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金弘道, 1745-1816 이후)는 국가가 운영하는 회화 전문기관인 화원(畵院)에서 활동한 화가로 자는 사능(士能), 호는 단원(檀園), 단구(丹邱), 서호(西湖)이며, 연풍 현감을 지냈는데, 산수는 물론 인물, 풍속, 짐승, 꽃과 새 그림 등 모든 소재를 잘 그렸으며,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거장입니다. 먼길을 여행한 작가가 도중에 목격한 몇몇 장면을 이야기 삼아 그린 듯한 이 작품은 여덟 폭의 병풍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제8면에 적힌 관기(款記 : 그림을 그린 뒤 작가의 이름과 함께 그린 장소나 일시, 누구를 위하여 그렸는지를 기록한 것)에 ″무술초하戊戌初夏″라 적혀 있어 1778년 초여름에 그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1면은 판결을 내리고 있는 장면, 제2면에는 주막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는 나그네와 대장간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제3면은 배를 기다리고 있는 나루터 장면, 또 제4면은 해산물을 머리에 이고 가는 아낙네들, 제5면은 노새를 타고 다리를 건너고 있는 나그네 일행, 제6면은 타작하는 장면, 제7면은 소를 타고 가는 아낙네를 살펴보는 나그네, 제8면에는 목화 따는 아낙네들을 바라보고 있는 나그네를 그리는 등 당시의 평범한 소재들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생활상의 단면을 소재로 하여 내용을 풍부하게 한 점이나 각 인물들의 다양한 자세나 표정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현장감을 더한 점 등에서 그 기량이 돋보입니다. 특히 등장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파악하여 해학적으로 처리함으로써 극적 분위기를 살리는 등 김홍도 풍속화의 완숙미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단원의 스승인 표암 강세황은 이 《路邊治鑢(노변치려)》의 그림에 다음과 같은 題辭를 달았습니다.
「 水田鷺飛, 高柳風凉, 冶爐打鐵, 行子買飯, 村店荒寒之景, 反覺有安聞之趣. 豹菴 評. <수전로비 고유풍량 야로타철 행자매반 촌점황한지경 반각유안문지취. 표암 평>」
" 논에서 해오라기 날고, 높은 버드나무에 시원한 바람불고, 풀무간에서 달군 쇠를 두드리고, 나그네는 주막에서 밥을 사먹는데 시골주막의 쓸쓸한 광경이나 오히려 한가로운 맛이 드네."
단원 김홍도 필 행려풍속도 제2폭 노변치려(行旅風俗圖 路邊治鑢)
朝鮮時代 / 金弘道 (1778年 34歲作品) / 絹本淡彩 90.7× 42.7cm / 國立中央博物館所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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