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쉼 터

매화, 흰빛들

鄕香 2006. 9. 3. 10:01

뒤뜰 매화나무에

어린 하늘이 내려와 배냇짓하며

잘 놀다간 며칠 뒤

 

끝이 뾰족한 둥근 잎보다 먼저

꽃이 피어서,

몸과 마음이 어긋나는 어긋나는 세상의

길위로 날아가는 흰빛들

 

아픈 生의 비밀을 안고 망명하는

망명하다가 끝내 되돌아와

제자리를 지키는

저 흰빛의

저 간절한 향기 속에는

 

죄짓고 살아온 날들의 차디찬 바람과

지금 막 사랑을 배우는 여자의

덧니 반짝이는 웃음소리,

한밤중의 읽은 책들의

고요한 메아리가

여울물 줄기처럼 찰랑대며 흘러와

흘러와

 

새끼를 낳듯 몇 알

풋 열매들을

드넓은 공중의 빈 가지에 걸어두는 것을

점자처럼 더듬어

읽는다.                  <전동균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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