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온 매스컴이 떠들석하고 주변의 이웃들이 고향을 찾아 떠나는 부산함에
서울이 고향인 나는 마냥 부럽기만 하다.
온통 전국이 들썩이던 추석 명절이 끝난 후 어느 조용한 날 향수에 젖고 싶어 무작정 길을 나서 남도로 향했다.
먼저는 순천만을 돌아봤는데, 참 좋았기에 이번에도 향토 냄새 질박한 남도 일대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짙은 녹색의 자연에 묻힌 山寺의 아늑함과 향긋한 자연의 향기 속으로 녹아내리는 마음을 담아봅니다.
수백 년 세월에 갈라지고 틀어진 山寺의 기둥에 기대어 고요한 풍경소리에 세월의 무상함을 실어봅니다.
선암사 뒤안길 산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옛 왕십리의 시골집 토담의 향취가 물씬 풍깁니다.
<뒷 간>
선암사의 측간에서 일을 보노라면 하늘의 구름에 앉아있는 기분입니다.
아득한 바닥에 깔린 낙엽과 목조의 넓은 공간이 주는 신선(新鮮)함에 신선(神仙)이 되어 일을 보는 느낌이에요.
위 사진의 측간 건물의 뒤편 사진입니다.
뒤에서 본 2층의 창살 있는 위치가 일(便)보는 곳이고, 아래 유난히 높은 1층은 변통입니다.
낙엽이나 잘게 썰어 놓은 짚을 바닥에 깔아 변이 떨어져 쌓이면
열린 문으로 손수레를 끌고 들어가 두엄으로 실어 내오게 되어 있습니다.
1층 안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ㅋㅋ 당신의 상상에 맡깁니다.
고풍스런 아취형 다리 아래 흐르는 물빛이 비취색처럼 곱습니다.
마음도 몸도 옥빛으로 물든 양 청량한데, 바지조차 파랗게 물이 배었습니다.
낙안읍성 안의 토속음식점입니다.
때가 훨씬 지난 3시 경에 낙안읍성에 도착하여 허기진 배를 채운 집입니다.
남도답게 먹을거리 풍성한데 홍어삼합의 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합니다. 죽을 먹고 싶었는데..
준비된 것이 없다나요. 그냥 비빔밥을 먹었는데 맛스런 반찬이 푸짐했습니다.
여념집처럼
아담하고 예쁘기에 들여다 보니 화장실.. 청결하고 참 좋습디다.
옛 서울 변두리에서 보던 구멍가게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네요.
호박엿을 사서 입에 넣으니 붙지도 않고 적당히 달고 맛이 좋아요.
情을 복스럽게 쌓은 돌담을 타고 이름 모를 콩넝쿨이 눈을 즐겁게 하고
훈훈한 초가의 소박함이 어린 시절의 왕십리를 회상시켜줍니다.
구수하고 소박한 가슴들이 알콩달콩 정겹게 살던 시골 같던 1960년도 왕십리를 여기서 봅니다.
곡선을 그리며 늘어진 길
옛 서울의 변두리 골목처럼 좁고 소박한 길이지만,
포근하고 인정이 흐르던 길을 고스란히
떠다 놓은 것처럼..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왠지 옛날의 세트장 같아 서글퍼지기도 하고요.
"얘들아 놀자~~ "
부르면 금방이라도 뛰어나올 것 같은 순구와 은자의 얼굴이 그립지 않으세요?
참으로 많은 해를 망각의 여울에 흘려보낸 여백의 세월속에 그냥 묻어 두었던 풍경들이었습니다.
골목길마다 이지러진 초가집 지붕에 보름달처럼 하얗게 웃는 해맑은 박덩이.
돌담과 깨어진 기왓장. 미루나무가 서있는 냇가의 오후.
언덕배기 느티나무 아래 서낭당. 솟대 위에 앉은 잠자리, 조릿대. 강아지풀. 아카시아 꽃. 달빛에 하얗게 웃는 들국화.
그 모든 그리움이 구수한 정감으로 다가오는 낙안읍성... 고맙습니다.
치죄하는 사또 뒤 獄 안에서 時代를 훌쩍 넘어서 제가 웃고 있습니다.
피칠갑으로 얼룩진 죄수, 또는 억울하게 갇혔을 백성의 그 자리에서..
장승은 마을의 安寧과 福을 지키기 위해 어귀에 세우는 呪述的 우리 옛 신앙이지요.
보이는 장승의 아랫도리의 힘찬 기백은 풍요와 번성을 기원하는 것이구요.
허- 그 놈 참! 여러 아낙 죽이겠네. ^^
저물어 가는 城壁에 깃발이 힘차게 펄럭입니다. 속절없이 변하는 문화에 우리의 후손 만대에도
우리의 정신, 우리의 전통은 저 힘차게 펄럭이는 깃발처럼 이어질 수 있을까?
내일이면 다시 붉게 솟아오르는 태양처럼..
노을 저편 뒤로 하루의 안식을 찾아 "옥섬 해수사우나타운"으로 갑니다.
임들도 저 곱고 고즈넉한 노을빛처럼 편안한 하루의 휴식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2007년 9월에 - 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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