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鄭敾. 1676-1759)은 조선 후기의 선비화가로 자는 원백(元伯), 호는 겸재(謙齋) 또는 난곡(蘭谷)입니다.
이웃에 살던 조영석(趙榮석)과의 두터운 교분 속에서 산수와 인물 분야에 쌍벽을 이루었으며, 산수는 물론 인물, 영모, 화조(花鳥) 등 다양한 소재에 능하였습니다.
특히 남종화풍(南宗畵風)을 토대로 조선 산천을 담은 진경산수(眞景山水)의 전형을 확립하여 조선 후기 화단에 새로운 장을 열었으며
이후 그의 화풍을 따른 일련의 화가들은 '정선파(鄭敾派)'라 불립니다.
아래 그림은 인왕산 아래 지금의 옥인동 부근에 있던 인수자수원(仁壽慈壽院)의 구지(舊址)인 모양이데, 인수, 자수원은 궁녀들이 노후에 주로 나가있던 이원(尼院)으로 왕실의 내원당(內願堂) 구실을 하던 도성 내에 있던 유일한 불사(佛寺)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림(士林)의 이상이 정치 현실에 철저하게 반영되던 시기인 현종 2년(1661)에 이를 철폐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겸재가 살던 시기는 철폐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기초를 알 수 있는 터가 뚜렷하였을 것입니다.
인왕산의 바위를 쇄찰(刷擦)의 중묵법(重墨法)으로 장쾌하게 쓸어내리듯 표현하고 미점(米點)과는 또다른 소위 겸재점(謙齋點)이 많이 쓰이는 것은 가옥의 선묘가 중후한 것과 더불어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가 이루어지던 70대 후반 이후의 작풍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겸재 정선 필 수성구지도(謙齋鄭敾筆壽城舊址圖)
조선(朝鮮) / 紙本水墨(종이에 먹) 52.9×87.2cm / 국립중앙박물관 所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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