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따사로운 햇살과 하소뒷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보니 어제 나물이라며 젖풀 새순을 꺾든 아주머니 생각에
파릇 솟아나는 새싹들이 있을까 싶어 사진기를 챙겨 밖으로 나섰지만, 아직은 이른가 봅니다. 논두렁과 둔덕을 헤집어도 생각처럼 솟아난 새싹은 보이질 않습니다. 그래서 지난 가을 보았던 멋진 갈대와 억새풀이 바람결에 하늘거리던 솔방죽으로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았지요.
그 못가에는 뭔가 나를 반길 파란 생명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걷기운동을 하는 것 이외는 이곳 또한 별반 흥미로운 것이 없었습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모르게 사르르 웃던 은빛 억새꽃도, 금빛 머리에 수줍은 양 고개 숙여 황홀감을 안겨주던 갈대꽃도 모두 한 겨울 눈보라 삭풍에 할퀴고 휘둘려 모두 쓰러져 버렸기에 허전한 마음으로 다시 되돌아섰습니다.
솔방죽은 의림지에서 흘러내려온 물을 재 저장했다가 필요시 다시 농지로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저수지입니다. 저수지라지만 오랜 세월에 큰 습지처럼 변화되어 온갖 물고기와 잡초, 갈대, 여러 종류의 곤충들이 서식하니 자연스럽게 먹이사슬이 이뤄져 오리와 각종 새들의 안식처가 되어 자연관찰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돌아서나오는 길에 독송정(獨松亭)이란 곳을 들렸습니다.
독송정(獨松亭)에는 북두칠성 별자리처럼 7개의 봉우리가 제천시내에 있어 그 봉우리들을 칠성봉이라고 한다는 유래를 설명한 안내판이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그 칠성봉을 돌아보는데 4개 코스로 설명이 되어 있는데 그중 시간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4코스가 대략 2시간 10분 정도면 된다는 안내판을 보고 칠성봉 모두를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칠성봉 위치 약도>
위에 설명문을 읽는 순간, 서울촌놈이 제천으로 온지도 어언 일년이 되어 가는데, 지금은 내가 살고 있는 제천의 상징적인 유서 깊은 표상을 돌아보지 않았다는 미안한 마음에, 이제라도 이 7개의 성봉(星峯)을 답사해야겠다는 생각이 어느덧 마음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시내지리에 밝지도 않은데다가 필기구도 없고 해서 안내판 지도를 한참 노려보며 머리씨름을 하다가 순번대로 핸드폰에 입력하고서는 가다가 물으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독송정'을 출발하여 제2의 성봉(星峯)'연소봉'을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지난 가을에 '솔방죽'에 왔다가 들렸을 적에는 정자(亭子)에 빈병이나마 막걸리병과 빈 안주 접시라도 있어 벼를 베던 농부들이 땀을 삭이며 잔에 막걸리를 따르는 정경이나마 떠올릴 수 있어 한결 훈훈하고 운치로 울 수 있었는데, 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차가운 바람만 휑하니 가슴을 스칩니다. 이곳이 제1봉인 독송정(獨松亭) 입니다.
독송정에서 논 저편에 마주 보이는 낙엽송 무성한 나지막한 구릉이 이곳에 게시된 지도상으로 본 제 2 봉인 ' 연소봉(燕召峯)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독송정에서 나와 논길로 들어서니 200m 앞에 솔이 무성한 봉우리가 마주 보였습니다. 직감으로 아, 저 봉우리는 제 3 봉인 ' 성봉(星峯)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곳부터 들려보기로 했습니다. 역시 추측대로 이곳이 칠성봉 중 제 3 봉우리인 성봉이었습니다.
성봉(星峯)을 가까이서 둘러보니 봉우리는 낮은 둔덕처럼 보였고 그 정상 가운데에는 무덤 하나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곳이 칠성 중 한 별자리로 본다는 유교적 이해에서 명당으로 알고 묘를 쓴 것 같습니다. 제천시민의 표상이자 자부심인 곳에 주홍글씨가 새겨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 성봉의 정수리도 그 언저리도 모두 整地가 되고 무덤이 아닌 星峯이란 이름과 유래를 새긴 비석과 이에 어울리게 주변을 꾸몄으면 참 좋겠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정상의 구릉은 묘(墓)입니다.
↓ 이 성봉 표석은 마을회관 있는 곳을 조금 벗어난 성봉자락에 세웠졌습니다.
