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朝鮮時代)/근대 회화(近代繪畵)

심산 노수현 필 봉만추색(心汕 盧壽鉉筆峰巒秋色)

鄕香 2013. 4. 9. 08:43

 

세염법(渲染法)을 많이 쓰지 않는다는 점, 아주 세부적인 부분까지도 준(皴)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먼 산(遠山)의 산과 재(山嶺)조차도 일일이 준(皴)을 가하면서 원근감(遠近感)을 나타내려고 하는 화면의 특징은 앙상하게 드러난 암벽과 고준한 산령과 寒林을 즐거이 다루고 있다는 점과 일치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心汕만큼 엄격한 준법의 화가는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심산은 거의 찰(擦)을 쓰지 않고 일일이 준(皴)으로써 원근과 음영을 나타내고 있는 점에서 자칫 화면은 건조한 격식에 빠질 위험도 있겠으나 유현한 정신 美에늬 접근에 있어서는 가장 뛰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험준한 산의 둥근 봉우리(峰巒)들이 겹겹으로 온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봉우리나 능선의 형세는 우뚝우뚝 가파르고 혹은 더 둥글거나 부드럽기도 하지만, 첩첩하게 가까운 산이나 먼 산들이 형태나 색조에서 비슷한 산세를 지니고 있습니다. 대체로 구도상의 구분을 두지 않고 중첩된 산들을 거의 실경에 의한 원근감대로 연달아 그려간 것처럼 느껴집니다. 산의 주름도 특히 두드러진 곳은 線描보다도 그 바위 결을 따라서 겹겹의 수묵점이나 붓의 움직임에 의한 음영처리로써 입체감을 표현해 간 부분이 많습니다. 단풍이 든 바위산 사이의 수림은 황갈색 바탕에 콕콕 찍은 栢葉點같은 작고 둥근 먹으로 점들을 찍어 숲의 입체감을 돕고 있습니다. 몇 마리의 학이 날고 있는 산 중턱의 구름 안개, 오른편으로 갈라져 흐르는 계곡의 흐르는 물이 가을빛이 짙은 산의 청량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1978년 寒食節에 제작된 그림입니다.

 

 

<봉만추색/峰巒秋色>

韓國 近代 / 心汕 盧壽鉉(1899~1978)筆 / 紙本 淡彩 69×137cm / 個人 所藏