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高麗時代)/고려 청자(高麗磁器)

. 청자 풀꽃 무늬 조롱박 모양 (靑磁 象嵌堆花 草花文 瓢形 注子 承盤)

鄕香 2009. 2. 18. 20:19

 

 

퇴화기법으로 나타낸 무늬가 독특한 병입니다. 퇴화(堆花)기법은 백토(白土) 안료를 붓을 이용하여 무늬를 나타냅니다. 점을 찍어서 장식하거나, 무늬를 그리는 데 이용되지만,  사실적인 무늬 묘사보다는 단순화시키거나 왜곡된 경우가 많으며 철화기법과 같이 붓을 이용하기 때문에 표현이 자유스럽습니다. 

 

고려청자에 표현된 무늬는 그 작품에 생동감을 더해 줍니다. 자유로운 흑과 백의 필치는 이 주자와 승반의 무늬를 한껏 돋보이게 합니다. 표주막 모양의 주자에는 넝쿨무늬와 풀꽃무늬가 그려져 있습니다. 주자의 입구 아래에는 세로로 넝쿨무늬가 있고 목 부분에는 가로선이 있습니다. 물을 따르는 주구에는 마치 새로 돋는 싹의 잎맥을 묘사한 듯합니다. 철화와 백화 기법을 조화롭게 사용하여 대비 효과가 뛰어나며, 주구 부분은 테두리를 철화 선으로 둘러 정돈된 느낌을 줍니다. 주자 뚜껑에는 흑백의 선이 교차하도록 세로로 줄무늬를 가득 그렸습니다. 몸체 가운데에는 흰 원을 배경 삼아 그 안에 까만색 꽃을 피웠습니다. 꽃은 한 송이 꺾인 절지(折枝) 형태로 테두리에 음각선을 넣어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무늬를 중심으로 바깥쪽에 백토로 테두리를 두르고 음각으로 넝쿨무늬[唐草文]를 새겼습니다. 승반도 그릇 옆면 네 군데에 흰 공간 안에 피어있는 검은 꽃을 표현하였습니다. 과감히 생략한 꽃의 표현, 넝쿨의 역동적인 모습에서 활기차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집니다. 동시에 적당히 여백을 두어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간결하면서도 세심한 꽃의 표현에서 최고 수준의 철화와 백화 기법을 구사한 고려시대 장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청자의 태토를 화폭 삼아 그린 한 폭의 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청자 풀꽃 무늬 조롱박 모양 주전자와 받침(靑磁 象嵌堆花 草花文 瓢形 注子 承盤)

한국(韓國)-고려(高麗) 《12세기》 / 청자(靑磁) 전체높이(全高) 29.8cm, 승반입지름(口徑) 18.5cm / 국립중앙박물관  所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