《제2봉 연소봉 (燕召峯) 》
성봉을 둘러보고나서 다시 아까 마주보이던 저편 논가에 낙엽송 우거진 봉우리를 향했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가는 내 소심함이 마침 두 분 아주머니가 그쪽에서 걸어오기에, 혹시나 아실까 싶어 연소봉이 어디에 있는지 아시냐고 여쭤보니 전혀 생소하신 듯 오히려 이상하다는 눈빛을 주십니다. 머쓱한 마음으로 돌아서 그 산 앞에 서니 그 봉우리 아래 길가에 연소봉 비석이 있습니다.제2봉인 연소봉(燕召峯)은 독송봉에서 마주 보이던 논가에 있던 낮은 구릉으로 두진 백로아파트 앞 공원 건너편 도로가에 위치하니 성봉에서 대략 500m 거리이며 바로 근처인 셈입니다. 연소봉에는 잡초와 낙엽송 종류의 나무만 무성하고 쓰레기만 쌓였습니다. 쌓인 쓰레기를 피해 측면을 사진에 담은 모습입니다. 이곳 연소봉도 기념적인 공원이나 제천시의 사적지로 꾸몄으면 좋겠습니다. 아래 碑石文처럼 제천시의 유서 깊고 자긍심을 갖는 표상이라면 말끔하게 정리하여 제천을 찾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제천의 얼굴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표석은 산자락 아래 길가 옆에 세웠는데 주변이 너절하고 쓰레기가 많아 표석의 글만 사진에 담았습니다. 지금의 이런 모습이라면 너무나 의미가 없습니다.
연소봉 전경(燕召峯 全景)
《 제4봉 요미봉(要美峯)》
요미봉은 독송정에 있던 안내판에 의하면 연소봉 앞 길 건너에 있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었기에 도로 건너편을 보니 아파트 앞에 공원으로 조성된 곳에 봉긋한 봉우리가 보이는데, 직감적으로 느낌이 옵니다. 길을 건너 공원에서 노인께 요미봉을 아시느냐고 여쭤보니 모르신답니다. 할 수 없이 봉우리를 올라가 보니 아무런 표석이 없기에 반대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그 아래, 요미봉 비석이 보입니다.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하여 비교적 공감을 줄 수 있도록 성의를 보여준 七星峯 중 하나입니다. 성봉(星峯)과 연소봉(燕召峯)도 최소한 이 정도의 꾸밈은 되어야 하겠습니다.
요미봉 전경
《자미봉(紫美峯)》
자미봉은 찾기 위해 참으로 많이 헤맸습니다. 아무리 연로하신 분만 골라 여쭈어 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한 결 같이 칠봉이 있다는 것은 어렴프시 들었지만,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생각다 못해 노인정을 찾아 들어가 여쭈어 겨우 법원 뒤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렵게 찾아 본 자미봉(紫美峯)은 아쉬움뿐이었습니다. 우리의 선조들께서는 자주색을 최상의 色으로 여겼습니다. 이 색으로 고관들의 관복을 지었으며, 귀품의 색으로 여겼습니다. 그러한 자색의 아름다움으로 명명한 것은 그 옛날 이 봉우리가 이름처럼 아름다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고운 이름에 反해 참으로 실망스럽고 가장 안타까운 모양입니다. 비용이야 많이 들겠지만, 길이 후세에 남을 제천의 표상으로 복원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칠성봉(七星峯)은 의림지(義林池)와 더불어 제천에 없어서는 안 될 뜻 깊은 곳이며, 그 어느 지역보다도 독특함을 내세울 수 있는 특색적인 제천의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아후봉(衙後峯)》
아후봉은 언젠가 근처 한정식집에서 식사를 하고 주민센터 쪽으로 잠시 올라가 본 곳인데 칠성봉의 한 성봉이라는 안내글이나 표석도 볼 수가 없었고 그냥 중앙공원으로만 알았지 그 곳이 아후봉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목적은 공원이 아닌 칠성봉을 찾는 것이기에 그래도 제천 시내 중앙에 있는 봉우리니 칠봉 중 하나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찾아가다가 중앙로 버스정류장 있는 곳에 봉우리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기에 올라가려다 옆 둔덕을 보니 안내비석이 보였습니다.
'아후봉'은 옛 관아가 있던 주변이고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탓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잘 꾸며져 있지만, 칠성봉이라는 우리 옛 토속신앙으로서 문화적 연유보다는 공원으로서의 향기가 짙습니다. 모든 星峯은 말할 것도 없고, 잘 가꾸어진 이 아후봉에서도 정작 정상부 중앙에는 마땅히 있어야 할 星峯으로서의 표석이나 구체적인 설명문이 없다는 것입니다. 비록 아래에 이 표석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국한된 위치의 안내판 구실을 할 뿐이지 결코 정상에 있어야할 표석은 아닙니다.
〈대로 변 아후봉(중앙공원) 오르는 입구에 알림판 구실을 해준 칠성봉 중 제6봉인 아후봉 비문〉
이 안내판을 보며 봉우리 정상 마땅한 곳에 정면은 《아후봉(衙後峯)》이란 碑銘과 함께 뒷면에는 이 유래의 글이
刻彫되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줍니다.
<이 자리 어디 쯤 앞면에 '아후봉"이라고 새기고, 후면에는 유래의 글을 새긴 碑가 있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중앙공원에는 도로 원표와 제천시의 측량기준점이 있습니다. 위치적으로나 역사면에서 아후봉은 제천시의 중요한 장소입니다. >
제천시내 지리에 밝지 못한 점도 있지만, 칠성봉의 가치와 그 유래에 대한 소극적 홍보와 물어서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몇 번을 원점인 독송정으로 가서 칠성봉의 위치 지도를 보고 되돌아가서 다시 찾아보는 서너 번의 반복으로 해는 저물었습니다.
