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의 흔적

꽈리

鄕香 2009. 9. 10. 12:02

아침 산책길에 주홍빛 물든 꽈리를 봤지요.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옛 생각을 해봅니다.
당신처럼 꽤나 예쁜,

옆집 누나가 조심스레 몽글려 속을 빼내어

뽀드득 뽀드득 예쁘게 불던 꽈리 

그 시절 그 누나
엄청 좋아했지요.
그 꽈리처럼, 그 누나처럼 지금은 당신이 그립습니다.


 2009/9/14   <仁鄕>

 

 

 

 날은 이미 저물고 밤은 깊은데, 하늘에는 달과 별과 구름이 숨바꼭질을 합니다.

산자락 아래 그럴듯한 집을 짓고 불빛도 환히 잠 못 이루는 이여, 뉘를 맞으시려나  밤은 깊어 자정인데...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우리의 인생과 절묘하게도 맞아 떨어지는 것이 있지요.

봄은 새로이 싹이 돋고 꽃이 피는 우리의 탄생과 유 . 소년의 시절,

여름은 나뭇잎이 무성하고 푸르름과 활기차고 열정이 넘치는 태양과 시원한 소나기처럼, 우리의 젊음과 기백이 넘치는 청춘의 시절, 

가을은 오곡이 황금빛 결실의 물결로 출렁이고 중후하고 넉넉하고 잔잔한 미소 여유로움의 장년의 시절,

겨울은 모든 결실을 모두 내주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곱고 황홀하게 서막의 황혼 물드는,

살(葉)마저 한줌 양분되어 흙으로 되가며 하얗게 비움으로 백설 가득 물든 빈손으로 가야하는.

봄기운이 돌쯤이면 하얀 눈처럼 녹아 우리 자녀의 한 줌 양분으로 스며들 우리 몸,

우리 인생..  

 

 

 

서늘한 아침 창가에서 하얗게 웃어 내리는 저 예쁜 햇살의 따사로움이 당신의 살결에 스며들어 따스하고 기분 좋은 온기 되시기를 ...  

 

 

 

 

 타오르는 저 태양의 열정에 나무가 붉게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뜨거운 열정으로 정성을 다하는 보살핌과 사랑이

 님의 기쁨으로 젖어 들기를 바랍니다.

 


 

 
9월의 첫날 영글어가는 탐스런 호박처럼 모든 희망 알차게 익어가시길 바랍니다.

 

 

검은 구름 하늘 가리고 빗줄기는 유리창에 점철되어 침묵의 소리로 흐르지만,

때로는 사색에 젖어들 수 있는 이런 고요와 음습함도 있기에,

밝은 햇살의 의미를 더 느낄 수 있음에 즐겁고 행복할 수 있겠죠.

생활에 여유와 활기를 충전할 수 있는 주말..

저 여물어가는 박처럼 알찬 하루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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