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운 정
제천서 이곳 아파트로 이사한 후, 얼마 전에 거동을 못하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식사라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아우에게 한 적이 있었는데, 어제 어머니의 89회 생신을 맞이하시는 날, 지난해 환갑을 보낸 아우가 독감으로 몸이 편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제수씨와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깊은 정성 담긴 생신상을 차려 차에 실고 왔습니다. 이 더운 날에 그 많은 음식을 장만하여 각 음식마다 밀폐된 용기에 담았고 여러 과일에 잡채와 미역국까지 끓여 온 동생 내외 그 마음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더구나 혼자지내는 저를 위해 새로 담근 김치를 큰 통에 하나가득 담아온 그 마음 씀씀이, 나는 그저 동생이 어머니를 모시고 오면 원만한 음식점에서 간단히 식사나 함께하려던 마음이었는데, 너무 부끄러웠고 미안했습니다. 그저께 과일이라도 좀 사려고 집근처에 있는 농산물도매시장에 갔다가 한창 제철인 완두콩이 좋기에 동생과 한 자루씩 나누려고 두 자루를 사다가 깍지를 모두 까던 중입니다. 나의 자잘한 정에 아우는 큰 정으로 저의 마음에 감동을 주었던 날입니다.
<쑥찰떡>
식사를 마치고 과일을 들고 있는데,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왕숙천 다리건너에 사시는 당숙모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잘 지내느냐는 안부 전화였지만, 일전에 뵈었을 때 기동을 못하시는 저의 어머니에 대한 말씀을 나누다가 저의 어머니를 찾아뵙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던 생각이 나서 지금 아우가 어머니를 모시고 저의 집에 왔다는 말씀을 드리니 당장 오신다고 하십니다. 반대 반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셔서 이 더운 날에 어려움을 당하시며 오신 당숙모님은 손수 이천에서 뜯어온 약쑥과 찹쌀을 곱게 갈아 만드신 큼직한 쑥찰떡을 한 보따리 싸오셨습니다. 손수 만드신 쑥찰떡을 혼자 지내는 조카를 생각하시곤 나눠주시려고 전화를 주신 것 같은데, 사촌동서인 저의 어머니께서 계시다니 이렇게 정성들여 만드신 떡을 한 보따리 가득 싸들고 오신 정에 또 가슴이 뭉클합니다. 아픈 몸으로 거동도 못하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생신상을 차려 차에 실고 온 아우의 내외나, 손수 만든 떡을 주시고 싶어 조카에게 전화를 주신 당숙모님의 따뜻하신 마음, 이런 정 모두가 곱다시 오롯한 가슴에서 우러나온 우리의 세대에서나 볼 수 있을 곰삭은 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큰 애들 손바닥만큼씩 한 것을 삼십여개나 가져다 주신 당숙모님...
2013년 6월 8일 <鄕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