결국 마지막 제7봉인 정봉산을 내일로 미루고 오늘의 이만 답사를 접습니다. 수 없이 물어도 점봉산을 아는 분은 없었습니다.
내일 제 7 성봉 정봉산을 찾아 답사한 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2011년 3월6일 - 鄕 -
이른 점심을 먹고 다시 위에 사진(약도)에서 정봉산 위치를 확인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붙잡고 정봉산을 물으면 열에 열 사람 모두가 모른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어쩌다 '제천향교'가 있는 곳까지 가게 되어 향교를 몇 장 사진기에 담고 향교안으로 들어가 연로하신 분에게 제천칠성봉 중 제7봉의 위치인 정봉산을 여쭤보니 이 분이 .대제중학교. 인근이라고 가르쳐 주기에 다시 그곳으로가 찾았으나 예전엔 산이었는지 모르겠으나 그냥 평지에 학교와 그 아래 청소년체육관만 있을 뿐입니다. 생각다 못해 다시 제1봉 독송정 안내판으로 가서 다시 확인하고 게시된 지도를 찍고 게시된 제7봉 사진판을 디카에 담고 내토재래시장 인근의 봉우리마다 확인작업을 하기로 하고 첫째로 오른 곳은 수도산, 다시 두 번째 오른 산이 교육청 뒤에 있는 봉우리였습니다. 교육청 안으로 들어가 뒤쪽으로 가니 작은 문이 있어 자전거를 들쳐 메고 정상에 올라서서 둘러보았더니 이곳 정상의 모습이 독송정에서 찍어 온 제7봉 정봉산이라고 게시된 사진과 비슷했으나 제7성봉이나 정봉산을 입증할 만한 아무 표시도 없고 긴 의자만 대여섯 개 있을 뿐이었습니다. 맥없이 의자에 앉아 있다가 다시 주변을 둘러보니 무슨 안내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혹시나 싶어 일어나 다가서보니《남산 격전지》라는 안내문이었습니다.
6.25 전쟁 때의 일인가 싶어 그냥 읽어 내려가는데, 세상에나 이 (남산 격전지) 라는 설명문 중에서 이 산 이름이 남산(南山)이자 정봉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천칠성봉(堤川七星峯) 중 第 7 峯을 찾는 순간입니다. 「남산 격전지」설명문 중에서 찾아 낸 제천시의 표상, 제천칠성봉 중 제7봉... 허 참! 얼마든지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그런 안내문이었는데..
그냥 지나쳤다면 종일 헤맸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는 생각에 미치자 진땀이 나고 이 설명판을 읽어보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모릅니다.
제1봉 독송정에 있는 七星峯 안내판이나 지도에 「 제7봉 정봉산(남산),」 이렇게 토만 달았어도 온종일 찾아 헤매는 일은 없었을 텐데...
< 南山 頂上>
제천칠성봉 중 第 7 峯인 '정봉산'의 또 다른 이름 "남산"입니다.
이곳에는 다른 星峯에 세운 표석 그것 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제천의 표상이라는 말이 실망스러운 순간입니다.
< 정봉산(남산)의 정상 전경입니다.>
시청 관계부서에 있는 분이라면 몰라도, 표시판 하나 없는 이곳을 어떻게 칠성봉 중 제7봉으로 알 수 있겠습니까 ?
수많은 제천토박이 분들도 모르는데, 하물며 외지에서 온 저 같은 사람이야 마음 먹고 이틀은 헤매야합니다. ㅎ
<제천시교육청 건물 뒤로 들어가서 올라간 길입니다. >
제천시교육청사 뒤로 올라온 길과는 반대편에 원래의 오르는 길이 있는 것을 올라와서야 알았습니다.
내려갈 때는 이 길로 내려갔습니다. 다른 칠성봉처럼 아래 입구에 제7봉의 표석(標石)이라도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찾아보았지만 그러나 어디에도 제7봉의 표석은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제천의 칠성봉을 돌아보고 느낀 것은 더 훼손되기 전에 제4봉 "요미봉"처럼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하거나 꾸미고 각 봉우리 정상에 이름과 유래의 글을 새긴 비석을 세워 공원이나 문화적 기념지로 가꾸어 농경문화의 발상지인 유서 깊은 의림지와 솔방죽 그리고 그 주변 전답과 연개해서 제천시 표상으로서 그 역할의 가치와 문화적 소산으로 곤고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堤川이란 한자의 의미와 유래처럼 古代의 수리시설과 전답이 살아 존재하는 곳은 우리나라 그 어느 곳에도 없는 무엇에 비견할 수 없이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문화로서 으뜸가는 소산입니다. 이 문화에 칠성봉이란 특성을 연계하여 특색 있는 독특한 도시로 거듭 발전하기를 소망합니다. 개발은 쉬어도 사라진 옛 문화를 복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면에서 볼 때 의림지와 농경지 칠성봉이 훼손되지 않고 오늘에 이른 것은 제천시민의 큰 복입니다. 잘 가꾸고 정비하여 유일무이한 고대문화도시로 거듭 나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2011년 3월7일 - 鄕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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