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시대(百濟時代)/백제 유물(百濟遺物)

연꽃무늬 수막새(蓮花文圓瓦當)

鄕香 2009. 2. 10. 21:41

 

8엽 단판의 연화문수막새이다. 원형의 편평한 턱을 두어 약간 돌출된 자방에 1+8과(顆)의 연주문(連珠文)이 있으며,

주연(周緣)이 비교적 넓고 높다. 화판(花瓣) 사이에는 간판(間瓣)이 두드러지게 표현되었다.

연꽃무늬는 크게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안정감 있게 배치되었으며, 끝부분이 반전되어 백제와당 특유의 모습을 보인다.

색조가 부드럽고 연꽃이 유연하여 사실성이 돋보인다.
백제의 연화문수막새는 꽃잎이 넓고 도톰해서 예리한 각법(刻法)으로 꽃잎을 나타낸 고구려의 연화문수막새나,

고졸(古拙)의 투박함을 보이는 신라의 연화문수막새에 비해 너무나 부드럽고 여성적이다.

백제의 연화문수막새가 가진 부드러운 느낌은 특히 고구려 연화문수막새와 비교해서 두드러진다.

고구려 수막새의 연화문은 직선이 많이 구사된 것에 비해 백제 수막새의 연화문은 연꽃잎의 선들이 대부분 곡선이기 때문이다.

백제 수막새의 연꽃잎은 폭이 넓고 둥글어 거의 원형에 가깝다. 중앙의 둥그런 자방과 바깥 주연의 원 등 모두 원형을 이룬 가운데,

연꽃잎마저 둥그런 원형이어서 전체적으로 여러 원들의 집적(集積)을 이룬다. 둥그런 연꽃잎들은 넓고 펀펀하며 도톰하여 날씬함이나

세련됨을 느낄 수 없는 모양이지만 거기에서 온화함, 원만함, 부드러움, 순함을 느끼게 한다.

이런 느낌은 어느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용(中庸)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날카로움을 깎아내어 부드럽게 하고,

극단적인 부분들을 잘라내어 모나지 않게 한 것이 또한 백제 연화문수막새의 디자인이다.

이러한 구성은 연화문수막새의 평면상에도 둥그런 원의 조합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가운데에 원형의 자방이 위치하고 약간 살을 찌운 도톰한 연꽃잎들이 둥그런 원형으로 그 둘레를 둘러싸고 있으며

그 밖으로는 원형의 주연이 위치하고 있다.

강렬한 직선을 위주로 하고, 날카로운 연꽃잎이 밖으로 향하면서 외향적이고, 남성적이며,

확장성을 지니는 고구려 연화문수막새의 특징과 정반대의 성격을 보인다.

백제의 연화문수막새는 부드러운 곡선을 위주로 하고 연꽃잎도 넓고 평면적이어서 점잖은 가운데 운동성이 약하다.

고구려 연화문수막새의 가운데 자방은 솟구쳐 올라온 데 비해 백제의 것은 편평하다.

그래서 외부로 향하는 운동성이 약한 도톰한 연꽃잎들이 편평한 자방으로 수렴되는 느낌을 주고 있다.

고구려 수막새 연화문의 외향적인 특징과는 반대로 내향적이라 할 수 있다.

백제의 연화문수막새를 부드럽고 여성적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바로 이런 내적 구성이 주는 느낌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백제 연화문수막새는 평범해 보인다.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표현을 절제하였기에 자못 범용(凡庸)해 보일 가능성이 크다. 얼른 눈에 띄지 않고, 원들의 집적으로 구성되어 디자인이 단조로워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연꽃잎의 끝을 약간 반전(反轉)시켜 전체적인 분위기에 보일 듯 말 듯한 변화를 시도하고,

온통 여러 개의 원으로만 이루어진 평범한 구성에 강조 효과를 내면서 은근한 멋을 풍기게 된다.
삼국시대의 수막새는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러 수식이 많아지고 화려해지며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고 내용도 풍부해진다.

그러나 수식이 많아진 대신 번잡해 보이고, 화려해진 대신 세부적인 표현에서 힘을 잃었다.

아름다움의 격조라는 측면에서 볼 때, 통일신라의 연화문수막새는 백제 연화문수막새에 그 자리를 양보해야 할 것이다.

절제되고 세련된 간결함과 온유돈후(溫柔敦厚)한 우아함은 백제 예술이 도달한 쉽게 넘볼 수 없는 새로운 경지였다.

백제의 연화문수막새는 그렇듯 범용(凡庸)한 작품이 아니라 고도의 예술적 수준과 격조를 갖추고 중용이 구현된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

  

서까래기와(椽木瓦)

백제시대/ 부여 능산리 절터 /지름 14.5cm/국립부여박물관

  

연꽃무늬수막새(蓮花文圓瓦當)

백제시대/부여 능산리 절터/ 지름 14.2cm/국립부여박물관 

 

 

연꽃무늬수막새(蓮花文圓瓦當)

백제시대/부여 능산리 절터/ 지름 14.2cm/국립부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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