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이 "스스로 향기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묻기에 다음과 같이 말씀 적어봅니다.
(鄕)
내가 그리는 시골은 나의 어머니가 태어나시고 내가 태어난 출생지며 내 엄마의 고향이자 나의 외갓집이 있는 경기도 돌마면 하대원리 마을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이면 울긋불긋 진달래 피는 동산위에 흰 구름 살짝 머물고, 탄천으로 흘러가는 맑을 시냇물에 참기름치, 구구락지, 버들치, 불거지, 뱀장어에 참게가 친구였고, 아담하고 정갈한 초가에 강자갈로 쌓은 돌담들이 조잘조잘 다정하고 동구洞口에 크나큰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여름이면 스르람매미, 참매미, 말매미, 유지매미 등 온갖 매미가 시원스럽게 노래하는 한낮의 숲에 멍석 깔고 엎드려 방학숙제 하던 나를 슬그머니 꿈길로 이끌어 주고, 들에는 감참외, 노랑참외, 은선참외, 개구리참외 들의 참외와 수박의 탐스러움을 지키는 높은 원두막에서 '꺼꾸리와 장다리'에 삼매경이었고, 돌담 돌린 포근한 초가지붕의 뒤뜰 감나무 아래 딸기 꽃 향기롭던 곳입니다. 시골은 아늑한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이며 마음에 평화를 주는 곳이요 자연의 참 모습입니다. 내 심성 그와 같지 못함에 그와 같은 심성이고 자는 바람 있기에 鄕자을 쓰는 까닭입니다.
《香》
내가 香자를 號의 두 번째 글자로 쓰는 것은 내가 향기롭지 못한 까닭입니다. 향기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사랑의 묘약입니다. 그 향기로움을 닮고 싶은 염원을 나 스스로에게 항시 깨우치자는 주문입니다. 향기 피워내고 맛나를 보시하며 종족보존을 위한 꽃들의 처절한 몸부림도 아니며 내가 향기로운 사람임을 자처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享》
세번 째로 享字를 號에 붙여 쓰는 까닭은 시골의 정경과 순수의 향기로움처럼 그 아늑함과 평화를 닮고 누리고 싶다는 나의 의지임을 나에게 끊임없이 주문하는 채찍이며, 고향의 아늑함, 어머니의 자애로움, 자연의 고움으로 마음에 평화를 얻고자는 念願입니다. 따라서 나는 시골의 아늑함도 자연스런 포용도 향기처럼 배품도 부족한 사람임을 긍정하는 의미도 있다하겠습니다.
사람들은 대다수가 닉을 지을 때 가벼운 마음으로 짓는 이가 많습니다.
이름은 자신의 심중이나 생각이 알게 모르게 표출되는 마음의 형상입니다.
이름을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는 얼굴이요 대변자입니다.
내 이름이 개똥이면 모든 사람이 나를 개똥이라 가볍게 부르니 자신도 모르게 개똥이가 됩니다.
福스런 이름이면 다른 이가 부를 적마다 福이 들어오는 것이고 부르는 이 또한 福을 느끼게 됩니다.
혐오스럽거나 위압적인 이름이면 불릴 적마다 혐오스런 사람이 되고.
위압적인 느낌이나 선입감을 주기에 사람들이 자연 꺼려하고 멀리 합니다.
이름은 친근감 있게 어감이 부드럽고 발음이 어렵지 않아야 합니다.
이름이 부드럽고 온화하면 부르는 이도 온화해지고 좋은 느낌과 호감을 갖습니다.
그러므로 이름은 소중하고 중요한 것입니다. 따라서 잘 생각해서 지어야 하겠습니다.
나의 호는 스스로 부른 自號입니다.
작호법은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겠습니다.
살고 있는 지명이나 고향마을 이름을 호로 쓰는 所處以號.
품고 있는 뜻이나 목표를 호로 쓰는 所志以號.
자신이 처한 환경을 호로 쓰는 所遇以號.
소지한 물건의 이름을 따서 호로 쓰는 所蓄以號 등이 그것인데
나는 소지이호에 준한 것이 되겠습니다.
2015년 9월14일. 《鄕香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