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뜰 매화나무에
어린 하늘이 내려와 배냇짓하며
잘 놀다간 며칠 뒤
끝이 뾰족한 둥근 잎보다 먼저
꽃이 피어서,
몸과 마음이 어긋나는 어긋나는 세상의
길위로 날아가는 흰빛들
아픈 生의 비밀을 안고 망명하는
망명하다가 끝내 되돌아와
제자리를 지키는
저 흰빛의
저 간절한 향기 속에는
죄짓고 살아온 날들의 차디찬 바람과
지금 막 사랑을 배우는 여자의
덧니 반짝이는 웃음소리,
한밤중의 읽은 책들의
고요한 메아리가
여울물 줄기처럼 찰랑대며 흘러와
흘러와
새끼를 낳듯 몇 알
풋 열매들을
드넓은 공중의 빈 가지에 걸어두는 것을
점자처럼 더듬어
읽는다. <전동균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