉴 때나 물에서나 떨어질 줄 모릅니다. 여러 무리가 있었는데요. 쌍쌍이 모두 강물로 헤엄쳐 갔고, 남은 이 한 쌍의 오리도 물로 들어설 참인가봅니다. 멋진 수컷이 먼저 들어서려고 합니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앞서는 위험은 언제나 남자~~
얼음에 묶였던 배가 해빙으로 한가로이 유유자적입니다. 아님, 갈 곳을 잃어 서성이나요.
생태 못입니다. 제가 훼방꾼이 되었어요. 많은 오리와 왜가리가 한가로웠는데, 그 모습을 욕심내고 가까이서 담으려 하니 모두 달아났습니다. 고요한 연못에 돌을 던진 셈이지요. 모든 것에 욕심은 달가운 것이 못됩니다.
물살이 제법 여울집니다. 지난 소싯적에 이곳에 싸리나 수수대로 울타리를 치고 그 옆에 작은 움막을 설치하고 들어앉아 한 밤을 지내노라면 강에서 올라오던 참게가 두어 자루씩 채워지던 곳이었습니다.
어려선 이런 징검다리가 놀이터였지요. 미역도 감고 배고프면 인근 밭에서 참외랑 수박이랑 서리해 가져와 가지고 놀고 먹던 시절 자연과 더불어 심성을 닮는 정서를 즐거움을 지금의 아이들은 알까요.
물길 따라 길 따라 가는 발길에 갑자기 박목월의 시 한 편이 생각납니다.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길은 외줄기 남도 삼 백리 /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저에게 습지는 참 호기심이 발동하는 곳이지요.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잖아요. 여름이면 온갖 곤충과 수생물들이 있고 생명이 탄생되는 곳이고요. 늪지나 습지는 어머니의 자궁 같이 깊고 아늑하고 정이 솟는 그리움의 요람이지요.
이 호젓하고 솔향기 그윽한 곳은 원점으로 가는 귀로랍니다. 좌측으로는 아차산이 수천 년의 아픔과 기쁨과 애환과 삶의 역사를 끌어안고 있습니다.
참 제가 좋아하는 '묘향만두집'도 있답니다. 여기까지 입니다. 고맙습니다.
2010년 2월23일 오후 <鄕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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